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절 깨워주실 순 없나요?
선생님. 저는 시들어가고 있어요. 마음이 꺼져가요. 심장을 압축기로 짓누르는 느낌 아세요? 아니다. 뇌가 까맣게 물들어요. 심장이 졸아들고, 나는 말라 비틀어져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내가 싫어졌나? 자신을 모질게 다그쳐서, 혼내서, 채찍질하다 보니까. 그냥 그렇게 깎이고 닳아버렸나……. 머릿속에 더러운 오물이 잔뜩 끼어요. 엉킨 생각은 엉망으로 널브러져요. 불쾌한 감정을 장님처럼 더듬거리다가, 캄캄한 늪 속에 매 순간 가라앉아요. 깊숙하고 먹먹한 그 어딘가에 갇혀선 허우적거릴 힘조차 못 내요. 팔다리를 축 늘어트리고 시체처럼 누워있죠. 그럼, 세상은 고요해져요. 시간이 멈춰요.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철저히 고립돼요. 그러다 보면 어둠에 먹히는 거예요.
……감정을 표현하는 건 이게 최선이에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표현 아세요? 그걸 이제야 알겠다니까요.
근데 또 웃긴 게, 오랜 시간 홀로 있으면 불안해서 까무러칠 지경이에요. 이대로 가다간 딱 죽겠다 싶어요. 요즘엔 도로 근처를 못 걷겠어요. 다리가 그쪽으로 튈까 봐.
이유를 모르겠다니까요. 그냥 그래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성실하게 살았고, 인정도 받았고, 인간관계, 가족관계 다 원만한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이유를 알았으면 여길 오지 않았겠죠.
선생님, 자꾸 온몸에 열이 올라요. 감기도 아닌데. 목덜미가 당기고, 가슴이 갑갑하다가 가끔 숨이 멎어요. 살갗이 아려요. 마음에 병이 들었는데 왜 난 몸이 아프죠?
……선생님, 왜 자꾸 생각을 달리하라고 하세요? 사고 흐름이 도통 밝은 쪽으로 흐르질 않으니까 여길 온 거잖아요. 모든 게 악몽 같다고요. 현실 같지 않은데, 자꾸 현실이에요. 선생님, 절 깨워주실 순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