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한국어 강사, 오후엔 대학원생
2023년 10월 27일, 내가 한국어 교원 2급을 딴 날이다.
실물로 자격증을 받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대학생 때는 한국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과를 전공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교 조교로 일을 했다. 그리고 퇴사. 나갔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와 공무원 준비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이런 일, 저런 일, 서비스직, 사무직등 한국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었다. 그런 일을 하면서 마음 한 편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온라인으로 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20대가 가기 전에 일단 한국어 교원 자격증이라도 따자!’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을까? 아빠가 외국인이라 어릴 때부터 아빠가 헷갈리는 한국어, 잘 모르는 한국어를 거의 내가 전담하다시피 알려줬던 경험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근데 그것도 한 몫 한 것 같긴 하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을 취득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바로 신청해 강의도 듣고, 과제도 하고, 중간, 기말시험도 보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해야 하는 실습까지 마쳤다. (물론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과제에 시험, 그리고 발표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4년제 졸업자라 평생교육원으로는 1년 만에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국립국어원에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고 ‘제발!! 합격하게 해주세요!!’를 얼마나 빌었던지.. 자격증 심사에 통과했다는 소식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나 이제 한국어 교원 2급 있으니까 강의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한국어 강사 공고를 여기저기서 찾아봤지만, 웬걸... 경력직만 뽑거나 이미 마감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1월, 그래 이미 학기가 시작하고도 남았을 시기였다. 마지막 희망으로 어릴 때부터 다녔던 다문화센터에도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아직은 경력직만 뽑는다는 것과, 학기가 이미 진행 중 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렵다는 소식이었다. 혹시 나중에라도 자리가 생기면 꼭 알려 달라 하고 생각을 비웠다.
‘따자마자 강사? 내가?? 진짜? 할 수 있는 게 맞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단어는 계속 사용 해 왔던 거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문제는 ‘문법’이였다. 아무리 강의를 들었어도 온라인 강의였고(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시험보고 잊어버리기..등등 대학생이라면 다들 해봤을 그 루틴..) 실습도 했지만 온라인 실습이었다.(딱 코로나 기간이랑 겹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심지어 문법 딱 하나만 선정해서 외국인도 아닌 한국인 앞에서 하는 짧은 실습이었다. 이후에는 온라인이 아닌 대면 실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 나 부족하구나!!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나에게 배우는 외국인 분들은 무슨 죄인가 싶어 더 배워야겠다, 공부해야겠다 결심하고 대학원을 들어갔다.
대학원에서 2년만 더 배우고 나면 문법들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자신감이 처음엔 있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치고 나니 ‘응? 이게 뭐지.. 문법.. 생각보다 더 어렵잖아.’
2년 만에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정말 주제넘은 생각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찾아온 방학. 부족했으니 문법 관련 책이라도 읽자, 책을 많이 읽자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기도 전에 뜻밖의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신입 강사도 모집하는데, 혹시 할 생각 있나요?” 이전에 문의했던 다문화 센터에서 온 연락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국어 강사로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