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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Mar 01. 2019

어른이라서 때때로 하루가 버겁다.

이제 나는 어른인 걸까?


택시에 오르자마자 웃음기를 지우고 숨을 뱉는다.

택시 안에 본심을 숨겨둔 사람처럼 그렇게 비좁은 차 안에 나를 감추듯 몸을 뉘었다.

어둠을 헤쳐나갈 자격을 부여받은 순간,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 끝에서 나는 문득 오늘을, 어제를, 일주일을, 최근 정신없이 스쳤던 일들을 돌이켰다.


베짱이처럼 살지 말란 옛말처럼 고된 하루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라고 자부하고, 

피곤해 죽겠으면서도 잠을 줄이며 몸을 혹사시켜야만 삶이 윤택해질 거라는 주변의 말에 끝도 없이 인내했다. 

나는 사람들의 조언대로 컸고,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는 '어른'이라는 문신을 새긴다고 여겼다.


어느 날 지쳐 돌아봤을 때, 문득 멈춰 섰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른인 걸까?

잘 참는, 잘 견디는, 덜 솔직하고 때론 아부도 할 줄 아는 나는

좋은 연륜을 쌓은 걸까?


어른은 분명 어린 사람보단 가진 게 많다. 

함정을 피해 가는 노련함도, 속에 담긴 의중을 파악하는 재치도 있고

각자의 색깔을 인정하는 너그러움이나 경험에 의한 진실된 위로, 이해 등을 기본 소양처럼 갖출 수 있다.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허물없는 솔직함이나, 스스럼없는 친구, 재지 않는 마음 등을 우리는 '철없다'는 말로 멀리하니까.


나는 많은 것들을 잃고, 또 얻었으니

이제 어른인 걸까?


다소 현명해졌지만, 때론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그리워

겪어온 세월을 뒤에 두고 눈감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의 희비(喜悲)가 무뎌지고 태연 해지는 것이 서글퍼질 줄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디게 이 세상을 견뎌볼 걸 그랬다. 버거울 땐 놓는 법도 배울 걸 그랬다.

지금도 늦었다며 누군가는 나를 재촉하겠지만, 어차피 어른은 되어야만 하는 거라면

이보다 더 늦게, 늦은 어른이 되기 위해 날 좀 덜 다그칠 걸 그랬다.


조바심이 당연해지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서 어른이라면 나는 어른인데

가진 건 많지만 욕심 때문에 불행해지는 나는, 어른이라서 때때로 하루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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