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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Oct 14. 2021

기후 재앙을 늦출 수 있는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김보림 펠로우ㅣ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청소년기후행동'은 심각한 기후 위기로부터 어느 누구의 삶도 무너지지 않도록,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상임활동가로 기후 위기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김보림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기후 위기는 단지 북극곰에게
미안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보림입니다. ‘누구나 기후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가장 큰 원칙으로 삼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은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단체인데요. 청소년, 청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기후 파업이나 기후 소송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Q.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텀블러를 열심히 쓰는 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기후 위기 문제는 북극곰에 대한 연민, 미안함 정도로 여기는 정도였지 제 삶에 위협이 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그러던 중 2018년, 살인적인 폭염이 왔을 때 ‘이건 좀 문제가 있다' 싶었어요. 저희 집은 매년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만 여름을 났는데, 그 해에는 집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야외에서 일을 하던 분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고 집에 머물던 사람들조차 폭염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를 보며 안전한 집이 공포의 공간으로 다가왔어요. 기후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기만 한다면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 등 사회적 약자들이 더 빨리 목숨을 잃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비로소 이 문제에 대해 체감하게 됐죠. 그러면서 기후 위기 문제가 남의 나라 문제이거나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달았습니다. 이후 이 문제를 재정의하고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죠.


Ⓒ청소년기후행동


돈도 권력도 없는 청소년/청년이지만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되기만 바라며
손 놓고 있을 순 없었어요.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서게 됐죠 


Q.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은 후 청소년 기후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까지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폭염 때 가족 한 명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재난이 닥쳤을 때 무력해지고, 이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작은 실천 정도인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공부하고 관심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기후위기는 점차 심각해지기만 했고 한 번도 해결이 된 적이 없어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성장한 사회구조 안에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서 내 가족을 한 명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무언가라도 해야 된다는 것이 선명해졌어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다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됐는데요. 모두 10대나 20대였어요.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말하고 요구하기보다는 앉아서 배우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었지만, 기후위기라는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기를 바라며 파국으로 달려가는 걸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죠. 우리가 뭐라도 해야 되지 않냐는 고민을 하며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서게 됐어요. 


Q.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청소년 기후행동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레타 툰베리가 학교에 출석하는 대신 국회 앞에 서서 스웨덴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청소년과 청년을 중심으로 한 기후 운동의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청소년기후행동


우리도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일단 하기로 했어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죠. 처음에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도 했어요. 청와대로 행진을 하기도 하고 서울시 교육청으로 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전했죠. 그러다 계속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후로 저희의 목소리를 편지의 형식을 빌려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는데요. 15명의 의원에게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법안 등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그 편지가 83명에게 퍼지며 실제로 관련 정책이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줬어요. 우리가 한 행동이 가지고 오는 변화들을 마주했죠.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이 무슨 정치참여냐고 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저희는 소수였지만 이 과정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 몇 천 명이나 되는 시민들의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기후 문제를 정책화하는 등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때 변화가 가능하단 걸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이 정치 참여를 하면 ‘청소년이 무슨 시위냐’, ‘대학 가서 열심히 해라’는 시선이 많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기 전 기후위기를 충분히 안전한 수준으로 막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위기를 직면한 누구나 스스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Q. 기후변화 문제를 위트 있게 알리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이런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요?


기후 문제가 너무 거대하고 어렵다 보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일상의 언어와 문화를 기후위기 문제에 접목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일례로 기후위기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겉으로만 위기에 대응을 하는 척하는 모습들이 몇 번 사진으로 연출된 적이 있어요. 정부에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서도 국제 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홍보하던 때였죠.

 

이렇게 ‘하는 척’만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정의롭지 못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 회의 당시 217kg에 썩은 당근을 쏟는 퍼포먼스를 했어요. ‘당근을 흔들어주세요’라는 밈을 활용한 캠페인이었죠. 결석 시위를 할 땐 기후대응 성적표를 만들기도 했고요. 박스를 주워다 피라미드를 만들어 청와대에 정부의 기후 대응 성적표와 함께 전달하기도 했고, 과학이 예측하는 이대로 온실가스를 막대히 배출할 때 마주할 기후 재난들을 바탕으로 행운의 편지를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보내기도 했어요. 유튜브를 하면서 익숙하게 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이며 누구나 쉽게 함께할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기후 운동 안 하는 삶,
이 문제가 해결되어 동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꿈꿔요.

Q. 활동을 하면서 꿈꾸는 장면이 있나요?


가장 좋은 건, 기후 운동을 안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변화를 요구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할 수 있고, 그냥 평범한 일상 자체가 너무 당연한 그런 미래가 있으면은 좋지 않을까. 결국 청소년기후행동의 멤버들, 함께하는 시민들이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려져요. 


이걸 위해서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에서 시작한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위기라는 문제의 당사자라면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창구가 되는 것이 지금 저희의 목표예요. 처음 활동을 시작하던 2019년에는 기후위기라는 단어 자체를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피켓을 들고 돌아다는데, 요즘엔 함께하자고 먼저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피부에 느껴지는 변화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청소년기후행동


그렇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온실가스가 줄었어?’, ‘심각한 위기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야?’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민들의 움직임이 커졌다고 해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고, 그런 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 많겠죠?


그럼에도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지금 당장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각자가 마주한 기후위기와 이 문제로 인한 취약성이 다르더라도, 모두가 당사자로서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하고 제대로 된 기후 문제의 대응을 요구한다면 분명 더 제대로 된 변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보림 펠로우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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