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여-1
비가 한참 많이 내리는 요즘이다.
추적추적 비 내리고 흐린 하늘을 보기 쉽다.
엄마랑 내 동생이랑 같이 차 타고 가면서 하늘을 보며 이야기했다.
-하늘 봐. 흐리고 어두컴컴하네 낮인데도
엄마가 말했다.
동생이 하늘을 보고는,
-나는 이런 하늘 좋아해.
어두컴컴하고 칙칙해서 괜히 센치해지게 하는 하늘이었다.
나도 이런 하늘에 또 비까지 내리면,
음악을 들으면서 버스 안에서 창가에 부딪치는 그 소리와 생각을 꼬리 무는 행위가 좋았었는데….
엄마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젊을 때에 엄마도 이런 날씨 좋아했는데,
피는 못 속이네
엄마는 이런 날씨에 일기장을 꺼내 들고,
엄마에게 부딪히는 낮은 환경에 우울감으로 글을 쓰곤 했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늘 밝고 건강한 생각으로 사는 줄 알았는데,
가끔 밀려오는 나의 부정적인 마음과 우울이 엄마와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내가 늘 웃고,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밤마다 아니면 이런 날씨에, 아니면 힘이 들 때에 밀려오는 우울과 생각들이 나를 삼키곤 했다.
내 안의 깊은 우울과 어두움이 나는 암을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해 보면,
엄마의 센치함이 우리에게도 묻어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겨내고 있었다.
엄마만큼 나도 이겨내고 싶다.
엄마처럼 웃으면서 그 우울과 센치함을 즐기게 된다면,
나의 피가 나의 아들에게 흘러가더라도
또 이겨내는 나를 보며 내 아들도 이겨내주지는 않을까
부정만이,센치함이 마냥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추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