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암밍아웃 1
내가 처음 암밍아웃을 한 사람들은 남편과 엄마, 그리고 회사였다.
덤덤하게 이야기한 나를 보며, 남편과 엄마도 똑같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울면서 흔들리는 것 자체가 암에 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일을 하다 말고, 달려와서 내 눈치를 보았다.
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걸릴 것 같았어.
이렇게 살다가 숨통 막혀 죽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맨날 했으니까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그 말은 계속해서 삼켜댔다.
집으로 운전을 하고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엄마 목소리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엉엉 울었다.
-엄마. 내가 오빠한테도 말할 때 안 울고 안 울려고 애썼는데,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까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엄마는 웃었다.
-그래서 지금 우는 거야?
약간 나 혼자 벅차오르는 머쓱함에 눈물을 뚝 그쳤다.
엄마는 항상 내가 힘들어도, 내가 준비하고 있던 회사에 합격을 해도, 무덤덤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내가 대기업 단체급식에 합격했을 때에도 무던히, 늘 그렇듯 쳐다보며 말했었다.
- 엄마, 다른 동기들은 막 가족이 케이크도 준비하고, 파티도 했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 당연히 될 거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잖아?
그날 당일 저녁, 엄마가 두 번 정도 전화가 왔다.
엄마는 마지막 통화에 머쓱해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빠 폰 산거, 쿠폰 써서 워치 구매하려는데, 안된다고 하네. 이야기 좀 해봐.
남편이 더 잘 알 것 같아서 스피커 폰으로 해서 전화를 받았다.
암밍아웃 이후, 나와 처음 대화를 하는
아빠의 첫마디는
- 그 저 쿠폰이.. 왜 적용이 안되노?
남편이 끊고 나서 황당과 재미있음이 섞인 투로 이야기했다.
- 나는 아버님이 걱정돼서 전화 바꿔봐라 하는 줄 알았어.
무뚝뚝한 아빠가 전화를 바꿔달라 할 정도면 얼마나 걱정되셨을 까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정말 재밌는 집이야
이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고, 울지 않아
라고 웃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는 치료를 받고 지내지만,
엄마랑 알 수 없는 이유로 두 번 정도 울었었다.
서로를 위로하고 왜 우냐고 묻지 않고,
제삼자가 봤을 때에는 눈물이 쏟을 포인트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 서로 조용히 눈물만 훔치고 끝
일렁이는 슬픔이 눈 안에 가둬두기는 벅차오를 그때쯤 함께 쏟아내듯 그랬다.
사람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무덤덤이 위로가 되기도 했고, 나를 대신에 흘려주는 눈물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암환자분들 우리.. 너무 많이 울지는 말자.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나는 헤쳐나가는 이 길에 매일을 울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날 위해 울어주는 그 마음이 나에게 더 징하게 와닿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울어주라는 거야 무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라는 거야 뭐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읽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성향 차이인 것 같다.
그 사람의 성향에 맞게 잘 위로해 줬음 한다.
또, 주변 사람이 암에 걸렸다면,
요새는 기술이 좋아서 잘 치료된대 라는 말을 계속적으로 하는 것보다 나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이 더 와닿았다.
암에 걸리는 그 순간 약간의 삐뚠 마음으로 5년 생존율이고, 그다음은 모르는 거잖아 라는 마음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때도 있으니까, 아픔의 고통이 덜 하고, 남들보다 효과는 배가 되는 치료로 될 수 있게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 할게가 좋은 위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