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남영 May 21. 2020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집 앞에 서서

창 밖에 서 있습니다. 당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서서, 나만 아는 애틋함을 가슴에 끌어안고 당신의 집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 그만 돌려주세요. 굳게 닫힌 대문 앞에서 조용히 읊조립니다.

이따금씩 당신이 불시에 튀어나와, 놀라 휘둥그레진 나와 마주치고, 그 말을 고스란히 뱉어버리는 발칙한 상상도 합니다만, 결국 고개를 저어버립니다.

어둑한 밤하늘 아래 당신을 그리는, 이 고독하고 서러운 시간마저 당신이 앗아가 버릴까 봐 하찮은 용기조차 거두어버립니다. 아직 돌려받지 않은 것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밤새 나는 작아집니다. 당신의 하루가 꺼졌으나 나는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 기다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나는 밤마다 아픕니다.


가로등 불빛만 잔잔하게 내려앉은 골목에 서서 알 수 없는 실망감에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침묵 속에 잠겨 있습니다.

내일은 오지 말아야지, 내일은 이러지 말아야지. 매일 했던 다짐을 새롭게 되뇌며 등을 돌립니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버릇처럼 이 시간을 또 맞이할 것을요. 내 마음이나, 아직 마음이 내게 오지 않은 것을요.


그만 마음이 제 자리를 찾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는 헤아릴 수 없는 애끓는 밤을 또 보내며, 내일은 좀 덜 사무치겠지, 오늘보단 무뎌진 아픔이겠지. 하며 앓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