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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Feb 16. 2021

자원이 순환되는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 가능할까?

정다운 펠로우 | 보틀팩토리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현재 펠로우가 하는 일과 변화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이야기합니다. 


정다운 펠로우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라운지와 리필 장터 채우장을 운영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를 기꺼이 선택하고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정다운 펠로우는 쏟아지는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직접 해결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솔루션과 공간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티를 만들며 지역에 제로웨이스트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정다운 펠로우가 만드는 우리 동네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일상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소셜디자이너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입니다. 원래 회사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했는데요. 지금은 일상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을 디자인하는, 일상을 바꾸는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저를 소개하고 싶어요. 


Q. 보틀팩토리가 일상을 바꾸는 디자인 회사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보틀팩토리는 어떤 곳인가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일상의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활동을 하고 있어요. 2018년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시작했는데 (현재 카페는 분리되어 운영) 처음부터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컵은 전혀 구비하지 않았어요. 의외로(?) 운영에 별 문제가 없었고요.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에는 다회용 컵을 빌려드리는데, 카페 이용자가 대부분 동네분들이라 잘 회수됩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라운지' ⓒ보틀팩토리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시도해본 게 유어 보틀 위크예요. 처음부터 '일회용품 쓰지 말자'라고 설득하는 건 어려운데 '일주일만 안 써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8년 10월에 동네 다른 카페들과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만들게 된 거죠.


1년에 한 번씩, 3년을 했어요. 첫 해에는 동네 카페 7곳과 함께 했고, 그다음 해에는 카페뿐 아니라 떡집, 분식집 같은 다른 가게들도 동참했어요. 2020년에는 기간도 한 달로 늘리고 참여하는 가게도 60곳으로 늘어났죠. 


2019년에 시작한 건 채우장이라는 포장 쓰레기 없는 리필 장터예요. 채우장은 개인적인 필요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연희동으로 이사 온 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데 포장 없이는 장을 볼 수가 없더라고요. 우선 팝업 스토어처럼 임시로 짧게 열리는 장터를 열어보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동네 소규모 생산자들의 물건을 한 달에 한 번, '버릴 것 없이 채우는, 채우장'이 열리기 시작했고요. 정말 아무것도 포장되어 있지 않아서 용기나 장바구니를 가져와야만 살 수 있는 장터예요. 


리필 장터 '채우장' ⓒ보틀팩토리


채우장뿐 아니라 보틀라운지 공간이나 유어보틀위크 행사 모두 사실은 저 스스로 쓰레기 문제, 일회용품 문제들에 불편함을 못 견디고 시작하게 된 일들이에요. 내 일상을 바꾸고 싶은데, 내가 자주 가는 카페나 마트를 쉽게 바꿀 수는 없으니 보틀팩토리를 만들어 시작하게 된 거죠. 


장 보기 전에는 번거롭지만, 
포장 쓰레기가 없으면 
뒷정리할 필요도 없어요. 
그대로 냉장고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요.


Q. 환경에 관해 모두 불편한 마음이 있지만, 이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죠.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회사를 다닐 때 일회용 컵을 굉장히 많이 쓰고 버렸어요. 재활용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 편히 쉽게 버렸었죠. 그런데 막상 이런 컵으로 재활용된 물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게 궁금해서 컵의 버려진 이후를 친구들과 따라가 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건 일회용 컵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재활용하는 업체에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결국 돈 문제였어요. 재활용했을 때의 퀄리티가 페트병보다 낮아서 돈이 되지 않는데 페트병 만으로도 양이 벅차다는 거죠. 


페트병만으로도 이미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인데, 그 수많은 카페에서 나오는 일회용 컵을 생각하면 아찔하잖아요. 그래서 재활용이나 분리수거 등 소비 이후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쪽으로 기울게  되더라고요. 카페 같은 곳에서 일회용 컵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보틀팩토리를 시작하게 된 거죠.


Q.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웃 주민들에게 참여를 유도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 실험을 하면서 세운 원칙이 있어요. '불편하지만 불쾌하지 않게 제안한다.' 일회용품은 편하려고 쓰는 것이라 일회용품을 덜 쓴다는 건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불쾌하지 않게, 기분 좋게 제안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요.


클릭 한 번에 문 앞에 새벽 배송으로 오는 세상에 누가 유리병, 반찬통을 바리바리 싸들고 채우장으로 장 보러 오겠냐고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오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걸 고민했어요. 


내가 일회용 포장재 없이 장을 봤을 때 좋았던 것들을 보여줘야겠다. 일단 스티로폼, 플라스틱, 일회용 비닐에 안 담기고 유리병이나 용기에 담으면 정말 예쁘거든요. 뒷정리할 필요도 없어요. 장 보기 전에는 번거로워도 이후에는 하나도 할 게 없어요. 그대로 냉장고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런 좋은 부분을 계속 알려드리려고 해요.


채우장에서 장을 본 모습 ⓒ보틀팩토리


예쁘게 장 봐온 사진 같은 걸 계속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이게 조금씩 퍼지면서 나중에는 굳이 '일회용품 줄이자'라는 메시지가 없어도 많은 분이 '재밌고 힙한 것'으로 봐주고, 동참해주는 것 같아요. 


일회용 컵을 쓰면서 마음이 불편한 건
카페 운영자들도 마찬가지거든요.


Q. 보틀팩토리에서만 운영하던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이 이제는 동네 카페로 확산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처음에는 텀블러를 계산대 근처 바구니에 넣고 빌려 드리는 식이었어요. 그러다가 텀블러 대출 카드 같은 걸 만들었죠. 도서관 책 빌리는 것처럼요. 동네 분들이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2020년부터는 다회용 컵을 직접 제작해서 반납은 동네 다른 카페로도 할 수 있는 공유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어요.  


보틀라운지의 다회용 컵 ⓒ보틀팩토리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어려웠는데도, 보틀팩토리 인스타그램을 보고 먼저 제안 주신 카페가 12곳이나 되었어요. 일회용 컵을 쓰면서 마음이 불편한 건 카페 운영자들도 마찬가지거든요. 다른 대안이 없어 쓰는 분이 많으세요. 그런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고 싶어요. 


Q. 말로만 들어도 연희동의 변화가 느껴지는데요. 가장 크게 변화를 체감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희가 행사 있을 때마다 중국 음식을 사 오는 중국집이 있어요. 저희는 배달을 안 시키고 항상 그릇을 가져가서 음식을 담아 오거든요. 그런데 중국집 사장님이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우리도 일회용품 줄이고 싶은데 뭘 할 수 있겠냐"고요. 그때 사실 깜짝 놀랐어요. 뭔가 희망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또 저희 동네에 새로 생긴 떡집이 있거든요. 요새 떡은 다 스티로폼에 포장해 판매되어서 일회용품 없이 사는 게 매우 어려운 품목 중 하나거든요. 저희가 통을 들고 가서 거기에 담아 갈 수 없는지 여쭤봤어요. 그런데 주인 분이 아침에 일찍 오면 가능하다면서, 벌써 몇 명이 이렇게 물어보고 갔다는 거예요. 이 동네 이상하다고 하시면서. (웃음) 아, 이상한 동네가 되어서 뿌듯하다고 생각했죠. 


누군가는 어떤 공을 던지면, 
그것을 받고, 다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공을 던집니다.

Q. 정말 한 카페에서 시작한 변화가 동네를 변화시키고 있네요. 정다운 펠로우의 신념은 무엇인가요?


'한 사람 바뀐다고 뭐가 달라져'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한 사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바뀌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변화로 이어진다고 믿거든요. 몇 년 동안 그런 모습들을 실제로 목격했어요. 누군가는 저희가 던진 공을 확실하게 받고, 그 공을 다른 누군가에게 던지더라고요. 


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요. ‘모두의 세계는 바꿀 수 없지만 나의 세계는 바꿀 수 있다.’ 저는 한 사람의 세계가 바뀌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변화가 확장되는 걸 지켜보는 게 제가 이 일을 하는데 큰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카페 보틀라운지의 텀블러 대출 카드 ⓒ보틀팩토리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더 많은 카페와 다회용 컵을 대여하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그 후엔 지자체나 기업에서의 사용으로 확장하려 하고요. 궁극적으로 자원이 순환되는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를 만드는 거예요. 지역 안에서 아이스팩을 모아 필요한 가게에 전달해 드리고, 택배에 들어있는 에어캡(뽁뽁이)은 우체국에 모아질 수 있도록 하는 등이요.  


버려지는 것들을 판매자들은 계속해서 새로 사니까 이걸 잘 매칭만 해도 폐기 단계로 가기 전에 커뮤니티 안에서 순환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과정을 잘 정리하고 확산시키는 작업을 올해 꼭 하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말 대신
작은 시도, 작은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어쩔 수 없다는 말 대신 작은 시도, 작은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답을 찾기도 하고, 더 큰 실험으로 이어지기도 하거든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정다운 펠로우 인터뷰 영상

                                                    


정다운 펠로우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kakaoimpact.org/fellow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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