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와 영종도를 제외한 인천 내륙에서도 그 중간이 어디인지 묻는다면, '부평'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부평이 인천의 중심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부평의 랜드마크는 무엇인가? 어떤 이는 자동차공장, 어떤 이는 굴포천, 어떤 이는 부평역을 떠올리겠지? 나에게 부평의 강렬한 기억은 '미쯔비시 줄사택'이다.
'부평(富平)'은 그 이름처럼 '넉넉한 평야, 수확이 많은 들'을 뜻한다. 부평의 대표적인 행사인 '부평풍물대축제'로 알 수 있듯이 농사가 주민의 주된 일거리였다. 이런 부평이 왜 산업도시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부평이 넓은 평야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부평은 인천을 남북으로 나눠봤을 때 가운데 자리한다. 또한, 인천 개항장과 서울(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 중간이기도 하다. 일제는 인천과 서울의 중간 지대이며, 넓은 부지와 분지 형태를 갖추었고, 경인선이 통과하는 부평에 일본 육군의 무기 공장인 '조병창'을 설립했다. 조병창 옆으로는 특수강과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미쯔비시'가 들어섰고, 미쯔비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줄사택(미쯔비시 제강 사택)이 만들어졌다. 당시 조병창은 총기, 탄약뿐 아니라 잠수정까지 만들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고 한다. 또한,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줄사택 골목골목을 다니며 촬영이 가능했으나, 2024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종합정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한다. 조병창은 해방 이후 미군 기지인 캠프마켓으로 사용되었다.
부평을 산업단지라고 말하는 또다른 이유는 GM 공장이다. 지금은 규모가 축소되고 가동하지 않는 영역도 있지만, 여전히 부평의 대표지로 자동차공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1962년 새나라자동차공장으로 시작된 부평의 자동차 산업은 신진자동차, 새한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을 거쳐 지금의 GM(쉐보레) 공장으로 이어진다. 작년 GM공장에서 진행한 전시 속 인터뷰를 보며, '부평의 자동차 공장은 근로자뿐 아니라 가족과 인근 상권에까지 영향을 끼친 중요한 장소'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미쯔비시 줄사택, 캠프마켓, GM 공장 등 부평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곳이 많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두어야 그곳이 품은 역사를 온전히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