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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Apr 05. 2021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체인저스

한겨레21 창간기념호 '체인저스21'에 등장한 5명의 카카오임팩트 펠로우

한겨레21에서 사회 혁신가 21명을 인터뷰한 통권 '체인저스21' 특별호를 만들었습니다. 반갑게도 21명의 혁신가 가운데 5명의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의 이야기도 담기게 되었어요. 고금숙, 정다운, 김자유, 조소담, 그리고 유명상 펠로우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기사 원문은 링크를 클릭해서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조금씩 바꾸고 있는 ‘체인저스 21명’을 펴냅니다. 지속가능한 세계, 평등한 세계, 자유로운 세계, 더불어 사는 세계를 꿈꾸며 체인저스들은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때론 변하지 않는 사회를 보면서 분노하지만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고 그 작은 변화의 흐름에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이들은, 작지만 값진 승리를 향해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도 동행해볼까요? - 한겨레21 편집자주



1. 쓰레기는 가라, 알맹이를 보여주마 ['쓰레기 덕후' 고금숙]


쓰레기가 주목받을수록 같이 뜨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19로 일회용 플라스틱 남용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호명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쓰레기 덕질’을 해온,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고금숙(43) 알맹상점 공동대표(이하 직함 생략)다. 그가 공동 운영하는 알맹상점은 알맹이만 취하고 (곧 쓰레기가 될) 껍데기는 취급하지 않는다. 이곳은 ‘쓰레기 대란’ 사회에서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선도하는 ‘힙한 곳’이 됐다.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_한겨레21


“화장품 용기 9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아요. 그런데 왜 화장품 회사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면제받아야 하죠?”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착실하게 하는 등 동글동글 착한 일만 해서는 사회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회운동은 모가 나 있어야 하고 사회를 불편하게 해야 바뀌어요.”
“폐지 줍는 분들에게 사회가 공짜 노동을 시키고 있어요. 이분들이 안 계시면 나라가 세금으로 그 쓰레기를 다 처리해야 해요.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상황이에요. 다른 체계를 만들어낼 고민이 필요해요."
“한국 사회의 속도는 굉장히 빨라서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뒤처져요. 사회는 이들을 ‘루저’라 하고 그냥 쳐내고 가죠. 이런 사회는 개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해요. 결국 이 속도대로 살아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운동은 결국 그런 속도를 거스르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일회용 사회를 대체할 ‘재사용 인프라’를 까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 사회는 일회용이 디폴트값이라 그걸 거스르는 사람이 요구하고 미안해하는 상황이에요. 텀블러 등 재사용 용품을 손쉽게 대여받을 수 있고, 또 빨대 등 일회용품을 함부로 제공하면 벌금을 물게 하는 등 다양한 인프라 모델을 개발하고 싶어요. 그래서 재사용 문화가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김규남 기자_한겨레21



2. 준비된 환경 소비자를 보여주다 [보틀팩토리 정다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홍제천을 면한 도로의 신축 아파트에서 한 블록 더 들어가면 한적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골목을 따라 걸으면 1층에는 ‘보틀라운지’ 유리 선팅만 있을 뿐 간판이 없는 카페가 있다. 카페 유리문이 끝나는 곳에 ‘채우장’이라고 손으로 쓴 글씨가 ‘아래 방향’ 표시를 매달고 있다. 3월 8일(월요일로 휴무일) 정다운(41) 대표가 카페 문을 열면서 취재진을 맞는다. 여기는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누구에게는 지구의 미래를 의탁하는 곳, 적어도 사람에 대한 의심을 털어내는 곳이다. 어떤 이는 ‘가능성을 검증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사진 ⓒ박승화 기자_한겨레21


“(이번에 만든 다회용 컵은) 밀폐나 보온 등 많은 기능을 담고 있지는 않아요. 어차피 일회용 컵도 밀폐가 되어 가방에 넣을 수 있지는 않잖아요. 고무 재질 등이 들어가면 세척이 번거로워지는 단점이 있어 단순하게 일회용 컵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채우장은 불편한 곳이에요. 지갑만 들고 오면 아무것도 못 사죠. 만약 수제잼이 맛있어 보여도 담을 용기가 없으면 못 사니까. 무엇을 파는지 미리 알고 용기를 준비해야 살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린디자인은 전 과정 개념이에요. 폐기를 고려한 소재를 고르고 생산 과정도 고민해요. 이렇게 해야 그린디자인이다, 라는 것을 딱 배웠다기보다는 디자이너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이걸 어떻게 잘 팔리게 할까라는 구매 시점의 그래픽적 고민이 디자인의 다가 아니에요. 그렇게 시야가 넓어졌어요.”
“웬만한 회사는 고객에게 가장 빠르게, 가장 깨끗하게 줄 것만을 생각하죠.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그런 것을 바랄까요. 사실 소비자는 의외로 준비되어 있는데 기업들이 못 따라오는 것 같아요.”
“재활용 마크가 있다고 알아서 쓸모 있는 물건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재활용의 모든 과정, 재활용 뒤의 영향까지 모든 과정을 생각해야 합니다. 눈앞에서만 사라질 뿐 기나긴 쓰레기 여행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 쓰레기 여행 이후 바뀐 점은 재활용에 대한 맹신을 버린 거예요. 그래서 사회의 재활용에 대한 맹신을 바꾸고 싶어요. 해결책이라는 것을 바꾸고 싶어요.”


글 ⓒ구둘래 기자_한겨레21



3. 데이터 분석의 특권을 허물다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누구나데이터’는 사명에 충실한 회사다. 비영리·사회단체·대안운동이 좀 더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분석 도구를 제공한다. 비영리단체끼리 디지털 홍보와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공동체를 꾸린다. 혁신가들 사이에 많이 쓰는 그 단어, ‘임팩트’(사회적 영향)를 굳이 붙여 적어본다면? ‘임팩트를 확산하려는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임팩트를 확산하는 기업’이라는 요상한 표현이 된다. 아무튼 사회 변화를 한층 빠르게 하는 게 목표다. 누구나는 자유를 품은 단어, 대표마저 김자유(27)다.


사진 ⓒ류우종 기자_한겨레21


“사회 통념이나 다수가 그렇다고 하는 방향이 있더라도 혼자 생각하기에 이치에 맞지 않으면 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편인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시대의 영향도 컸어요. 고등학교 입학하고 김상곤 교육감이 경기도에서 진보적인 정책으로 당선하는 모습을 봤어요. 내가 속한 학교에 대해 변화를 말하고 그게 이뤄지는 모습을 본 거잖아요. 나 말고도 당시 많은 청소년이 그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작게나마 학교가 변하는 모습도 봤고요. 어느 하나 짚기는 어렵지만 변화를 보거나, 경험한다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시민단체 전반적으로 홍보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해요. 시민운동가는 정책이나 운동 전문가이지만 모금이나 홍보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모금하려고 시민단체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그렇다면 홍보도 그저 변화의 최전선에서 정책 만들고 운동하는 동료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운동이 ‘우리는 옳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에 그치지 않고 진짜 변화를 만들려면, 사람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해요. 공급자 입장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선명하게 할수록 대중과 멀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야말로 실증적인 데이터를 보는 것이 도움돼요. 결국 판단은 우리가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고 경험이나 감에 의존해서는 안 되죠. 막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나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한층 정교하고 명확해지기도 하고요.”
“다만 현재까지 할 수 있는 설명은 기술 기반으로 홍보와 소통이 옮겨가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격차는 그동안과 비교할 수 없이 벌어졌다는 점이에요. 이 격차를 가만히 두고 갈 수는 없었어요. 비영리단체나 대안운동의 지향점 자체는 가장 앞선 것인데, 그런 것을 퍼뜨리려면, 그러니까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좀 더 빨리 이끌려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우리 스스로 더 많이 익혀야 해요.”


글 ⓒ방준호 기자_한겨레21



4. 적어도 3미터 안, 없던 길도 만든다 [닷페이스 조소담]


변화를 이끄는 데는 여러 화법이 동원된다. 가르치거나, 타이른다. 꾸짖거나, 질책한다. 닷페이스의 화법은 다르다. 변화가 필요한 지점(닷·dot)을 찾고, 그 지점에 자리한 현장과 사람을 직면하게 한다(페이스·face). 나아가 변화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디딤돌이 되거나, 그 장벽을 넘다 지친 사람들이 토닥이며 숨 고를 공간을 마련한다. 변화를 견인하는 미디어이자 플랫폼인 닷페이스의 조소담(32) 대표를 3월 1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닷페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김진수 선임기자_한겨레21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언론이 객관적으로 편집해 현실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우거나 고정된 형태로 욱여넣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 서는 분들을 담는 것에 (닷페이스) 내부에 두려움이 있어요.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도, 이것만큼은 이야기해야겠다, 이 이야기가 더 멀리 전해져야 한다 싶을 때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 서거든요. 그걸 아는 입장에서 카메라를 든 순간부터 ‘어떻게 담아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죠.”
“사람들이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보면서도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도록 같이 뭔가 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 닷페이스가 지향하는 미션 안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불확실함을 불안함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면 옆에 두고 모른 척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불확실함을 껴안는다고 하면, 내가 선택한 방식이 불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 상황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아요.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환영하고 좋아하면서 선택해나가자는 태도를 갖고 싶은 거죠.”
“눈앞에 절망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출근해 할 일이 있고 그 일이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안심돼요. 10년 이후에도 한국에서 살아간다고 했을 때, 믿을 만한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주면 좋겠어요. 그런 ‘믿을 구석’을 만들어낸다는 느낌이요.”


글 ⓒ고한솔 기자_한겨레21



5. 동네 사람들을 귀찮게 하다 [청풍 유명상]


직업을 말할 때,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유명상(37) 협동조합 청풍 대표가 그렇다. ‘재래시장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의 청풍, 이 조합이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보면 그가 하는 일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청풍은 강화 풍물시장에서 화덕피자집으로 시작해 지금은 게스트하우스와 커뮤니티 펍, 기념품 가게로 분화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일종의 계열사를 3개나 운영하는 청년 장사꾼, 사업가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러나 유 대표와 청풍 조합원들이 하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들은 특별히 연고도 없는 인천시 강화군에 뿌리내려 살고자 했다. 모두가 서울로 몰려들 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생태계를 꿈꿨다. 장사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일 뿐이다. 


사진 ⓒ김진수 선임기자_한겨레21


“주로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축제 등을 기획했는데 당시엔 큰 변화가 단번에 생기길 바랐어요. 그렇게 균열을 만들어내려니 반작용이 있더라고요. 청년들이 살아갈 생태계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일회성 이벤트로 몰아넣기만 했던 거죠. 축제는 좋지만 이후 청년들이 남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지속성을 고민하던 때였어요.”
“각자 경쟁이 아니라 서로 협력했을 때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역 작가들과 협력해서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 기념품숍에서 팔고,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손님들에게 지역 내 가게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줘요. 동네에서도 청풍에 대한 신뢰가 생겨 이젠 제안하려고 찾아가면 뭔지 들어보지도 않고 다 좋다고 해주더라고요. ‘청풍 놈들 귀찮게 하네’ 이러면서.(웃음)”
“우리 조합이 더 커지기보다는 우리 같은 조합이나 팀이 지역에 많이 생겨나고 늘어나서 협력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년이나 청년을 위한 응원 기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런 실험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협동조합 정신은 전체선이 아닌 공공선이라고 해요. 전체선은 더하기 문화예요. 내 이웃의 수입이 0이라도 다 더해서 올라가기만 하면 돼요. 그러나 공공선은 곱하기 문화입니다. 내 이웃의 수입이 0이면 모두가 다 0으로 수렴해요. 최소한 내 옆 사람, 내 이웃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어요. 이런 정신이 강화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신지민 기자_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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