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펠로우ㅣ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동훈 펠로우는 재난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가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정책을 제안하는 재난 안전 회사 ‘라이프라인코리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금. 시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위기 대응의 주체로 발돋움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가는 김동훈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서로가 서로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이것을 커뮤니티 방재라고 해요.
Q.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 김동훈입니다. 저는 선진국의 시민안전훈련 프로그램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개발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직업으로 설명하자면 ‘재난사회복지사’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생존’과 관련된 구조활동을 소방관이나 의료진분들이 맡으신다면, 그 이후의 이재민을 돌보거나 응급복구를 돕는 등 ‘생활’과 관련된 일이나, 평상시에 시민들에 대한 재난안전교육을 저희와 같은 사람들이 맡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Q. 어떻게 재난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셨나요?
지난 20여 년간 24개국에서 국제구호활동을 해왔어요. 주로 학교를 짓고 우물을 파고 소득증대사업도 하는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런 구호활동 중에 그 나라에 재난이 발생하면 우리 전문분야가 아니더라도 주민들을 돕기 위한 최선의 활동을 찾아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국제적 재난현장에서의 구호활동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쌓인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재난대응을 제 분야로 삼게 되었어요.
수십 년 동안 한국에는 자원봉사, 사회복지, 사회적경제와 같은 공익분야가 많이 성장했지만 재난분야는 사회인식이나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봐요. 이제 재난은 일상의 위기가 되어가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 교육받고 체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일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해보자는 사명감이 생겼죠.
Q. 하시는 일 중 ‘커뮤니티 방재’라는 분야도 있는데요, 이 말을 생소하게 느끼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공동체가 스스로를 구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문적인 구조팀이 도착하기 이전이라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평상시에 이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작은 교류관계라도 있어야 재난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커뮤니티가 촘촘할수록, 이웃이 이웃을 서로가 서로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런 것을 ‘커뮤니티 방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교육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외부의 구조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면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울 수도 있어요. 뿐만 아니라 현장에 전문 구조자가 도착해도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은 누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가 일거예요. 그걸 알아야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이런 부분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과 이웃들이 될 수 있어요.
여러 국제구호활동가들이 집단의 공동체성이 높을수록 구호활동이 잘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 마을공동체가 끈끈하면 재난이 났을 때 마을 사람들 스스로가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서로가 서로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것이죠. 이런 때는 외부에서 들어간 구호활동가들의 숫자가 적어도 마을 사람들의 협력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요. 여러 현장에서 ‘마을이 스스로를 구하는 힘’은 구호활동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힘들이 더 효과적으로 발휘되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재난 교육도 재밌을 수 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공동체 안의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Q. 커뮤니티 방재의 중요성이 이해되는데요. 실제로 재난 관련해서는 어떤 교육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나라에도 많이 확산되어 있는 심폐소생술이나 소화기 사용법 같은 교육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여러 재난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리고 같은 교육이라도 해도 우리 몸에 체화되게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익함뿐만 아니라 재미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방재 에듀테인먼트’, ‘교육’과 ‘즐거움’이 합쳐진 재난안전교육을 도모하게 되었어요.
그 일환으로 ‘생존배낭 워크숍’,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온라인 재난훈련’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서 해보고 있어요. 한 예로 ‘재난 구호소 체험캠프’는 2018년에 처음 다른 기관들과 함께 준비해서 진행해 보았는데 서울지역부터 많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체육관을 빌려 재난 대피소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대피 생활을 실제 해보는 거예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족들과 캠핑 나온 것과 마찬가지예요.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놀다 보면 어느새 재난훈련이 되어가는 거지요. 가족들이 무척 좋아하고 서로 간의 연결고리도 좀 더 좋아지는 효과들이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확산시키지 못한 프로그램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방재 운동회’라고 하는 프로그램인데, 운동회의 모든 종목을 협동형의 재난훈련으로 바꿔서 경기처럼 진행하는 거예요. 이런 프로그램읕 통해 재난상황에서도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100% 온라인 훈련이나 온오프라인을 섞어서 하는 훈련, 소규모 그룹에 찾아가는 재난훈련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Q. 재난훈련에 재미를 결합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필요한 교육을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게 진행해서 효과적으로 체화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참여자분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재 참여하겠다는 분들이 꽤 많은 편이에요.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설문조사 자체가 힘들 수 있는데, 하루는 어느 어린이집에서 교육 끝난 후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아이가 문가에 서서 교육 끝나고 물건 정리해서 떠나는 저희를 보고 “다시 꼭 오셔야 해요. 꼭이요.”를 몇 번이나 말하면서 저희가 안 보일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더라고요. 이럴 때는 감동을 안 먹을 수 없어요. 우리의 방향성이 맞다는 생각도 들고요. 더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게 되죠.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에는 셰프 분들과 함께 재난 상황에서 먹을 수 있는 비상식 레시피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전기도 나가고 물도 거의 없고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고, 그에 맞는 레시피를 함께 요리해보는 거예요.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교육에 참여하신 분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던 셰프들도 자신들의 재능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재난 시에도 약자가 생겨요.
이들을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모두가 재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에서 더 채워나가고 싶은 부분도 있으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재난약자’에 대한 부분이죠. 예전 강원도 산불 지역에서 있었던 일인데 할머니 한 분이 대피를 나오시면서 집안에 ‘틀니’를 두고 오셨어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틀니가 없기 때문에 할머니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거든요.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식사까지 못하게 되시면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거대한 재난 상황에서 오로지 할머니 한 분을 위해 따로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어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재난구호는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이를 돕는 거예요. 식사에 있어서도 되도록 많은 인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소외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어요. ‘이유식’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환자식’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앞서의 할머니처럼 특별히 따로 챙겨드려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어요. 재난상황에서 보통의 경우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분들이 있는데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재난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재난약자 분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시스템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봐요. 그래서 작년에 개발한 롤플레잉 프로그램 ‘재해행동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이렇게 재난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재난약자들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했어요.
Q. 마지막으로 재난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 아들이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이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바라는 건 사실 하나뿐이죠. ‘아이들만이라도 안전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거예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의 중요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건 아이들에게만 열심히 가르쳐서 되는 일은 아니에요. 아이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해요. 지금의 재난안전교육 내용들에서 성인 중심이지 않을까, 개인 중심이지 않을까, 남성 중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여러 번 해보았어요. 여성, 아동, 노인, 가족, 장애인 등등 모두가 각기 자신에게 맞는 안전 교육을 받아야 서로가 서로를 구하며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결과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과 기관들이 함께 변화를 도모해야 해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듯이,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도 한 마을이 필요합니다.
김동훈 펠로우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