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카카오임팩트 Feb 16. 2021

중증장애인이 동네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은?

변재원 펠로우 | 소수자 정책 연구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현재 펠로우가 하는 일과 변화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이야기합니다. 


척수장애로 인해 목발을 짚고 생활하는 변재원 펠로우는 장애는 개인의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장애를 포함한 소수자 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현재는 장애인 단체 활동가로 현장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오랜 장애인 운동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로서, 장애인 당사자로서, 청년 연구자로서 장애 문제를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전하는 변재원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저는 연구하고 행동하는
변재원입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연구하고 행동하는 변재원입니다. 소수자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 연구자이자, 장애인권 운동가입니다. 


Q. '연구하고 행동하는 변재원'님의 활동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장애 인권 운동가로서 변재원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한국 사회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애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업무들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 문서를 검토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해요.


칼럼니스트로서의 변재원은 제가 겪고 있는, 혹은 제 주변에서 보는 몸의 차별, 그리고 사회적 위치나 소수자로서의 차별 등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하고 입을 모으는 역할도 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연구자로서의 변재원은 사회제도의 틀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연구하고 있어요. 정치학이나 행정학 이론을 공부하면서 문제 해결에 적용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이나 책을 쓰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기획연재 중, 변재원 펠로우가 작성한 칼럼 이미지 ⓒ경향신문


Q. 장애, 소수자와 관련해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생후 10개월부터 의료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는데요.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학교 울타리 바깥으로 나오니까 보이지 않는 차별들을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우연일 거라고 되뇌었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왜 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한테만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기회로부터 배제되거나, 어떤 조건에 의해 차별받는다거나 하는 문제들이요. 


'계속 노력해서 극복하면 된다. 커리어를 만들어가야겠다'라는 집념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문제 해결만 생각했던 거죠. 이걸 사회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런데 대학원에서 정책과 행정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나만의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심지어 내가 대학교에서 겪은 차별은 아주 작은 이야기이고 한국 사회 전반에는 더 많은 장애인 차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러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까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장애가 너무 많이 보였어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은밀한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나만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고, 다 같이 해결해야겠다. 정책적으로 해결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학문적인 공부를 했죠. 저는 장애인이지만, 이런 식으로 장애를 사회적 문제로 여기고 문제를 바꿔나가기로 다짐한지는 이제 한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장애로 인한 차별과 문제가
개인이 극복할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해결할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Q.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장애인 분들도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관련해서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2020년 2월쯤에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를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한국 사회에서 정말 많은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집단 거주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로부터 마땅히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나 정책이 없는 상태라고.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안락한 집에 있으면서, 동료 장애인들이 코로나 사태에 더 위험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해봤거든요. '언젠가부터 나 혼자 너무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니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면서 지하철역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던 게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 마음을 굳게 먹고 한 해 내내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던 것 같습니다. 정부의 방침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좋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멀리 떨어지는 순간 코로나로부터의 안전은 보장받지만 생존의 위협에 직합니다. 가사 지원, 생활 지원을 받아야 되는데 그 모든 것들이 단절되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서울시청, 중앙 방역대책본부 같은 곳들과 함께 코로나 19 장애인 확진 대응 매뉴얼이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정책 개선을 위해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변재원 펠로우 ⓒ변재원


Q. 그 외에도 최근에 집중하고 계신 아젠다가 무엇인지 여쭙고 싶어요.


마을버스를 저상버스로 전환하는 교통 접근성, 이동권에 대한 문제예요. 저는 신혼부부고 최저임금을 받는 활동가이기 때문에 역세권이 아닌 지역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근데, 이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오면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고령으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참 많이 거주하고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서울의 저상버스 중에서 마을버스는 거의 없습니다. 정작 저상버스가 필요한 분들은 마을버스로만 오갈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저는 이분들이 버스를 타는 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한 운수업체가 마음을 먹는다고 전국의 마을버스가 다 저상버스가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국가 정책적으로 바뀌어야 되는 측면인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교통 사업과 관련한 운수 개정법 입법운동을 하고 있어요. 미국이나 영국도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저상버스 100%를 도달했다고 해요.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버스들이 저상버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어요.
그들의 몫을 만들기 위해서.


Q. 펠로우로 함께하는 2년 동안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펠로우 기간 동안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가 되고 싶어요. 제가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는 경증이 아니라 최중증 장애인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중증 장애인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대신 결정해주겠다'라는 식의 사회복지 정책이 마구마구 나왔어요. 중증장애인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책에 끌려가기만 하는 거죠.


저는 중증 장애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봐요.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내가 받기만 하던 위치가 아니라, 동등한 시민적 주체이자 동등한 의사 결정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누군가는 이 목소리가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언제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줬을까요?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이들의 사연을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자, 활동가, 칼럼니스트 같은 저의 다양한 활동들은 모두 사회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고 알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세상의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몫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더 적극적으로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겠다는 각오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이 이 사회에
아무런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Q. 변재원 펠로우의 활동을 통해 함께 만들고 싶은 중증 장애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중증 장애인의 삶이 변한다는 건 아주 간단한 것 같아요. 버스를 타고 싶을 때 버스를 탈 수 있고, 파스타를 먹고 싶을 땐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거죠. 학교에 가고 싶으면 학교에 가고, 알베르 까뮈의 소설을 읽고 싶으면 그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스물두 살쯤에 중증 장애인 친구들이랑 강남에 있는 클럽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그 클럽에 가려고 사전 작업만 열흘 이상 했던 것 같아요. 전국의 각 클럽에 저희가 놀러 가도 되는지 이메일을 보냈거든요. 대다수는 답장이 없었는데 한 곳에서 받아줘서 새벽까지 놀 수 있었죠. 저는 그냥 저와 같은 장애인들이 클럽에 춤을 추러 가기 위해서 이메일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이런 얘기가 너무 피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이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꿈꾸는 사회라는 건 굉장히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에요. 그게 제 활동의 이유입니다. 


나의 활동은 장애인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것


중증장애인이 이 사회에 아무런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저상버스로 인해서 유모차도, 할아버지도 모두 편하게 버스에 탈 수 있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넌 왜 장애인인데 장애인 운동을 해? 너무 뻔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꼭 장애에 갇혀 살지 말라는 격려 아닌 격려도 해줬고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활동이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재원 펠로우 인터뷰 영상

                                                 


변재원 펠로우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kakaoimpact.org/fellowship


이전 05화 아이들 목소리에도 우리가 귀 기울일 수 있다면?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더나은세상을기다리지않는사람들01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