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펠로우ㅣ브라더스키퍼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앞당기고 있는 내일의 당연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보육원에서 자란 김성민 펠로우는 세상에 홀로 발을 내디딘 보호종료아동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세우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고용환경 그리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고 말하는 김성민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나는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보육원 출신입니다. 17년의 보육원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왔을 때, 제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방치된 기분을 느끼며 방황도 했죠. 보육원 후배들이 저와 같은 절망을 느끼지 않게 돕는 일이 자연스럽게 저의 사명이 되었습니다.
‘브라더스 키퍼’는 보육원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입니다. 구성원의 75%가 자립준비청년으로, 고용을 통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요.
Q.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을까요?
달라진 점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제가 퇴소할 당시에는 자립정착금이 100만 원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권고사항이라, 꼭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었어요. 저는 딱 5만 원을 들고 나왔습니다. 저보다 먼저 퇴소한 선배가 보내준 돈이었어요.
퇴소 직후 6개월 정도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갈 곳이 없었어요. 보육원에 있던 17년 동안, 퇴소한 선배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자라왔거든요. 선배들이 왜 범죄자가 되고 성매매를 하고 그들의 자녀가 왜 다시 우리 보육원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노숙 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깨닫게 됐어요. 저와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겠구나라는 걸 몸으로 체감하니까 너무 큰 충격이더라고요.
지금은 자립준비청년들의 모습과 형태가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저 때는 보육원 아동의 10명 중 9명이 부모님이 안 계셨어요. 지금은 대부분 부모님이 있어요. 10명 중 8명은 부모님이 살아 있지만, 학대나 방임 등을 통해서 격리되는 공간이 아동양육시설인 거죠. 이런 친구들은 사실상 원가족 회복률이 0%에 가깝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결국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이 된다는 거죠.
최근에 저희 브라더스키퍼가 많은 지원 제도들을 제안하고 요청하면서 관심의 손길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진 것 같진 않아요. 안타깝게도 자립준비청년의 자살률은 제가 경험했던 시대와 비슷하고요. 퇴소 후 어려운 환경과 문제를 경험하는 비율 또한 비슷합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말 스스로 건강한 삶을 꾸려가게 하려면
자립하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Q. 자립준비청년을 돕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감사한 기회로 비영리단체에서 7년간 근무했어요. 보호아동들을 교육하고 자립준비청년을 후원하는 업무였습니다. 처음에 저는 후원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후원을 받을 때는 문제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후원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잖아요. 기한이 차면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후원이 멈추는 순간에 아이들이 바로 범죄자가 되거나 성매매를 하는 등 문제에 빠져들더라고요.
이 과정을 7년간 경험하면서, 후원만으로는 절대 사람을 살릴 수 없겠구나라고 판단을 하게 됩니다. 당시 200여 곳의 보육원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했어요. 이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가치가 ‘자립’이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말 스스로 건강한 삶을 꾸려가게 하려면 자립하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금전적인 후원은 자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으로 홀로 서는 경험을 쌓아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적기업의 형태로 자립준비청년을 후원하는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브라더스키퍼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브라더스키퍼는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또 자립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브라더스키퍼를 ‘사회적기업’으로 만든 이유는 취약계층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규칙 때문이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취약계층의 범위에 자립준비청년은 빠져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만든 회사인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위치였어요.
이때부터 제가 정책과 법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사실, 자립준비청년은 2,500~3,000명씩 매년 발생하는데 저희가 1년에 한두 명 고용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과 제도의 변화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라더스키퍼에서 권익 활동을 펼쳐, 2019년 7월 자립준비청년이 고용 취약계층에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국회 간담회나 토론회에 참여하거나 강연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브라더스키퍼 안에서 ‘브레스키퍼’라는 브랜드도 운영 중입니다. 정화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바꾸는, 일종의 환경 컨설팅 회사예요. 브레스키퍼의 직원 10명 중 7명은 보육원 출신입니다.
Q. 브라더스키퍼의 첫 브랜드의 키워드가 ‘식물’이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식물로 공간을 가꾸는 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도 위로받고 회복되길 바랐어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외부 일자리를 연결하며 발견한 문제가 있어요. 길면 3개월, 보통 1~2주 만에 일을 그만두는 거예요. 물론 회사의 사정도 있었고, 아이들의 개인적인 상황도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고용주가 친절하게 챙겨주면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서 나를 불쌍하게 여기나?’라고 느끼더라고요. 반대로 일을 배우다 보면 혼이 날 수도 있는데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서 나를 막 대하나?’라는 생각에 괴로웠대요.
이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은 절대 우리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초·중·고 연약한 시절 내내 부정적인 경험이 너무 많았잖아요. 놀림이나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차별 대우도 있었을 거고요. 아이들은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로 사회에 나옵니다. 이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은 아이들이 살아온 환경이 만든 것일 뿐, 아이들의 잘못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자리 제공과 함께 이 상처의 회복의 돕는 일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물을 키워보신 분들은 죽여본 경험도 많거든요. 식물은 그만큼 관심과 사랑이 정말 많이 필요한 대상이에요. 사람이 사랑을 받을 때보다 사랑을 줄 때 정서적 회복력이 10배나 높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줄 대상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Q. 브라더스키퍼가 앞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또 다른 과제가 있나요?
‘내가 만약 내 삶의 마지막에 와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어요. ‘마지막이라면 보호종료아동뿐 아니라, 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육시설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동들에게는 가정의 부모님을 대신하는 시설의 선생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시설 선생님 한 명이 담당하는 아동의 수는 7명이나 되고, 시설 아동의 60% 이상은 경계성 지능장애 성향을 가지고 있어 보살피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이 환경에서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으려면, 시설의 선생님들이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 필요해요.
더 나아가 보육원에 입소하기보다 가정이라는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보호아동들을 위한 ‘가정위탁' 제도, 그리고 자립지원청년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행복한 가정에 대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가족’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저와 브라더스키퍼는 그 관심이 개인의 문제로 향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으로 향하도록 초점을 옮기는 일을 계속할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게, 자라는 시스템을 먼저 변화시키는 일을 이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Q. 김성민 님이 꿈꾸는 일상 속 한 장면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이들이 모두 원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장면이요.
일자리를 얻고 삶의 희망을 찾은 보호종료아동을 보고 ‘달라졌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이 아이들이 달라진 게 아니라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선하고 긍정적인 면을 키워갈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아이들이 원래 그런 아이들은 아니거든요.
아이들의 삶을, 아이들의 모습을 바꾸는 게 아니라요. 원래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던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게 저희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및 본문 정리 : 백수진
일러스트 : 애슝 (@ae_shoong)
김성민 님과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