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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Feb 16. 2021

아이들 목소리에도 우리가 귀 기울일 수 있다면?

김재순 펠로우 | 유스보이스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현재 펠로우가 하는 일과 변화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이야기합니다. 


김재순 펠로우는 고등학교 시절 다음세대재단의 청소년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유스보이스에 참여했는데요.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다음세대재단의 활동가이자 유스보이스 사업 담당자로, 이제는 스핀오프 된(독립 법인화) 사단법인 유스보이스의 대표로 성장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기다움을 삶 속에서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미디어 교육은 무엇인지, 미래 세대들을 위해 ‘유스보이스’라는 법인은 어떤 방향성과 조직을 지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는 처음이지만
유스보이스는 이십 년째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미래 세대가 나다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지원하는 유스보이스 대표 김재순입니다.


Q. 유스보이스(Youth Voice)를 처음 접한 게 고등학교 때라고 들었어요. 그때 유스보이스는 재순님에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나요? 


2003년 초창기 유스보이스에 청소년으로 참가했습니다. 그때 저는 전라도 광주에서 살았고, 야간 자율학습이 의무였거든요. 그러다가 서울로 전학 오면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집에서만 보냈어요. 그토록 바라던 자유의 시간이었는데 정작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이때 유스보이스에 참가하면서 저를 발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었습니다.


어른들이 저에게 멋진 꿈, 성실한 학업을 요구할 때 유스보이스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즐거운지 처음으로 물어봐줬어요. 그리고 그것을 미디어로 표현하는 것을 알려줬죠. 덕분에 관심 있어하는 것들을 조금씩 시작할 수 있었고, 아름답게 학창 시절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유스보이스 참가 당시 모습 ⓒ김재순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대화 나눌 어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든든한 경험이었어요.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운 좋게 다음세대재단에서 활동가로 일할 수 있었고, 이후 유스보이스 사업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꿈도 없고, 자유 시간도
쓸 줄 몰랐던 10대 시절, 
유스보이스가 처음으로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즐거운지 
물어봐줬어요.


Q. 과거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누구나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본투비 미디어 세대잖아요. 이런 사회에서 유스보이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아동, 청소년들은 미디어를 누구나 잘 다루죠. 기술과 정보도 다양하고요. 정말 많은 정보와 표현이 미디어로 유입되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질 지경이에요.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스스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미디어가 만든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스보이스는 미디어 기술의 습득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나다움'이라는 것을 어떻게 찾아갈지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미디어라는 도구 안에 어떤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담을지 함께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스보이스 사업 담당자로 무대에 섰던 모습 ⓒ김재순


Q.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유스보이스는 교육 매뉴얼을 만들지 않아요. 아이들을 만날 때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주는 설렘을 마주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통제가 쉽고, 답이 쉽게 나오도록 설계된 활동은 성과 보여주기가 쉬워요. 하지만 배움이라는 것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우연한 발견을 만나고 이 과정을 스스로 체화했을 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유스보이스는 이러한 과정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자를 찾고, 양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역량이 뛰어난 교육자라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리고 아이들과 상호 성장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저희가 찾는 교육자가 아닐 수 있어요. 과거의 배움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배움의 과정에 있는 교육자가 될 수 있도록 슈퍼비전(Supervision)*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슈퍼비전(Supervision)은 경험, 지식, 기술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자 성장에 도움을 주는 활동 


교육 매뉴얼을 만들지 않아요. 
대신 아이들을 만날 때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주는
설렘을 마주하도록 준비합니다.


Q. 유스보이스를 거쳐간 청소년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현재 정의당 국회의원인 장혜영 님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장애인 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전해주었던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 언니'의 운영자이자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기도 해요. 저와 청소년 시절 유스보이스에서 만났고 이후에도 멘토, 교육자로 활동했어요. "유스보이스는 우리를 온전히 믿고 작은 목소리에도 응원해주는 안식처였다"라며 나눴던 대화가 기억에 남아요. 


한 학교에서는 2017년부터 4년째 유스보이스 교육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학교에서 유스보이스에 먼저 연락해서 교육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게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공교육에서도 나다움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입시 위주의 수업 속에서도 유스보이스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으니까요.


Q. 인턴부터 담당자, 이제는 사단법인 유스보이스의 대표로 성장하셨는데요. 각각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2011년 다음세대재단에서 인턴으로 유스보이스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청소년들이 뭘 좋아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면서 프로그램을 채워나갔죠. 그러다가 조금씩 제 맡는 일들이 하나씩 늘어났고 어느새 유스보이스 사업 담당자가 되었죠. 


꽤 재미있게 사업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쉽지 않다고 느껴졌어요. 그때 다시 한번 '내가 이 친구들한테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대신 다양한 창작자, 예술가를 만나면서 교육자를 양성하는 일에 더 집중했자고 결심했죠. 


담당자로 7~8년 보내다 보니, 그 사이 미디어 환경도 급속도로 변했고 유스보이스 사업도 정체기를 맞았어요. 저 역시 성장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요. 그 시기에 다음세대재단에서 유스보이스가 사단법인으로 독립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죠. 


사단법인 유스보이스 설립 후 동료들과 함께 ⓒ김재순


저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일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더더욱 이 제안이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큰 도전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2019년 한 해 동안 독립에 필요한 준비를 했고 2020년 9월, 비영리 사단법인 유스보이스를 설립하게 됐죠. 


독립하고 보니 재단에 속한 사업과 다른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더라고요. 주도적으로 그 변수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삽질도 많이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동료와 주변 분들이 계셔서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참여자에서 사업 담당자로 성장했던
경험과 에너지를 사단법인 유스보이스에
잘 담아내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김재순의 사단법인 유스보이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도 유스보이스의 참여자였지만, 지금 저와 함께 하는 공동 설립자도 제가 사업 담당자일 때 참여했던 유스보이스 참가자였거든요.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큰 사명감보다는 참여자에서 사업 담당자로 성장한 경험과 에너지를 스핀오프 된 유스보이스에 잘 담아낼 수 있도록 둘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직에 대한 목표는 '영리한 비영리'를 하고 싶어요. '비영리'라고 하면 좀 보수적이고 돈을 많이 못 벌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웃음) 이런 비영리에 대한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영리여도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김재순 펠로우 인터뷰 영상



김재순 펠로우와 함께 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kakaoimpact.org/fellow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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