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강 펠로우ㅣ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사강 펠로우는 이주민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다양한 주체와 연대하여 이주민 정책을 개선하며 인권 옹호 활동을 펼치는 연구활동가입니다. 우리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인 인권을 누리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이주민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는 용기를 만들고 있는 김사강 펠로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주민들을 만나 인터뷰 한 지 2년,
책상 앞에 앉은 연구자로만 살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주민 인권 옹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주와 인권연구소’의 김사강입니다. 저는 유학생으로 외국에서 7년 정도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주'와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침 학교에서도 국제 이주, 이주민 커뮤니티, 이민 정책과 관련한 수업이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유학 생활 전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주민들이 도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얘기를 논문에 담고 싶어 이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Q. 연구자에서 활동가로서 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요?
한국에서 이주민들을 만나며 처음에는 거의 같이 생활하다시피 했어요. 아프다고 하면 같이 병원도 가고 돌잔치에도 참석했죠. 친해져야 얘기도 하고 인터뷰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주민 커뮤니티마다 우리의 추석 같은 명절이 있는데요. 함께 음식 준비도 하고 먹기도 하며 가까워졌습니다. 친해진 후 논문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논문이 뭐냐고 하더라고요. ‘논문은 책 같은 거예요’ 했더니 책을 내면 우리가 사는 게 달라지는지, 우리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는지 묻더라고요.
노력해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다시 유학을 하고 있던 나라로 돌아가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지만 2년 후에 다시 와서 만난 그분들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더라고요.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했죠. 그때 책상 앞에 앉은 연구자로 살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에는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했지만 이제는 변화시키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활동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단체를 찾다 이주와 인권연구소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이주민들도
교회 다니고, 학교 다니고, 일하고.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Q. 유학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대한민국 내 이주민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신 것처럼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크진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이주민들도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대한민국에 살면서 아이도 낳고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요.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학부모이기도 하며 주민으로도 살고 있어요. ‘이주민은 노동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주 아동도 있고 노인이 된 분도 있죠.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주로 굉장히 불쌍한 사람들, 범죄를 저지르거나 저지를 것만 같은 사람들로만 비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 쫓아내야 된다’부터 시작해서 부정적인 얘기들이 나와요. 실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안타깝죠.
여전히 우리는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다른 민족 혹은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마주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양한 측면에서 이주민들을 바라봤으면 좋겠고,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주민의 권리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Q. 이주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신가요?
한국은 여전히 모든 법이나 제도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주민들이 제도적으로 배제되기도 하고 차별받기도 해요. 국적이나 체류 자격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같은 사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 이주민들의 인권과 권리가 우리만큼 보장되는 사회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주민 인권 옹호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악법은 법이 아니에요.
바꿔야 하는 것이죠.
Q. 이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 연구할 뿐 아니라 정책 제언 및 에드보커시 활동까지 하고 있어요. 제도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문제들은 기존의 법이나 제도의 테두리에서 해결이 가능해요.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노동청에 진정을 할 수 있고 국적에 상관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법에 없는 것들도 있어요. 산재를 당해 장애가 남은 이주민들이 대표적인 사례죠. 장애가 남았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데요. 현재 산재보험법에서는 산재 보상만 해주고 끝이에요. 후속치료나 재활을 위해 체류 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아요.
만약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동이 있다면 국적과 상관없이 재활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의 범위를 협소하게 정하고 있어요. 외국인이 장애인 등록을 하더라도 예산이 소요되는 장애인 복지 서비스는 제한을 둬요. 장애인 등록증을 가질 뿐이지 실제로는 장애인으로서 국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거죠. 법과 제도가 있어도 관행이 그렇다며 행정기관의 담당자들이 외국인에게 적용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도 많아요.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바꿔나갈 수밖에 없죠. 악법은 법이 아니에요. 바꿔야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저 혼자는 할 수 없고 굉장히 많은 활동가, 단체들과 연대를 해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필요할 때는 공익변호사들과 같이 소송도 하고요.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에게 보장되고 있는 권리 혹은 취약 계층에게 주어지고 있는 서비스를 이주민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면 제도 개선 활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반복되기만 할 뿐이죠. 현장 활동가들은 개별 상담과 인권 침해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만 하기에도 벅차고 학자나 연구자는 다음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제언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죠.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과 같이 연구, 조사를 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같이 얘기하면 연구 보고서든 뭐든 나오잖아요. 그러면 그때부터 저희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됩니다. 우리가 제시한 대안이나 법이나 제도들이 바뀔 때까지 싸워야 해요.
인권은 한정된 재화가 아니에요.
최저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 수준이 올라올 때
사회 전반의 인권도 함께 올라올 수 있어요.
Q. 어떤 사회를 꿈꾸시나요?
몇 년 전, 이주 인권 단체들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보고서 제목을 <최저보다 낮은>이라고 정했죠. 조사 결과를 보니 최저임금보다 못 받는 사람, 최저기준에 못 미치는 숙소에 사는 사람이 반이 넘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최저보다 낮은 대우를 받고 최저보다 낮은 생활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제목을 붙였어요.
제가 활동하면서 듣는 욕 중에 하나가 ‘인권팔이’라는 게 있는데요. 인권을 팔고 싶어도 안 팔려요.(웃음) 이 얘길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것을 이렇게 딱 한정된 재화같이 생각을 하는구나. 그래서 저 사람의 인권이 보장이 되면 내가 가지고 있던 인권은 사라진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희가 하는 이주민 인권 운동은 최저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끌어올리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의 인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죠. 최저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 수준이 어느 정도 될 때, 사회 전반의 인권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꿈꾸는 사회는 바로 그런 사회죠.
이 얘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Q. 그 길이 왜 이렇게 멀고 험난할까요?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라는 것은 이상적인 선언 같지만 사실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요. 그것이 이루어지는 게 문명사회고요. 저는 아직도 우리가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적자생존이고 각자도생이에요. 서로 경쟁하고 뺏고 빼앗다 보니 인권도 그렇게 된 거 같아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되는데 그 사람답게 살 권리마저도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사람답게 살 테니 너는 저 밑에서 좀 기다려’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건 야만이죠. 진짜 문명화된 사회로 가려면 같이 가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 사람의 인권이 보장이 되면 내가 가지고 있던 인권은 사라진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정말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의 인권이 보장된다면 당연히 나의 인권도 보장되는 거고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돼요. 그런 측면에서 이주민 인권에 대해 너무 편협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의 얘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사강 펠로우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