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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Sep 04. 2022

질병이 있어도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

김미영 펠로우ㅣ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앞당기고 있는 내일의 당연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미영 펠로우는 자녀가 1형당뇨 진단을 받은 후부터 활동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를 설립했고 현재 대표를 맡고 있어요. 환자 자신이 질병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이 지켜진다고 믿습니다. 김미영 펠로우와 함께, 질병이 있어도 누구나 건강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보세요.



질병이 있어도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려면 
의료서비스를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질병 관리 주체로 존재하는 것이 필요해요.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김미영입니다. 

저는 '환자 전문가'입니다. 보통 환자라고 하면 치료를 받기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수동성이 환자의 전부는 아니에요. 병원에서 치료받고 수술하면 고쳐지는 질환도 있지만 일상에서 스스로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환도 있어요. 그런 경우, 환자는 의사 못지않게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고 여러 관리 노하우를 익힌 존재가 됩니다. 1형당뇨 자녀를 둔 부모로서, 저는 스스로 환자 전문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첫째 아이가 4살 때 1형당뇨 진단을 받으셨죠. 1형당뇨는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1형당뇨는 보통 알려진 2형당뇨와 달리 자가면역 질환이고,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사해야 해요. 수시로 혈당 체크를 해야 하고요. 유병인구가 많지 않아서 관련 정보가 적고 관리가 어려워요. 스스로 관리 능력이 부족해서 합병증이 생기거나 중복 질환을 진단받는 경우들이 많이 생기고요. 저는 아이가 특히 어렸을 때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걱정으로 더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의료적인 관리의 어려움에 더해서, 사회의 편견 또한 어려움 중 하나예요. 어렸을 때 진단을 받으면 평생 이 질환을 안고 살아가야 하잖아요. 전 연령층에 걸쳐 문제가 생깁니다. 유년기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거부하거나. 중고등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거나. 성인이 되면 취업에 문제가 생겨요. 1형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그냥 취업이 거부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리고 결혼 적령기가 되면 상대방 측에서 질환 얘기를 듣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당뇨병 인식개선 캠페인 (2018) Ⓒ 김미영


Q.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보편 가능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1형당뇨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일상에서 관리가 어려워요.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저희 아이가 지금 유병 기간이 10년인데 똑같은 해에 진단받은 다른 분은 지금 거의 실명을 한 상태예요. 닿기 어려운 자료까지 찾아가며 공부하고, 국가적인 지원을 꼼꼼히 살펴 놓치지 않아야만 온전한 관리가 가능한 거예요.


지금까지는 개인의 비용과 정보력 등이 환자의 의료 환경을 좌우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이 가능한 사람들만 헤쳐나갈 수 있는 질환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IT·의학 관련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 가능한 의료 시스템으로 1형당뇨를 관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환우회를 직접 조직하고, 1형당뇨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처음 진단받은 게 10년 전, 2012년이었어요.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퇴원을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는 거예요. 아이가 조용히 자고 있으면 숨을 체크하며 불안해할 정도였어요. 그땐 지금보다 환경이 더 열악했죠. 혈당을 모니터 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서 수시로 피를 내서 혈당 체크를 해야 했어요. 하루에 많게는 24번씩 아이 손가락을 찔렀습니다.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내 아이의 건강을 책임질 1형당뇨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야 했습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권이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1형당뇨는 완치가 되지 않고 관리가 어려운 질환임에도 국가가 중증질환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유병 인구가 4만 4천 명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의료진 관심 밖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환자 스스로가 혈당관리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 정책을 바꿔 나가며 대중의 인식을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있어도 국내에는 수입조차 되지 않고 있어서, 이를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다 검찰에 고발을 당하기도 했어요. 환자나 가족들도 대부분 소극적이고, 질병을 공개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환자 단체 활동에 참여했어요. 1형당뇨인들의 필요를 객관적인 근거와 함께 의견서로 제출해서 의료정책을 바꾸기도 했고, 자가관리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 기술을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가져오기도 했어요. 


환경이 좋아지니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환자 단체 활동이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경험한 뒤,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2017년 7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를 설립하고 풀타임으로 본격적인 환자 단체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 Nightscout 활동 Ⓒ 김미영


Q. 그간의 활동을 통해 이룬 직간접적인 성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형당뇨인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기와 소모품(혈당 시험지, 채혈침, 주사기, 인슐린 펌프 소모품,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트랜스미터, 인슐린 펌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로 인해 1형당뇨인 개인의 의료비를 많이 줄였고, 비용으로 인해 혈당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급여 비율을 높이기 위한 근거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원격 모니터링이나 인공 췌장 시스템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혈당관리의 질을 높이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고요.


법과 제도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여, 1형당뇨 어린이가 어린이집 입소 시 가산점을 받고 간호사가 인슐린 투약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학교 보건법을 개정하여 학교 내에서 저혈당 발생 시 보건교사가 글루카곤 투약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의료기기 법도 개정하여, 희소 필수의료기기를 한국의료기기 안전정보원을 통해 정부 주도로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하였고 개인 주도로 의료기기를 해외에서 구매할 경우에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러 여건이 좋아지면서 1형당뇨를 당당히 오픈하는 환자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습니다. 자신의 질환을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1형당뇨인이 늘어났어요. 주변 1형당뇨인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고, 가정이 회복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위한 거리서명 캠페인 Ⓒ 김미영


Q. 오랜 시간 질환과 함께 하면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절감하셨을 것 같아요.


커뮤니티에서 동병상련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 커뮤니티를 찾았을 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분이 “24시간 언제든지 연락 달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모든 게 막막하던 시기에 그분을 통해서 멘탈을 회복하고 극복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랬기 때문에 저는 누구보다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알게 됐었고, 제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분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에서 서로 정보, 도움, 감정적 위로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환자들에게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낍니다.


나 하나만 건강하게 살아서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잖아요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다 같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결국 그냥 내 개인에게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김미영 님이 꿈꾸는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처음 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너무나도 크게 절망했던 제 모습이 기억나요. 그런데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지 않거든요. 여전히 새롭게 진단받는 많은 분들은 굉장히 절망을 하고 커뮤니티를 찾아오세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부정적이고 어두운 내용밖에 없기 때문일 거예요.


1형당뇨를 진단받아도, 슬프지만 좌절하지는 않는 세상을 꿈꿔요. 이 질병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관리 인프라가 더 좋아져서 충분히 극복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1형당뇨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가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및 본문 정리 : 백수진
일러스트 : 애슝 (@ae_shoong)

                    


김미영 님과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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