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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Oct 14. 2021

우리가 '장애'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려면?

김도현 펠로우ㅣ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도현 펠로우는 우리 사회에 장애인 인권운동에 필요한 사회적 담론과 실천을 이야기하는 장애학을 국내에 도입하여 연구하는 ‘노들장애학궁리소'의 연구활동가입니다. 더불어 장애인 당자사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대안 언론 ‘비마이너'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는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김도현 펠로우의 연구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 나갈지 지켜봐 주세요.



장애 문제가 개인의 선의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느껴
현장 활동에 뛰어들게 됐죠.


Q. 지금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노들장애학궁리소' 김도현입니다. 96학번으로 특수교육과에 입학하던 해, 평택 에바다복지회에서 일어난 장애아동의 의문사, 강제 노역, 폭행 등의 인권 침해와 수억 원대의 공금 횡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돼요. 그때 장애 문제가 개인의 선의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고,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라는 학생 모임을 결성했어요.


당시만 해도 장애인권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그 싸움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연대를 해준 유일한 단체가 '노들장애인야학'이었어요. 졸업 후 임용고시를 봐서 정교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간 고민했던 문제들을 그곳에서 함께 풀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들장애인야학의 첫 번째 상근활동가로 사회 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김도현


노들야학은 제가 새로운 모험을 하며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실험의 공간이 되어 줬어요.

Q. 노들야학을 ‘장애인 인권운동 개척을 위해 인생을 걸어볼 벤처 조직’이라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없던 당시, 노들야학은 장애인 당사자 학생들과 자원활동 교사들이 에바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너무도 열성적으로 함께 했어요. 졸업 후 장애인권 운동을 한다면 무엇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단단하고 건강한 장애인 운동 조직을 하나 만들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비록 가진 게 없지만, 새롭게 길을 개척하는 모험을 해볼 수 있을법한 실험 공간 같은 곳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들야학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해서 탄탄하고 건강한 장애인권 단체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대학을 졸업한 2001년,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가 발생하면서 21세기 한국 사회 장애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된 ‘이동권’ 운동이 활발하게 시작됩니다. 그때 이동권을 위해 모인 장애인이동권연대의 간사 단체 역할을 노들야학이 하게 됐고요. 이동권 운동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조직적으로 확장하게 돼요. 그리고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재정돼 결실을 맺게 되죠. 장애인이동권연대가 4년 넘게 활동하면서 연결된 사람들과 단체들이 모여 그해 10월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범하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꿈꿨던 목표를 생각보다 빨리 이룬 셈이에요. 조그만 일익을 담당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어요.


장애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장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 카카오임팩트


Q. 현장 활동뿐만이 아닌 연구에도 매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어려움이 정말 많지만 ‘장애인의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 외에는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한 내용들이 부재하다시피 했어요. 예를 들어 여성 차별 문제를 얘기할 때는 여성학 혹은 페미니즘을 매개로 여성들이 어떤 사회적 억압을 겪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들이 필요한지 설명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데요. 장애 문제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죠.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장애인 운동이 일찍 시작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장애학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장애학을 국내에 소개하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연결되고 확장되며
실질적인 힘을 얻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평소 연구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0년대 중반까지 현장 활동가로 일하다가 장애 담론 연구소인 ‘노들장애학궁리소’를 만들고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연구 생태계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힘을 증폭시켜주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에서는 장애학이 많이 낯설어요.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많은 분들과 연결돼 작업해나가면서 국내에도 토대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마이너는 장애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수자들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는데요. 장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중요한 건 장애인 당사자들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고 생각해요. 비마이너를 매개로 그들의 목소리가 연결되고 확장되죠. 서로 코드가 맞지 않으면 ‘아’라고 얘기해도 상대방이 ‘어’라고 듣잖아요. 저희는 조금 더 비판적이면서도 친절하게 잘 풀어내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장애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다듬고 정리해 우리 사회의 문법을 연결시켜 풀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장애학은 현장의 장애인 운동과 언제나 함께 연결되어 있고 함께 가는 학문이에요.


Ⓒ 김도현


Q. 수많은 활동을 하면서 특히 뿌듯한 결과물을 꼽는다면요?


국내에서 유일한 장애학 시리즈인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번역물 작업을 2011년부터 시작해 현재 14권 정도의 번역서가 나왔어요. 그중 네 권 정도는 직접 번역했죠. 현장의 고민들을 담은 책 <장애학의 도전>도 2019년 발간했는데요. 2020년 대한민국 출판인들이 뽑은 국내 도서 10권에 선정됐어요. 비마이너를 통해서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획 연재물 콘텐츠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책으로 내보자는 연락도 꽤 많이 받았어요. 대여섯 권 정도는 단행본으로 출간했죠.


장애학 연구작업을 하면서 장애인 노동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 자연히 관련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됐고, 한 재단에서 진행하는 논문 공모전에 ‘공공시민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기반해 중증장애인들을 공적으로 고용하는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라는 새로운 제도 개념을 제출했죠.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고 현장의 단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면서 지난해 서울시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가 처음으로 시작됐습니다. 올해부터 경기도에서도 동일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요.


이전에는 ‘중증장애인이 무슨 노동을 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로 바꿔나갈 수 있겠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그분들의 생애 첫 일자리인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분들이 생애 첫 월급봉투를 받고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굉장히 뿌듯했죠.


Ⓒ 김도현


대한민국에서도 장애인들이
더 이상 시설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상식이 되는 미래를 꿈꿉니다.


Q.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활동 목표는 거창하진 않아요.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평등하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삶이 한국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거죠. 최근 장애인권 운동이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탈시설’ 문제입니다. 여전히 3만여 명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돼 시설에 수용되어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분들이 시설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제도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12월 10일 탈시설지원법을 국회에 발의했어요. 이 작업이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진 않아요. 기본적인 법적·제도적 틀을 만들고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겠죠.


제가 그려보는 근미래의 모습은 10년 후쯤이면 한국 사회에서도 장애인들이 더 이상 시설에서 살지 않는 게 상식이 되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노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죠. 저 혼자가 아닌 주변 동료들과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요.



김도현 펠로우와 함께 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kakaoimpact.org/fellow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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