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카카오임팩트 Sep 04. 2022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평등을 실천하는 일상

김지학 펠로우ㅣ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앞당기고 있는 내일의 당연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지학 펠로우는 모든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존재하며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성 훈련을 해오고 있습니다. 다양성 훈련이란, 내가 가진 하나의 정체성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에 의해 '교차하는 권력'을 깨닫는 과정을 말합니다.  혐오와 차별을 해체하는 교육에 앞장서는 김지학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누군가가 불편할 수도 있어요. 
그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으면 돼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다양성 훈련을 진행하는 기관입니다. 내 안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는 경험이 우리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으며, 연구와 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다양성이 훈련 가능한 영역이라는 접근이 새로운데요. 다양성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다양성 훈련은 결국 사람 공부입니다. 사회 구조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나도 타인도 의외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거든요. 내가 누구를 차별할 수도 있고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복합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깨닫게 도와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오전에는 내가 이주민을 차별하는 선주민이지만, 오후에는 성차별을 받을 수 있는 여성입니다. 또 저녁에는 나이 차별을 받는 청소년이기도 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위치에 있는 비성소수자일 수도 있죠. 다양성 훈련은 역할 놀이와 대화를 통해서,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정체성을 간접 경험하게 해줍니다. 차별의 상대성을 게임을 통해 체감하게 해주는 거예요.


Ⓒ 한국다양성연구소


Q. 다양성 훈련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깨달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제가 마주한 어떤 죽음이었습니다. 저와 많은 정체성이 겹치는 분이었어요. 인천에서 태어났고, 나이도 같고, 성별도 같고, 종교도 같은 분이었는데 딱 하나가 달랐습니다. 그분은 성소수자였어요. 제가 모든 사연을 다 알 순 없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거두기로 한 그 결정이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성적 지향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여성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이런 하나하나의 정체성마다 같은 사회 안에서 삶의 결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사회문제의 일부라는 것,
즉 사회문제의 원인인 동시에 해결의 주체라는 걸
다양성 훈련을 통해 느끼게 하려고 해요.


Q. 교육의 힘을 강하게 믿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해외 생활 중에 다양성 훈련을 처음 접했어요. 그전까지 저는 제 자신도 잘 몰랐고 다른 사람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그때 저에게 성차별이나 성폭력을 알고 있느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봤다면 “모른다”라고 했을 거예요. “그런 문제는 이미 해결된 거 아니야?”라고 답변하는 사람이 저였을 수도 있어요.


다양성을 배운 후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차별을 받는 정체성에서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까, 그리고 차별을 할 수도 있는 정체성에서는 개인적으로 뭘 조심해야 될까. 구조적으로는 뭘 함께 바꿔나가야 될까, 차별과 억압과 폭력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살게 됐어요.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살고 싶은지 스스로 다짐하는 순간들을 다양성 훈련을 통해 얻었습니다.


다양성 훈련을 통해 만난 청소년들의 삶이 완전히 변하는 것도 실제로 목격하고 있어요. 다양성 훈련에 자녀를 보냈던 한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단 몇 시간이면 될 것을 왜 학교에서 안 해주냐”고요. 차별적인 사고가 강했던 남성 청소년이 다양성 훈련 4시간씩 2번을 마치고 나서는 완전히 바뀐 태도를 보여줬거든요. 다양성에 대한 깨달음은 바로 개인의 삶에서 적용될 수 있어요. 훈련을 경험하고 각자 자기 삶으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인권 동아리를 운영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어떤 상황에 놓이게 하고, 대화를 통해 직접 느끼고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다양성 훈련의 특장점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이 같은 체험형 교육 방법을 ‘모두를 위한 성교육’ 등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어요.


Ⓒ 한국다양성연구소


Q. 다양성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게 만들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문제’를 숨기기 위해 소수자와 약자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향해 차별할 권리를 말한다거나, 여성을 향해 ‘역차별’과 같은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죠.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선언이 선거에서 힘을 받고, 이로써 사회적 차별과 억압은 더욱 공고해집니다

.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면 화살은 모두 개인에게 향해요. ‘이게 다 내 책임이구나.’ ‘내가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렇구나.’ 자기 비관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자기를 긍정할 수 없게 되죠.


다양성은 힘의 교차성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교차하는 권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알아보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그래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Q. 세상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거예요. 타인이, 누군가가 불편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됩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돼요. '불편한 사람은 내 주변에 없어야 돼', '사회에서 없어져야 하는 존재야'라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접근이죠. 


대표적인 예가 노키즈존입니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통제가 어려우니까 어떤 공간에 들어갈 수 없게 해도 된다’는 일부 어른들만의 합의죠. 이렇게 누군가를 배제하는 논리는 점점 확장돼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노인… 하나씩 빼버리다 보면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거예요. 조금 불편해도, 조금 시끄러워도, 조금 더 느려져도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걸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Q. 누구도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당사자들이 자기의 소수자성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동시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내가 지지자다, 나도 이 사회 문제의 일부다”라고 외치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성차별, 성폭력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자신이 남성일지라도, 자신이 이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누리는 특권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어요. 이것을 ‘나도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할 때, 한 명의 ‘지지자’로서 성차별 해결을 돕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장애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들에게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내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야 되거든요. 


당사자로서뿐 아니라, 지지자의 정체성을 가시화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3%의 사람만 모이면
세상을 뒤집을 근거가 마련된다고 해요.
단 3%가 세상을 바꾼다기보다는
그 주변에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거죠.
3%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들려면
우리가 계속 희망을 얘기해야 해요.

Q. 김지학 님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개개인이 내 안에 큰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삶이요. 나의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고 위협당하는 세상에서는 ‘나’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또는, 조금 더 나아가 봤자 겨우 우리 가족 잘 사는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둘러보면서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꿈꾸려면, 개인이 위협받지 않아야 해요. 어느 누구도, 어떤 사회적 소수자도 사회적으로 타살당하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는 그런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지금 하는 활동들을 통해 그런 세상에 한 발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요. 

                    


인터뷰 및 본문 정리 : 백수진
일러스트 : 애슝 (@ae_shoong)



김지학 님과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이전 06화 법 앞에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는 일상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모두의당연한일상을만드는사람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