추억은 언젠가 부서진다.
연속적이지도 않다.
기억에 마음이 씌여야 추억인 건데,
시간이 흐르면 마음도 녹슨다.
녹슨 마음을 두른 기억은 더이상 추억이 아니다.
추억이 더 이상 마음이 쓰이지 않을 때.
결코 잊지 않을 것 같았던,
잊고 있던 순간들을 문득 떠올랐을 때.
기록으로 남지 않은 기억들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 지 깨닫는다.
이토록 힘 없는 노인 같은 기억을 부축하며 놓지 못했던 과거를 향해 "거 봐"라며 나무란다.
시간이 흐르면 무뎌지는 지 몰랐느냐고.
추억은 잔인하다.
연속적이진 않지만,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는 건조한 마음을 적시기에 이만한 악당도 없다.
더 끔찍한 건, 지나간 추억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그 노인 같은 기억에 다시 목을 매는 것이다.
그토록 힘이 없는데, 이토록 쓰이는 마음이라니.
시간에 맥을 못 추다가도 찰나의 동정심에 살아나는 것.
그게 바로 추억인 건지.
부서지고 살아나는 유일한 존재처럼 기세 좋게 아무때나 머릿속을 휘젓는 당당함이라니.
못된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