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카카오임팩트 Sep 04. 2022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믿음이 당연한 일상

이승우 펠로우ㅣ119레오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앞당기고 있는 내일의 당연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승우 펠로우는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119레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방 안전 폐기물을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하면서, 판매 수익금 기부를 통해 소방관의 권리 보장에도 힘을 보탭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이승우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듯 우리도 소방관을 구하는
가치 소비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19레오(REO·Rescue Each Other)’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우입니다. 119레오는 폐방화복으로 가방, 카드지갑, 팔찌 등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예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옷을 업사이클링하고, 영업 이익의 절반은 ‘공상 불승인(공무상 상해 인정을 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Q. 119레오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누군가 나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나도 그들에게 무언가 보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 한 줄기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건축학도였는데, 전공과 별개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단기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아이템을 찾던 중 우연히 혈관 육종암 투병으로 돌아가신 고 김범석 소방관의 사연을 알게 됐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일하다 발생한 암인데도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는 과정이 까다롭더라고요. “병에 걸려 죽은 아빠가 아니라 소방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방관님의 바람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희가 당장 법과 제도를 바꿀 순 없겠지만, 안타까운 분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목표 금액을 달성하여 기부금을 전달하려고 하자 고 김범석 소방관의 유가족 분들이 거절하셨습니다. 지금도 투병 중인, 더 어려운 분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면서요. 단순히 기부금을 전달하겠다는 목표는 한없이 가벼운 것이었어요. 사실상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있는 저에게 유가족분들은 “고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암 투병 소방관의 어려움을 세상에 알릴 수 없었을 거라고요. 이분들의 사정을 지속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장기화했고 지금의 119레오를 창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119레오


다시 건축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주변에서 들었지만, ‘건축이냐 사업이냐’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게 훨씬 더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소방관님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잖아요.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온 시민들이 직접 나서 그들에게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소방관이 우리를 구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소방관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굉장히 단순한 개념이었어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왜 ‘방화복’을 소재로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개념을 가장 먼저 잡았고요. 이 메시지를 제품으로 사람들한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냥 평범한 굿즈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한 소방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소방관 처우에 대해 알아보고 권리에 대한 얘기 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앞서 그런 접근을 했던 팀들은 대부분 소방관들을 불쌍하게 만들었다고요. 그런데 우린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소방관을 돕는 프로젝트는 많았어요. 그런데 대부분 소방관이 고생하고, 대우 못 받고, 불쌍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그걸 통해 기부금을 모으는 식이었죠. 물론 좋은 취지였지만, 안쓰러워 보이는 것이 소방관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소방관의 용기와 열정, 헌신 이런 것들이 가장 극대화하는 순간은 화재 현장이잖아요. 그래서 화재 현장 속 사진들을 보다가, 방화복이 눈에 들어온 거죠. 이 방화복이 소방관님들을 그 화재 현장에서 가장 잘 지켜주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의 용기나 헌신이 온전히 묻어있는, 소방관과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준 물건으로 뭔가 만들어보자. 소방관이 얼마나 멋지고, 화재 현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방화복을 선택했습니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Q. 사명감으로 시작한 사업, 장기화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초반에 매출이 거의 없었어요. 버티기 힘들긴 했죠. 그런데 사실 매출이 없는 것보다도, 암 투병 소방관 분들이 공무상 상해 인정 소송에서 자꾸 지는 게 더 충격이 큰 거예요. 


저희와 두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해주신 한 유가족 분은 눈물을 흘리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얘기를 나는 이미 수십 번 했고 앞으로도 아마 수십 번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고, 내 아들이 꼭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이 사업을 지속하지 않으면 그분의 눈물, 그분의 이야기에 대한 값을 못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소방관님들과 그 가족 분들은 119레오가 아니었으면 소송을 포기했을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분들이야말로 저희가 어려운 시기에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온 이유였어요.


 ‘너네가 그거 조금 한다고 세상이 변하냐’ 이런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는데요. 꽤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세상이 변하긴 했거든요. 고 김범석 소방관님은 5년 만에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으셨어요. ‘고 김범석 소방관 법’이라고 불리는 공상 추정 법안도 통과되었습니다. 변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저희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느낍니다.


사명이 분명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덜 힘들 수 있었어요.
업사이클링만 내세운 브랜드로 시작했다면
매출이 안 나올 때 고민이 컸을 거예요.


Q. 119레오만의 차별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119레오는 크게 두 갈래로 사회에 기여합니다. 하나는 암 투병 소방관의 권리 보장과 처우 개선이고, 또 하나는 소방 안전 폐기물 처리예요. 소방관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과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특별한 지점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현물 포함해서 1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전달했고요. 총 13명의 암 투병 소방관의 병원비를 지원했습니다. 그간 업사이클링한 폐방화복이 약 17톤에 달하고, 이로 인해 약 40톤의 이산화탄소 발생 감축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방화복의 세탁 및 임가공 과정을 지역자활센터와 함께 해서 일자리 창출도 실천하고 있고요.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병행합니다. 생명을 구한 소방관의 이야기가 담긴 전시도 열었습니다. 소방관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일로봬유”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생명을 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 119레오


방화복은 소방관이 가장 용기 있고 멋진 순간에 함께하는 옷이잖아요.
방화복으로 뭔가를 만들면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개념이 더 잘 다가갈 것 같았어요.


Q. 더 이끌고 싶은 인식의 변화가 있다면요?


사실 암의 공무상 상해 인정 외에도 다른 문제들도 많아요. 소방관 폭행 사건 등으로 드러나는 인식의 문제가 큰 것 같아요. ‘소방관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나를 도와야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요. 이 작은 인식 차이가 소방관을 쉽게 대하고, 하대하듯이 행동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소방관의 용기나 열정을 더 높이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런던 플리마켓에서 119레오 제품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두 시간도 안 돼서 준비한 제품이 모두 팔렸어요. 국내에서와는 너무 다른 시선을 느꼈어요. “이거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생존한 옷을 가지고 가방을 만들었다고?”라고 말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존경이라는 감정이 너무나 잘 다가왔습니다. 우리도 이런 사회로 변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렵겠지만, 그 변화의 과정을 119레오가 앞장서고 싶고요. 지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변화의 순간이 오겠죠?


Q. 이승우 님이 꿈꾸는 일상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지하철을 탔는데, 한 칸에 119레오 가방이 10개쯤 보이는 세상? 하하,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가요?

저는 더 많은 소방관을 돕고 싶어요. 기부를 더 많이 하려면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19레오가 그 자체로 탄탄한 패션 브랜드로 더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이 119레오를 더 익숙하게 접하고, 가치 소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는 일상을 꿈꿔 봅니다.



인터뷰 및 본문 정리 : 백수진
일러스트 : 애슝 (@ae_shoong)



이승우 님과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이전 08화 내 주변의 성소수자 친구가 낯설지 않은 일상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모두의당연한일상을만드는사람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