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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Sep 04. 2022

모든 반려동물이 물건이 아닌 가족이 되는 일상

이환희 펠로우ㅣ포인핸드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앞당기고 있는 내일의 당연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환희 펠로우는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수의사입니다. 유기·구조 동물의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를 만들어 10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안락사에 처해질 뻔한 수많은 유기동물들이 포인핸드를 통해 새 가족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환희 펠로우가 꿈꾸는 세상, 함께 들여다볼까요?



동물들에게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서 
가족이 되어 주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직업 만족도 200%예요.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드는 ‘포인핸드’ 대표 이환희 수의사입니다.


포인핸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편리하게 반려동물 입양 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수의사로 일하던 중 앱을 개발하고 키워온지 어느덧 10년째네요. 지금은 아픈 동물을 치료하기보다는, 유기 동물을 향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유기동물 입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3년, 공중 방역 수의사로 가평군 동물보호소에서 일했어요. 보호소가 유기동물을 무한히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개체수 조절이 필요했어요. 건강하고 어린 동물들에 안락사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유기동물 문제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 이환희


제가 있는 보호소만의 문제가 당연히 아니었어요. 매년 전국적으로 1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들이 버려져 유기동물 보호소로 구조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억 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에 구조된 동물 중 절반 가량이 안락사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자연사로 죽고 있습니다.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거예요.


안락사를 막으려면 입양이 돼야 합니다. 동물이 구조되어 보호소에 왔다면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되잖아요. 누군가 잃어버린 동물일 수도 있고, 기꺼이 가족이 되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지 않고 개체수 조절을 핑계로 안락사를 시키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처음 안락사를 본 날에는 정말 집에 가서 베개가 흠뻑 젖도록 울었어요.


사회 전반에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와 방법의 한계로 인해 실제 입양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도 느꼈습니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서 한 마리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앱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개발은 대학 시절에 배워뒀었거든요. 오후 6시에 칼퇴근해서 김밥 한 줄 먹고 카페 가서 앱 개발하고… 그런 생활을 4~5년간 이어갔습니다.


Q. ‘포인핸드’는 어떤 역할을 하는 플랫폼인가요?


길에서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사람들이 신고를 하잖아요. 모든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동물보호소를 운영해야 하고,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이라는 홈페이지에 구조한 동물의 정보를 등록하게 돼있어요. 제가 보호소에 근무하던 당시에도 그 시스템이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행정 처리를 위한 시스템으로만 존재했던 거죠.

포인핸드의 원리는 간단해요. 정부의 유기동물 공고 시스템과 연동하여, 유기동물 입양 및 실종 동물 찾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숨겨져 있던 시스템을 각자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이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절대 아니었어요. 처음 포인핸드를 만들었을 땐, 단 한 마리라도 이 앱을 통해서 입양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혼자 만들어 온 기간을 포함해서, 앱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10년이 다 돼 가는데요. 지금은 국내 유기동물 입양의 거의 80% 이상이 포인핸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현재까지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들이 포인핸드를 통해서 가족을 찾았습니다


Ⓒ 포인핸드


Q.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으실 것 같아요.


포인핸드가 만들어낸 숫자들은 아직도 볼 때마다 신기해요. 최근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만을 넘겼고요. 액티브 유저는 43만 명 정도입니다. 유기동물의 보호 및 인도적 처리 비용을 고려했을 때, 연간 11억 원 이상 이상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내고 있어요.


2017년까지만 해도 제가 혼자 개발도 운영도 하느라, 사용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고 팀원들이 생기면서 입양자 분들과 대화할 기회들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저를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 거예요. 포인핸드를 통해서 반려동물을 만난 분들은, 입양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포인핸드를 응원하세요. 내가 입양한 가족이 포인핸드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결국에는 커뮤니티가 커지고 풀을 키우면 문화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치 포인핸드가
자신이 입양한 자식의 고향인 것처럼 생각해주실 때
무엇보다 값진 보람을 느껴요.

Q. ‘유기동물은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기도 한데요.


포인핸드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동물보호단체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가끔,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유기동물은 키우기 어려워” 같은 한 마디가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유기동물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어딘가 아플 것이다, 문제가 있어서 버려졌을 것이다, 통제가 어려울 것이다… 저는 실제로 보호소에 3년 동안 근무하면서 1,500마리 가까이 유기동물들을 봤는데 늘 의아했거든요. 이 동물들이 버려진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였어요. 대중이 매체를 통해 보는 유기견의 모습은 사실, 보호단체들이 번식장에서 구조했거나 심각한 학대를 받아온 피학대 동물들이거든요. 그런 모습들은 보호소로 구조되는 대다수 유기동물의 모습과 많이 달라요.


물론 유기동물이 반려동물이 된 뒤로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입양 후 관리를 받고 또 병원도 다니면서, 꾀죄죄하고 위축되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거든요. 입양 전후의 두 모습 중 어느 것이 동물의 본연의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원래부터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였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의 손길을 받으니 예쁘게 유지가 되는 거예요. 유기동물이 마치 별도의 품종인 것처럼, 반려동물과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똑같은 동물이에요.


Ⓒ 이환희


Q. 포인핸드는 우리 사회의 무엇을 바꾸게 될까요?


유기동물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딱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 현행법에서 동물의 지위가 ‘물건’이기 때문이에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통과되기 전까진 여전히 물건인 거죠. 그래서 길을 가다가 타인의 반려동물에 해를 가해도 ‘소유물을 훼손’하는 범죄로 취급되는 거죠.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어도 법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아서 한계가 많아요.


그런 시선을 하루아침에 강제로 바꿀 순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은 강제하면 부작용이 따릅니다.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여전히 인식이 애완동물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있고요. 개를 가축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뀌어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문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포인핸드가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일조하길 바랍니다. 법과 제도가 느리게 변하는 동안 묵묵히 제자리에서 할 일을 하는 거죠. 더 많은 동물을 살리고, 내 주변에 ‘동물 가족’이 있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게 하고,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장을 더 널리 알리고요. 포인핸드를 통해서 완곡하게, 이상적인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고 인식을 바꿔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이환희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신 분들은
그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입양문화에 일조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이환희 님이 꿈꾸는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충무로 쪽에 가면 여전히 펫숍이 많아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펫숍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건데요. 아무도 이런 펫숍을 찾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요즘은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이 스무 살까지 살아요. 그렇게 오래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가족으로 맞으려면 당연히 신중해야 됩니다. 그 동물에 대해 잘 알고 용품을 갖추고 그런 차원보다, 마음가짐의 준비가 돼야 해요. 생명을 생명답게,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지금보다 더 많이 무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및 본문 정리 : 백수진
일러스트 : 애슝 (@ae_sh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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