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긴장 100스푼

오전엔 강사, 오후엔 대학원생

by 이모이

첫 수업 날짜가 정해졌다.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19일.


19일 안에 교재도 미리 익혀두고, 강의안도 봐야 하고,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니... 20일도 채 되지 않는 이 시간 동안 진짜 가능한 게 맞을까?’, ‘모든 노력을 여기에 쏟아부으면 되지 않을까? 19일 2주 넘는 시간이잖아! 할 수 있어!!’ 거의 지킬 앤드 하이드 급으로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와 ‘할 수 있어’ 사이를 오가며 3일을 보냈다.


역시 사람은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일단 교재라도 펴고 한 글자라도 읽었으면 3일이 저렇게 허망하게 날아가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3일을 날렸고 남은 시간은 16일...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강의안은 제공하면서 왜 교재는 안 준다니... 이게 말이 돼? 아 강의안만으로 가능할까? 교재를 사는 게 좋을까?’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보통은 교사용 교재를 제공하고 강의안을 직접 제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게다가 한권도 아니고 두 권. 설명용 한권, 문제 풀이용 한권. ‘두 권이나 정말 내가 사야 할까? 당시 백수였던 나에게는 꽤 큰 고민이었다. 한 두푼이 너무 아쉬웠기에.

결국 내린 결정은 ‘그래!! 일단 처음이니까 실물 교재를 사자!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재는 어떤지 봐보자!’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참 쓸데없는 고민의 시간을 쏟아붓고 있었구나.


고민만 한다고 수업 준비를 미룰 수는 없으니 할 일을 해야만 한다. 강의가 진행될 다문화센터에 방문했다. 강의실도 미리 확인하고, 컴퓨터와 시스템도 어떤 식으로 사용하면 되는지 보고, 무엇보다 수업 진행하면서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들었다. 강의실을 직접 다녀오니 더 긴장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긴장 20스푼 정도였다. 왜냐하면 수강생이 8명이라고 들었으니까.


첫 강의까지 이제 일주일. 긴장 50스푼.


이제는 밤마다 강의하는 꿈을 꾼다. 1과에 나오는 단어를 가르치고, 학생들 출석을 부르고, ppt를 넘기고...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수업하는 그 꿈을 계속 꾼다. 계속 꾸다 보니 ‘꿈속에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거야. 긴장되는 게 아니라 시뮬레이션 돌리는 거야.’라며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그런데 긴장 80스푼이 되는 사건이 터졌다.

불과 5일도 안 남은 이 시점에서... 수강생이 2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두 배가 돼, 두 두 두 배가 돼. 이건 어디 광고에서나 보던 일이었는데.. 왜 하필 내 첫 강의에서?!)


총 16명 신청.


강의실이 작아서 더 이상 인원을 받을 수 없어 강제 마감한 상태라 이 정도라는 것이었다. 첫 강의는 1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소규모로, 소소하게 하하 호호 하는 게 작은 소망이었는데, 5일 남은 시점에서 그 희망은 무너졌다.


이제 D-3일. 긴장 85스푼


16명이라니...‘준비한 건 제대로 말할 수나 있을까?’ 애꿎은 ppt만 넘겨보고, 교재의 페이지만 넘겨본다. 그냥 넘겨만 본다고 긴장이 안 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단어들의 뜻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강의 전날. 긴장은 90스푼 아니 95스푼.


‘내일이면 첫 수업인데, 옷은 뭘 입지? 내가 너무 작아서 나를 강사로 안 보면 어쩌지? (내 키는 150 초반으로 어린 시절부터 콤플렉스였다) 그래, 일단 검정 슬랙스에 셔츠를 입자. ‘맨투맨, 청바지, 운동복만 입고 다니던 내가 슬랙스를 꺼내 입는다.


그리고 마침내... 긴장 100스푼.


대망의 첫 수업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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