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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Oct 14. 2021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무업기간, 진짜 나를 찾으려면?

박은미 펠로우ㅣ니트생활자 공동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박은미 펠로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무업 기간, 가상의 회사 놀이 ‘니트컴퍼니'를 통해 청년들이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키워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뭐라도 되겠지!” 삶에는 정답이 없기에,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청년들에게 일상을 이어나가는 계기가 생기기를 바란다는 박은미 펠로우. 박은미 펠로우가 만들고 싶은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 함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무업 기간을 보낸 경험이
니트생활자를 시작하게 했어요.

Q.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무업 기간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연결되는 커뮤니티 플랫폼 ‘니트생활자’를 운영하고 있는 박은미라고 합니다. ‘쿵짝’이라고 불러주세요!


Ⓒ박은미


Q. ‘니트생활자’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어떻게 설립하게 되셨나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 ‘니트(NEET)’는 무직 상태인 동시에 이를 위한 교육 역시 받고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저 역시 이런 ‘무업 기간’을 여러 차례 경험한 사람이고요. 그땐 정말 항상 똑같았어요. 혼자 집에만 있고, 그러다 보니 불안해지고. 하루하루 무척 괴롭더라고요. ‘내가 다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조바심을 내면서 구직 활동을 했어요.


어렵게, 마지막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고, 이것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회사가 나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퇴사를 하게 됐고요.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경력이나 자격증으로 사람들에게 판단받지 않는 일을 해야 하겠다고요. 그렇게 같이 퇴사한 동기와, 우리처럼 무업 기간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 보자’라는 생각에 니트생활자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어요. 


Q. 실제로 니트생활자를 운영하는 방식이 궁금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있는지 소개해주신다면요?


가상의 ‘회사 놀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무슨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생각보다 단순해요. 회사에서 하는 것들을 다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매일 아침 9시, 사원들이 온라인 채팅방으로 ‘출근’을 하고요. 주어진 업무를 시작합니다. 이때 업무라는 건 자기가 정한 일을 니트컴퍼니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하는 거예요. 사원들이 직접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요. 물 마시기부터 양치하기, 앵무새 훈련시키기, 그림 그리기, 자격증 시험공부까지. 무엇이 되었든 그 업무를 매일매일 해낼 수 있도록 저희 운영진이 체크해요. 그렇게 업무를 마치고 6시가 되면 ‘퇴근’을 합니다. 


저희 역시 ‘퇴사’ 시스템이 있는데요. 하지만 퇴사가 곧 끝은 아니에요. 니트컴퍼니 안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관계가 형성되면 그 안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들이 생겨나요. 실제로 ‘애프터컴퍼니’, ‘낯선컴퍼니’처럼 이름을 붙인 후속 모임들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회사 놀이가 끝나더라도, 그 관계를 아끼는 사람들끼리 또 다른 형태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게 저희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박은미


니트컴퍼니는 사람들이 ‘내면의 단단함'을 
얻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Q. 구직 활동을 할 때 ‘이력서 한 줄에 추가될 만한 교육 또는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있는데요. 이런 환경 속에서 교육 또는 훈련 프로그램이 아닌 방향성을 갖고 활동을 이어가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주변에서 되게 많이 물어보세요. 니트생활자의 목표가 무엇이냐고요. 사실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취업시키는 게 저희 목적은 아니에요. 교육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 이유는, 정답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격증을 딴다고 반드시 취업이 되는 세상도 아니고, 같은 맥락에서 컨설팅이나 교육을 받는다 해도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물론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단편적인 대처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요. 


니트컴퍼니에서 사람들이 ‘내면의 단단함’을 얻어갔으면 해요. 스스로가 자기 모습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지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시간들이 분명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고 싶은 것을 일단 하라’고 말해요. 그리고 그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에 신경을 써요. 지속해나갈수록 사람들은 성취감을 갖게 되고, 그것이 설령 굉장히 작고 사소할지라도 분명 안정감을 북돋아주는 데에 크게 일조하거든요. 그러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이 점점 늘어나요. 


지금까지 약 500명 이상이 니트컴퍼니를 거쳐갔는데요. 결국 저희가 하고자 했던 일은, 무업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어 이 불안한 시간을 ‘전환의 기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자신 안에 매몰되기보다, 좀 더 다양한 삶을 바라본다면 무업 기간을 좀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면의 단단함은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의지로 연결돼요.


Q. 말씀하신 대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란, 살아가는 동안 참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 성취감을 기반으로 우리는 과연 어디로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잖아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니까요. 니트컴퍼니에는 정말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요. 다만 직업이 없을 뿐인 거죠. 각자를 수식하는 타이틀을 모두 떼고, 본연의 모습으로 한 데 모일 때 소통 방식은 분명 달라져요.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을 땐 자기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 사람들이 하는 업무를 들여다보면 느끼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고, 나 역시 그 다양한 사람 중 하나라는 점이에요.


니트컴퍼니에 오신 분들은 서로의 활동에 대해 댓글을 남겨요. 응원과 지지의 댓글이기도 하고, ‘이 일 굉장히 특별하다!’고 다른 시선에서 말해주는 댓글이기도 해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내면의 힘이 생기죠. 그리고 그런 자신감이 ‘아,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의지로 연결돼요.


기억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처음 컴퍼니에 왔을 때에는 많이 다운되어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에 매일 자기 상태 올리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했었는데, 업무를 지속하던 어느 날 말하더라고요. “국장님, 저 지금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생겼어요.”라고요. 저희는 그게 정말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해주는 게, 참 고맙더라고요.


Q. 니트컴퍼니 사원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만큼, 컴퍼니 밖의 시선을 바꾸는 일 역시 중요할 것 같아요.


니트컴퍼니 생활을 마칠 때 저희가 종무식을 하는데요. 이때 ‘전시’를 함께 하고 있어요. 사원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업무를 소재로 전시회를 여는 건데요. 예를 들어 ‘매일 꾸준히 양치하기’가 업무였다면, 칫솔과 치약을 유리관에 씌워 세워놓는 거예요. ‘자격증 따기’가 업무였는데, 공부하는 동안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졌다면서 머리카락을 전시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전시물을 제출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초대해요.


그럼 다들 놀라는 거예요. “이런 걸 하고 있었어? 난 네가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너무 잘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요. 무업 기간에 놓인 청년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청년 본인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일을 생각해보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박은미


삶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다양한 삶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요. 

Q. 은미님이 추구하는 니트생활자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업 기간에 집에만 있으면 너무 힘들거든요. 그럴 때 언제든 와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따로 또는 함께 할 수 있고, 같이 밥 한 끼 하면서 힘듦을 토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명이 저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렇다면 그들이 선택하는 삶의 모습이나 일의 모습도 다 달라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지 않아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하면 불안요소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선택지가 한 곳으로 쏠리는 것 같아요.


그저 판을 깔아 주기만 해도 사람들은 힘을 가지고 나아가요. 그래서 저희는 열심히 판을 깔아주려 해요. 다양한 삶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니트생활자와 저의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니트 또는 니트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인터뷰를 위해 기자 분들을 만나면, 저희에게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세요? “니트는 어떤 사람들이에요?”라는 질문이에요. 그럼 저희는 말해요. “어떤 사람이긴요, 내 친구고, 동생이고, 이웃이에요.”


여전히 ‘니트’라고 하면, 방구석에 누워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또는 일하지도 않으면서 눈만 높은 사람들로 그려져 비난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니트는, 말 그대로 니트 ‘상태’인 것뿐이에요. 비난받을 사람들도 아니고요. 유별난 경험이 아닙니다. 그럼 쉬어갈 수도 있어야 해요. 니트가 되기 전, 누군가는 일을 했을 거고, 학교를 다녔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별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인 거죠.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던 우리니까, 무업 기간이어도 마찬가지로 즐겁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니트컴퍼니 사훈이 있는데요. 제가 가장 주변에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해요. “뭐라도 되겠지.” 삶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꼭,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박은미 펠로우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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