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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Oct 14. 2021

미생물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서동은ㅣ리플라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서동은 펠로우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리플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공장 사장님들이 행복해지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서동은 펠로우의 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Q.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 ‘리플라’의 대표 서동은입니다.


Q. 리플라는 재활용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희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들을 대상으로, 기존 생산되던 플라스틱의 순도를 향상해 더 높은 가격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오 탱크(균 소화조)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낮은 데는 분류 작업의 기술적 한계와 비용 문제가 있는데요. 저희는 이 문제에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리플라 팀. Ⓒ리플라


Q. 플라스틱 문제는 제로 웨이스트나 업싸이클링과 같은 캠페인 차원에서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리플라는 캠페인과는 결이 다른 접근인 것 같아요.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는 캠페인이나 활동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접근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꼭 필요해요. 


저는 재활용 공장들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장이 돈을 잘 벌어야 재활용 산업에 사람들이 더 많이 뛰어들고 이 산업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거든요. 그래야 이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고요. 그런 행복이 결국 높은 재활용 비율과 재활용 제품의 퀄리티에 기여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일에 대한 투자도 크지 않고, 기술적인 솔루션도 보급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죠.


Q. 10대 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고등학생 때 ‘전국 과학탐구토론대회’에 나갔어요. 당시 주제가 ‘도시 광산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도시 광산이란 핸드폰이나 전자기기에 있는 금속물질을 빼서 재활용하는 것을 말해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논문을 살피던 중 플라스틱 재활용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래서 금속보다는 플라스틱에 주목하게 됐어요.


우리가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라는 하나의 말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요. 재활용 플라스틱이 고품질로 납품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새롭게 생산된 플라스틱보다 50~60% 정도의 낮은 가격밖에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사실을 접한 후에 직접 재활용 공장에 알아보니, 이물질 분리가 더 세밀하게 이뤄져 고순도의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다면 재활용 공장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수익성이 높아지면 공장들이 더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련된 솔루션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리플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다시 제품으로
쓰이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Q. 플라스틱 재활용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텐데요. 리플라의 기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물질적, 화학적, 열적 재활용이라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물질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재활용시켜서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화학적 재활용은 보통 플라스틱을 석유로 환원시키는 걸 의미해요. 열적 재활용은 태워서 에너지만 얻는 방법이고요. 이 중에서 화학적, 열적 재활용은 환경적으로나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요. 


저희는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다시 제품으로 쓰이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물질적 재활용을 하는 게 가장 좋은데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복합재질이라 분류가 어렵죠. 저희는 연구 시작단계에서부터 PET, PVC, PS, PP, PE 이 다섯 가지 재질에 대해 한꺼번에 미생물 테스트를 했고, 현재 PP(폴리 프로필렌)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했어요. 여러 조합의 미생물을 300종 정도 보유하고 있고, 특허도 등록된 상황이죠.

저희의 기술로 만드는 바이오 탱크는 기존의 공정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한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재활용 공장에 바이오 탱크를 도입시키면 혼합 폐플라스틱을 넣었을 때 2~5%가량의 필요 없는 이물질 재질을 제거하고 순도 높은 단일 재질을 회수할 수 있게 돼요. 그러면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13%만을 차지하고 있는 물리적 재활용의 비율을 점차 높여나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카카오임팩트


Q. 플라스틱의 ‘순도’가 재활용에 있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물질 재질이 섞여있으면 플라스틱을 사출 해서 제품으로 재탄생시킬 때 문제가 생겨요. 각기 녹는점도 다르고 물성도 달라 식으면서 수축률이 달라지거나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재활용 공장의 고객인 사출공장 분들도 순도가 완벽한 것을 원하죠. 보통 한국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은 최대 98%의 순도, 가끔은 이 이상의 순도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여기에 섞인 2%의 정도의 이물질이 플라스틱의 납품가를 낮추고 있어요. 


예를 들어 선박에 있는 파이프 같은 경우에는 절대로 누수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조금이라도 크랙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제품으로 활용할 수 없고, 납품도 할 수 없죠. 원자재로써 그런 기본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순도가 낮은 플라스틱은 바구니처럼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판매되고 납품가도 그에 따라 낮아져요. 저희의 기술은 여기에 부족한 순도 2%를 0.35% 이하로 내려주는 역할을 할 거예요. 


힘든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도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할 수 있어요.


Q. 이런 연구와 기술 개발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잖아요. 꾸준히 하게 되는 동기가 있나요?


2016년에 연구를 시작해 지금 6년 차가 됐어요. 미생물학이나 생명공학 분야는 학위도 중요하고 실험의 신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반복 실험이 굉장히 많고 연구 기간 자체가 다른 분야 보도 훨씬 길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건 10년 이상은 걸리는 일이 될 거라고 각오했죠. 


지금도 많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펼쳐보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논문 저자나 재활용 공장 분들이 저희가 만들어가는 솔루션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큼 절실한 문제라고 얘기해주셨기 때문에, 이 솔루션을 통해 행복해할 얼굴을 생각하며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제 좌우명이 ‘힘든 길이 제일 빠른 길이다’인데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누구도 저와 같은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짜지 않았고, 연구 접근을 많이 해보지 못했다는 게 큰 원동력이 됐어요. 남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말하는 어려운 것들을 꾸준히 진행하고 좋은 결과를 냈을 때 뿌듯했던 경험이 많아요. 이 일은 힘들지만 그래도 제게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카카오임팩트


재활용 플라스틱 공장이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재활용률이 올라가면,
더불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거예요.

Q.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관심이 큰 도움이 돼요. 창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지만, 특히 2018년 중국이 실행한 플라스틱 수입규제가 환경부나 일반 대중분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것 같아요. 그런 사건과 반향이 재활용 공장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플라스틱의 순도를 올려야 한다는 동기가 되기도 했고, 환경부에서도 저희와 같은 기업들을 도우려는 과제나 지원산업이 많이 생겨났죠. 그래서 이런 관심은 많아도 모자라지 않고, 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리플라, 그리고 서동은 펠로우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플라스틱을 미생물 배양액에 넣었다가 다시 회수하는 형태의 바이오 탱크는 시장에 없는 상태예요. 재활용 공장이 도입할 수 있도록 최적화시켜나가야 하죠. 일차적인 목표는 내후년까지 이 바이오 탱크를 작은 스케일의 프로토 타입으로 만들어 시연해보고, 시연 영상을 확보하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재활용 공장과 시범사업을 함께 해 성공 레퍼런스를 얻으려고 해요. 그러면 다른 재활용 공장도 저희의 기술을 도입하기 더 쉬워지겠죠.


저희의 목표는 저희의 성장이 아니에요. 저희 고객인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분들의 행복과 이 산업의 채산성 향상이 목표죠. 재활용 공장들이 리플라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이 돈을 더 잘 벌었으면 해요. 그러면 환경적으로도 정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죠. 결국 고객의 만족, 그리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이 저희 리플라의 목표입니다.




서동은 펠로우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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