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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Sep 04. 2022

사진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고 행복을 나누는 일상

임종진 펠로우ㅣ사진치유자, 공감아이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앞당기고 있는 내일의 당연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사진심리치유기업 ‘공감아이’ 대표 임종진 펠로우는 사진을 통해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집니다. ‘사람이 우선인 사진’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국가의 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심리적 피해를 겪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위로를 얻는, ‘행위 중심 사진 치유’를 세상에 알리고 있는 임종진 펠로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는 늘 어느 누군가의 곁에 서 있는
아주 작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 치유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임종진입니다.

사진을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이 자신의 존재성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사진이 만들어낸 여러 형태의 인지 오류들이 있는데요. 그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임종진


Q. 사진 관련 경력을 언론사에서 시작하셨어요. 보도 사진을 찍으며 느낀 한계는 무엇이었나요?


사진 기자 일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삶 안에 가까이 들어갔었습니다. 첫 취재가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이었고요. 이라크 전쟁, 팔레스타인 내전 등 해외의 전시 상황도 많이 경험했어요.


보도 사진의 특성상 그 사람이 놓여있는 상황에 집중해서 취재를 하고 사진에 담아야 합니다. 장애를 가진 분을 만나면 장애의 형태를 훨씬 부각해 찍는다거나, 독거노인을 취재하면 외로움을 훨씬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거나 하는 방식이죠. 독자는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되잖아요. 그것이 과연 가장 온전한 형태로 이 사람을 증명하는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사진으로 사람과 삶을 위하는 길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사진 기자로 일하는 내내 이런 고민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그들의 고단한 삶의 형태만을 형상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자 시절의 다양한 경험들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는 일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며, 보도물이나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인간의 삶을 향한 존엄적 행위라는 개념으로 사진의 의미를 새롭게 세우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일을 찾기로 결심하고 기자를 그만두었습니다.


Ⓒ 임종진


Q. 상황을 강조하는 사진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요?


그 상황으로 한 존재를 규정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지금 주요한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이 모금을 위해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주로 개발도상국이라고 불리는 나라 국민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들을 많이 보여주거든요. 지금도 TV를 틀면 공중파, 케이블 가리지 않고 다 나와요. 대부분의 그런 이미지들은 굉장히 처연하고 고통스럽고 굶주리고 있고 이런 모습들이죠. 서구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라고 오래전부터 규정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동정심을 가짐으로써 내 지갑을 열 수는 있지만, 사실은 마음 한 곳에 나도 모르게 자리 잡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이래’,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다 이래’라고 생각하는 오류들이 생겨나거든요. 때론 사진의 이런 점이 우리 사회 저변에 여러 형태로 차별이나 구분, 분리 또는 계층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Q. 지금의 ‘사진 치유 활동’이 임종진 님이 찾은 대안이겠네요. 스스로 답을 찾아간 과정도 궁금합니다.


언론사를 그만두고 2008년 캄보디아에 찾아가 2년 가까이를 NGO 활동가로 지냈어요. ‘달팽이 사진관’이라는 이동식 무료 사진관을 열어 도시 빈민촌이나 산악 벽지에 사는 이들의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작가적 관점의 사진이 아니라, 사진이 사람을 위해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방향성을 찾아가는 행동이었고, 사진 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존엄적 가치를 찾아가는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가난이나 피부색과 같은 편견의 기제들을 누그러뜨리면서 수평적 삶의 지위를 찾아가는 일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귀국 후 ‘사람이 우선인 사진’이라는 의제를 설정하고 자연스럽게 사진심리치료 분야에 깊이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사진 치유 프로그램은 
피해자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존엄성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발언하는 
일종의 선언식입니다.


Q. 사진 치유 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한순간에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죠. 세월호도 그렇고, 과거 국가 폭력에 의해 갑자기 무너져버린 삶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압도적인 불행을 한 개인이 맞서서 전복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요. 이렇게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분들이 사진의 힘을 빌려 트라우마를 극복해보고자 치유 프로그램을 찾곤 합니다.


제가 하는 사진 치유의 특징은 ‘행위’입니다. 서구에서 들어온 사진심리치료는 사진을 오브제로 활용하는 방식이 많은데, 저는 사진을 찍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세상이잖아요. 배우지 않아도 찍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제가 주목하는 건 찍고자 하는 마음이 든 본질적인 이유를 들여다보자는 거예요. 동력이 뭐냐. 자기감정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사진이란 건 굉장히 자기 자신다운 행동인 거예요. 존재적 특성에 굉장히 가깝다는 거죠. 사진을 찍으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가까이 들어가도록 하는 방식이에요.


5.18 고문 피해자 사진 치유 프로그램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에 카메라를 들고 갑니다. 같은 장소에 가서 그때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경험을 해요. 처음에는 이분들이 그 공간을 제대로 바라보질 못해요. 카메라를 들고 덜덜덜 떨기도 하고요. 그런데, 눈앞에 카메라를 대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습니다.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을 마주하게 되고요. 그렇게 두 번, 세 번씩 그 공간에 가서 사진을 찍는 거예요. 처음 찍은 사진에는 앵글이고 구도고 없어요. 그냥 아무렇게나, 간신히 누르거든요. 그런데 그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면으로 바라보고 구도를 잡으세요. 그 공간을 내가 제어하는 경험까지도 하게 됩니다.


5.18 사진치유프로그램 Ⓒ 임종진


국가폭력의 희생양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치유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어요. 촬영한 사진들로 사진전도 엽니다. 치유라는 게 우리끼리 하고 끝이 아니려면, 외부에 이야기할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사진 치유 프로그램 자체가 자신과 자신의 고통을 만나는 용기의 과정이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사진들을 전시하는 과정은 세상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나를 연민의 대상으로 보지 않아도 됩니다’ 하고 나를 꺼내 보이는 시간이에요. 항상 피해자로 인식되는 삶으로 인해 사회적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피해자들은 자신의 능동적, 회복적 행위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갖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인의 존재성을 느끼고
‘내가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느냐.
이게 가장 핵심이에요.


Q. 사진 치유 프로그램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존엄을 전하는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얼마나 가난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존엄한가’에 대한 대안적 사진 활동입니다. 지난 2010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 국제협력단(KOICA),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유네스코(UNESCO) 등과 협업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을 둔 사진 작업 및 강연 등을 진행했고, 수차례의 전시를 기획하고 열어 왔습니다. 개발협력 기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해오며, 실제로 기관과 실무자들의 인식 변화에 기여하였고, 모금 사진 활용 방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 임종진


2021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삶이 흐르는 강 MEKONG-메콩강과 함께 하는 6개국 107인 공감 사진전>은 총 1년의 사전 준비 기간을 거쳐 댐 건설 등의 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메콩강 주변 시민들의 일상을 존엄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였어요. 메콩강을 아끼고 사랑하는 6개 국가 107명의 사진을 모아 연 이 전시를 관람한 수많은 관객들은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자각하고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남겼습니다.


실질적인 구호활동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에 팽배한 차별 또는 혐오는 많은 부분 ‘이미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이 차별과 혐오를 공고히 하는 게 아니라, 해체하는 사진을 고민하는 것이 제 활동의 근간인 것 같아요. 


Q. 임종진 님은 어떤 세상을 꿈꾸시나요?


수평적이면서도 공감적인 시선이 이 세상에 넘쳤으면 좋겠어요. 그런 시선들이 나를 지켜주고 너를 지켜주는 그런 세상이 될 수 있게요.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마음까진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내딛을 수 있는 괜찮은 걸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및 본문 정리 : 백수진
일러스트 : 애슝 (@ae_shoong)



임종진 님과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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