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 펠로우ㅣ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윤지 펠로우는 버려지는 아기가 없도록 도움이 필요한 위기 부모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는 사단법인 비투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상류에 가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솔루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김윤지 펠로우가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뭐라도 하고 싶다'라는 내면의 반응이
저를 여기로 이끌었어요.
Q. 간단히 자기소개해주세요.
아기를 기르는데 어려움을 겪는 위기 부모들이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사단법인 비투비'의 대표 김윤지입니다.
Q. 원래는 공공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일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던 중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3년 11월쯤에 베이비박스 기사를 보게 됐어요. 아이들이 베이비박스로 들어온다는 기사를 였는데, 내면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났어요. ‘뭐라도 하고 싶다’ 하고요. 바로 베이비박스 측에 전화해서 아기 돌보는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게 시작이었죠.
2년여에 걸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당시에 베이비박스에 대한 관심이 많던 시기라서 언론 보도가 계속되었어요. 그런데 보도가 되고 문제가 해결된다기보다는 계속 같은 기사,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범죄', ‘무책임한 부모들에게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보도되고, 이 기사는 결국 베이비박스가 있어야 하냐, 없애야 하냐로 귀결되었어요. 해마다 들어오는 아기의 수는 늘어 가는데, 이 아이들의 수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이걸 해결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2016년에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은 의지를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봤어요.
Q.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문제 해결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문제 해결을 위해 베이비박스 프로젝트가 처음 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제일 먼저 했던 질문은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상황에서 찾게 되는 것일까?’ 였어요. 이걸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데이터를 찾았는데, 이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리된 데이터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것부터 하자고 생각했죠. 2009년에 베이비박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2014년도 말까지 들어온 아기 500여 명의 부모들, 그러니까 한 1000명 정도 되겠죠. 그 부모들의 상담일지를 전부 분석했어요.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지, 베이비박스로 오기 전까지 이들이 경험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어요.
Q.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이었나요?
분석을 해보니까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들은 사회 시스템 밖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주거가 불안정한 경우, 또 원가족으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요소들을 하나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물려서 경험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베이비박스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사회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자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30%의 부모가 아기를 다시 데려갔다는 거예요. 그전까지는 ‘아이들을 버린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임시 보호소의 역할로 베이비박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죠. 위의 상황에 처한 부모들도 아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키우고 싶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부모가 아기를 키우고 싶은 의지'를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봤어요.
문제가 진행되는 과정을
하나의 강이라고 하면,
강 상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어요.
Q.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가 이후 비투비의 활동 방향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은 의지를 어디서 또 봤냐면, 많은 부모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인터넷에서 아기랑 나랑 어떻게 같이 살지를 찾아본다는 사실을 통해서였어요. 이렇게 임신과 출산, 이후 삶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뒤에 최후의 선택으로 베이비박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걸 알고 제가 관련 정보 찾는 작업을 해봤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찾아도 정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요.
저희는 부모가 정보를 찾는 기간, 그러니까 임신 사실을 알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기간을 아이와 골든 타임이라고 봤어요. 그 골든타임에 부모들이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살 수 있겠구나'하는 정보와 자원을 연결해주면 출산 후 베이비박스로 이어지는 흐름을 아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을 하나의 강이라고 하면, 강 상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거예요.
Q. 강 상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나요?
위기에 처한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품(Puum, 이하 품)’을 기획하게 됐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했어요. 품은 아기를 지키고,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찾을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위기 부모를 위한 정보는 찾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품에서는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자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개인의 정보를 입력하면 도움이 필요한 정보와 매칭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에 플랫폼을 론칭했는데, 만 2천 명 이상의 사용자가 들어왔고, 페이지뷰 수도 19만 뷰 정도 돼요. 플랫폼에서 맞춤 정보를 이용한 회원도 7백여 명 정도 되고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사용자가 느는 걸 보면 그만큼 이 서비스가 필요했다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품 말고도 ‘베라톤'처럼 시민들이 문제 해결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도 만들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네. 사회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이 바뀌어야 되는데, 그 인식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는 문제 해결의 과정에 이 사안에 관심 있는 사회 구성원을 참여시켜서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랫폼 품을 기획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베라톤(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리서치 마라톤)’이라는 워크숍을 통해 정부나 민간의 자원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10회에 걸쳐서 2년여간의 시간 동안 진행했는데, 한 번에 10~20명 사이의 시민들이 꾸준히 참여해 주셨어요. 자기 계발이랑 관련된 일도 아니고 봉사 점수가 되는 것도 아닌데 직접 찾아와서 이걸 해주시는 걸 보면서 큰 감동을 받기도 했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하려고 해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부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해요.
Q. 2021년 하반기, 비투비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비투비는 아기들이 버려지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조직인데요, 저희가 위기 부모를 지원하면서 보다 보니까, 위기 상황을 넘겼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해야 아기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는 지원이나 수당을 넘어서 부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해요. 일반 구직 플랫폼에서도 일을 구할 수 있지만, 부모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취직을 하고 일을 이어가기가 힘든 경우가 많더라고요.
Q. 김윤지 펠로우, 그리고 비투비가 원하는 변화의 장면은 무엇일까요?
결국은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부모와 아기가 없어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 비투비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요. 조직의 이름인 비투비는 아기를 키우는 모든 부모를 위한 사회자원이 흐르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은 이름인데요, 이름처럼 저희가 영향력 있는 통로가 되어서 원하는 세상이 앞당겼으면 해요.
김윤지 펠로우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