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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밤 Jul 06. 2018

#89 <프란츠> 사랑과 거짓과 당신의 이름으로, 아멘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프란츠> 포스터


영국 한 여론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평균 네 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한 번의 거짓도 말하지 않은 깔끔한 어느 날 누군가는 8번의 거짓말로 평균을 맞추고 있다.

<프란츠>는 전쟁 영화이다. 사랑 영화이다. 그리고 거짓에 관한 이야기이다.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이 모든 색을 앗아간 흑백의 세상, 거짓이 세상에 색을 더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었던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전쟁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객관적이다. 영화 초반부는 프랑스인 아드리앵의 독일 방문, 후반부는 독일인 안나의 프랑스 방문으로 이루어져 전쟁 후 두 나라의 모습을 고르게 보여준다. 그리고 패자들만 슬프지 않고 승자라도 기쁘지 않은, 모두가 무너진 전쟁 후의 분위기는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었다.     


@ <프란츠> 스틸컷


하지만 화면에 색이 깃드는 순간들이 있다. 현재가 아닌, 비현실의, 거짓을 말할 때다. 처음 흑백 영화에서 컬러 영화로 넘어가던 시절, 당시 컬러 영상이 어색했던 사람들은 거짓말이나 과거를 포현할 때 컬러 화면을 사용했다. <프란츠>에서도 그렇다. 거짓을 말할 때, 진실에 침묵할 때, 현재가 아닌 순간. 거짓인 장면은 모두 색을 입었다.          


@ <프란츠> 스틸컷


#아드리앵

;상대가 간절히 듣고 싶어 하는 말이 거짓이라면


아드리앵의 거짓말 전에는 누군가의 확신 섞인 물음이 있었다. “프란츠와는 전쟁 전에 파리에서 만났나요?” “프란츠를 매일 생각하나요?” “프란츠의 마지막은 행복했나요?”. 전쟁에서 프란츠를 죽인 죄책감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독일을 찾았지만 프란츠의 가족들은 그 날의 진실보다 프란츠의 흔적을 찾았고, 그들이 아는 프란츠의 마지막이 행복이기를 바랐다. 그들의 행복은 아드리앵의 고백을 미루게 했다.      


@ <프란츠> 스틸컷


#안나

;당신의 평화를 위해 거짓이 최선이라면


전쟁에서 잃은 약혼자 프란츠, 슬픔 속 프란츠의 친구 아드리앵에게 느낀 사랑, 부모님 같은 한스 부부의 애정. 프란츠를 죽인 사람이 아드리앵이라는 진실은 어느 곳에서도 존재할 수 없다. 침묵은 또 다른 거짓을 낳았고, 안나는 그 무게를 홀로 감내해야만 사랑하는 아드리앵과 한스 부부에게 평화를 줄 수 있다.           


@ <프란츠> 스틸컷


#한스 부부

; 감히 그들이 가장 행복했다 말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드리앵과 안나가 거짓을 말하는 대상은 모두 프란츠의 부모인 한스 부부이다. 한스 부부의 세상에서 프란츠는 전쟁 전 좋은 친구 아드리앵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같은 슬픔을 가진 아드리앵과 안나가 가까워지는 모습이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며 또 다른 소식을 기다리는 시간, 거짓 속에서 감히 그들이 가장 행복했다 말할 수 있다.      


@ <프란츠> 스틸컷



“진실이 무엇을 가져올까요”

영화는 잔인할 만큼 거짓의 단면들을 고르게 보여주고 이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르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벗어나고, 누군가는 끌어안고, 누군가는 도취된 거짓. 판단은 우리의 몫이나 하루에 4번씩 평생 거짓 속을 사는 우리에겐 말할 권리가 없다.      


영화의 마지막, 아드리앵과의 사랑도 끝난 채 그의 거짓 속에서 프란츠가 좋아했던 그림, 마네의 <자살> 앞에서 안나는 말한다. “살려는 의지를 주거든요.” 그 순간 화면에 더해지는 색채는 안나를 어디로 이끌어 갈까.      


거짓 속에서 안나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며.

무한의 색을 입고, 프란츠가 있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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