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ㅣ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김지연 펠로우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가들을 위한 심리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활동하면서 겪게 되는 대리외상, 소진, 사이버불링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쉼과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갑니다. 활동가의 건강한 삶을 돕는 김지연 펠로우의 활동은 개인의 회복뿐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활동가 곁에서 마음의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김지연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살다 보면 누구나 마주하는 뜻밖의 일,
그럴 때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활동가 심리지원을 해오고 있는 ‘뜻밖의 상담소’의 공동대표이자 상담심리사 김지연입니다. 뜻밖의 상담소는 ‘세상을 안전하게, 일상을 다정하게, 함께’를 지향하고 하고 있어요. 살다 보면 누구나 뜻밖의 일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뜻밖의 상담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는 친구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자살률이 너무 높다며 치유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와서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첫 직장을 관두고 쉬던 때라 어떤 프로그램인지 보러 갔다가 정혜신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때 사회적 차별이나 억압으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상담실 안에서만 상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심리지원을 해오던 '와락치유단'에 합류하면서 현재 뜻밖의 상담소 공동대표인 오현정 선생님을 만났고,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상담사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고민하게 되었어요. 고통스러운 마음 곁에 있다 보면 소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담사들은 자기돌봄과 소진 방지에 대한 노하우를 한가득 가지고 있어요. 이를 나누고 활동가 마음건강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고 싶어서 뜻밖의 상담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행동하는
활동가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Q. 활동가들의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심리상담에서는 내 감각, 내 느낌, 내 속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현실을 수용하면서 소통해나간다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나를 잘 아는 것 만으로는 부족해요. 나답게 살아도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나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적 시선과 이에 대한 법, 제도의 마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활동가들이잖아요. 활동가들은 부당한 환경에 맞서 싸우고 앞장서서 변화를 요구하는데 ‘한 영역에 활동가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해봤을 때 그 영역의 정신건강이 초토화되겠구나 싶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활동가는 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치유하는 광범위한 치유자이고, 어쩌면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뜻밖의 상담소에서 활동가 심리지원을 하지만 사실은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망을 만들어주고 있는 거죠.
Q. 처음 활동가들을 상담하기 시작했을 때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무기력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 때 내가 가진 기술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활동가 상담을 시작하게 됐어요. 활동가들을 만나며 상담사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통을 겪는 이들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은 치유의 과정과 닮아있었어요.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무엇을 말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는 존재인지 안내하는 역할도 상담사의 그것과 같았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활동가들이 해오며 우리의 마음을 지켜주고 있지만 그 활동들이 마치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비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치유적 기능을 하는지, 활동이 개인을 얼마나 내적으로 성장시키는지 알리고 싶어 졌어요.
Q. 상담을 받은 활동가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피해자 지원을 하는 한 활동가는 항상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일을 하다가 온전히 나의 느낌과 내 존재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오랜만에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한동안 의제를 중심으로 살아왔는데 나를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는 분들도 있고요. 우리의 마음 건강은 개인의 힘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울이나 불안을 약으로만 해결할 수 없어요. 속을 터놓아도 상처 받지 않고, 뭘 잘하고 못하는지로 평가받지 않고, 내 편이 되어 끄덕이는 다정한 시선 속에서 힘을 충전합니다. 활동가의 자기돌봄 여정을 매달 발행하는 뜻밖의 상담소 뉴스레터 마지막 코너에 싣고 있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살펴봐주세요.
활동가들이 소진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혼자 동분서주하지 않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어요.
Q. 활동가들을 위한 생애 주기별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활동을 하시고 싶다고요.
우리가 언제 스트레스를 받냐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리거나 통제감을 잃었을 때에요. 코로나19가 더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고 어떻게 해볼 수 없어 막막하고 힘들어지는데요. 그래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을 미리 알면 소진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어떠한 활동을 하다 보면 대리 외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해보는 게 필요해요. 소진감을 많이 느끼는 5~6년 차에는 휴가를 내고 쉬는 것 이외에도 회복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 제공되면 좋겠어요. 혼자 상담센터를 알아보거나 병원을 찾아다니느라 힘을 빼지 않도록 가이드를 주기도 하고요.
Q. 뜻밖의 상담소를 운영하며 어려운 순간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상담사의 역할에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이 더해지며 활동의 무게를 느끼고 있어요. 상담뿐 아니라 뉴스레터 제작, 홍보물 만들기, 제안서 작성과 같은 일들을 함께하고 있어요. 해보지 않았던 모금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요. 낯설어서 어려운 면도 있지만 ‘아, 활동가분들이 이렇게 해오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면서 더 공감되는 지점들이 생겨났어요. 인권활동가 마음건강 기초 조사를 실시했을 때 호소하셨던 내용 중 하나가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역할을 해야 된다는 거였거든요. 이런 상황이겠구나를 더욱 잘 알 수 있게 됐죠.
마음건강에 대한 관심은 사회 전반으로 활발한 상태인 것 같아요. 서점에만 가봐도 굉장히 많은 심리학 책이 있고 마음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됐죠. 이런 분위기에서 활동가들의 마음 건강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열려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만 생각한다면 무척 힘들 거예요. 그냥 우리가 같은 마음으로 모여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요.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서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와닿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Q. 뜻밖의 상담소를 통해 앞으로 더 해나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청년주거 환경’이라고 하면 원룸 이미지 등 시각적으로 떠오르는 게 있지만 마음 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상담사는 가장 가까이에서 마음들을 보는데, 세상에는 마음의 고통이 통계로만 얘기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미지나 움직임 등 마음 건강을 눈에 보이게끔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슬아슬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 공감할 수 있게요. 심적 고통을 충분히 말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기 위해서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연 펠로우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더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