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꽤 평범한 편인데.
아무리 인간의 뇌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지만, 갑자기 내 인생이 불쌍한 거예요. 하루의 절반이상을 '힘들게'기억하고 있는 게요.
사실, 난 꽤 평범한 편이거든요.
“오늘도 힘들었어요? 누군가 묻더라구요. 네, 오늘도 힘들었어요. 바로 대답했어요. "힘들다"란 말을 오늘만 몇 번이고 뱉은 게 기억이 났거든요.
바로 뭐가 힘들었어요? 그러는데, 대답을 못 하겠는 거예요. 기억이 안 나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요. 순위라도 매겨볼까 했는데, 못 매기겠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터진 일이 힘들었나? 아니 점심 때 부장님한테 깨진 게 제일 힘들었나? 아니 퇴근을 늦어지게 만든 그 일인가. 영 헷갈리더라구요.
몰랐는데, "힘들다"란 말을 달고 살았던 거예요. 분명 웃기도 했는데 웃었던 이유들은 죄다 사소하게 느껴지고, 힘든 일만 큼직하게 남더라구요. 아무리 인간의 뇌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지만, 갑자기 내 인생이 불쌍한 거예요. 하루의 절반이상을 '힘들게'기억하고 있는 게요. 사실, 난 꽤 평범한 편이거든요.
내년쯤엔 결혼할 애인도 있고, 나름은 사이좋은 형제도 있고, 부모님도 두 분 다 건강하게 살아 계세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월급 받으면서 회사에서 얼마 전 대리 직급도 달았구요. 명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내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세 명이나 있어요. 이 정도면 평범 축엔 속하는 인생인데. 그런 내가, 하루하루를 자초해서 '힘들게' 살고 있더라구요.
나 참. 다 커서 볼멘소리만 그렇게 해댄 걸 생각하니 실없는 놈이 된 것 같았다니까요. 그렇다고 갑자기 내 하루에 모든 일을 긍정할 순 없겠지만, 이젠 좀 초연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힘들었어요? 뭐, 그냥 그랬어요. 평균, 딱 그만큼 행복하고 나빴어요.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