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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Dec 19. 2018

상처없는 이별은 없어서

그렇다고 널 사랑하는 건 아니야.


“미안해.”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이별하라고 채근하는 수많은 이유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날카로운 말들이었다. 상처주고 싶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마디 뿐이었다.


“미안해.”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한 너는 다른 이유를 찾았다. 그게 아닐 거라고,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마음이 식으니까 함께 하는 시간이 괴로웠다. 고민 끝에 10년을 연애한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런 말을 했다.


“사람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있으면, 멀어지는 시간도 있는 거야.

친구는 멀어지는 시간까지 덤덤히 인정하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엔 차차 돌아갈 생각이었다. 예전 같지 않은 마음을 나름대로 숨겼다. 하지만 변화한 내 태도에 불안했던 넌 "나를 사랑하느냐"고 재차 물어왔고, 대답을 미루면 미룰수록 점점 더 나쁜 입장에 놓인 나는, 지쳤다. 네 두려움에 난 더 나쁜 마음을 먹었다.


아, 빨리 헤어져야 하는구나.

내 마음에 확신이 없는데 시간을 끄는 건, 더 큰 상처를 주는 거구나.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못된 마음을 더욱 단단히 다졌다.


“미안해. 헤어지자.”


널 탓하는 건 아니다. 차분히 돌아가길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네 잘못이 아니다.

그저 우린 타이밍이 어긋났을 뿐인 거다.

누군가 더 기다려주었거나, 잠시 멀어진 마음을 철저하게 숨겼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

그러나 벌어졌고, 그래서 멀어졌다.


“미안해.

상처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널 사랑하는 건 아니야.

상처 없는 이별은 없어서, 누군가 상처를 줘야 한다면 덜 사랑하는 쪽이 악역이어야 하겠지.

그래서 나는 나쁜 사람이고, 너는 상처 받은 사람이겠지.


“미안해. 널 사랑했던 마음에 거짓은 없었어.”


뻔한 말로 네게서 멀어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우린 여기까지일 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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