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임팩트 Oct 14. 2021

사람들이 연결될 때, 로컬은 어떤 힘을 가지게 될까?

이혜림 펠로우ㅣ생태전환마을 내일 활동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혜림 펠로우는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활동가입니다. 제로웨이스트 플랫폼 ‘내일상회'를 운영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 안팎으로 존재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이혜림 펠로우는 자신의 일을 ‘구슬 꿰는 일'이라고 일컫습니다. 이혜림 펠로우와 함께 지역의 다채로운 목소리들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강릉을 저의 삶터로 만들고 
여기서 우리의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보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생태전환마을 내일 협동조합의 활동가이자 지역, 여성, 환경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혜림입니다. 현재 강원 강릉 지역에서 청년이자 여성, 활동가이자 청소년들의 조력가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여러 사회문화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또 지역 활동가들을 연결해 그들이 소진되지 않고 서로를 돌보고 질문하는 지속 가능한 삶이 있는 지역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Q. 강릉에서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강릉에 살게 된 지는 6년 정도 됐어요. 강릉의 친구들이 지역에서 뭔가 해보자며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공동체도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해줬거든요. 그렇게 강릉살이를 시작하게 됐죠. 지역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저희와 같은 청년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새로운 일이었죠. 강릉을 저의 삶터로 만들고 여기서 우리의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우리의 삶 자체도 더 즐겁고 재미있게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혜림


Q. 강릉에서 활동하게 된 건 ‘강릉’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역이라는 보편성을 띠기 때문인지 궁금해요.


강릉은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정 하는 도시예요. 그래서 동료들의 제안도 있었지만 이 지역이 ‘강릉’이라는 것도 활동을 시작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에는 강릉을 지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바꾸어나가는 일을 한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강릉에 정착하면서 지금은 지역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좋은 관계, 동의할 수 있는 문화,
좋아하는 장소들이
지역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요.


Q. 서울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 앞에는 ‘환경’이나 ‘여성’ 같은 분야가 이름으로 붙지만 지역의 활동가에게는 ‘지역’이라는 이름이 먼저 붙는 것 같아요. 이렇게 카테고리화 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 강릉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는 저나 제 동료들이 하는 활동을 부르는 말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지역을 바꾸는 ‘지역 활동가’, 혹은 ‘지역 문화기획자’라는 말들이 생겨났죠. 또 로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어요. 덕분에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처음에는 누구나 자신의 거주지에 살아가는 것이니까 어디에서 활동하든 모두가 지역 활동가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지역’이라는 말 자체가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건 그만큼 이 주제가 중요해졌고 이곳의 문화에 문제와 어려움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겠죠. 

Ⓒ이혜림


Q. 말씀하신 대로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모여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떠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떠나는 동료들, 사람들을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 활동을 하다 보니 오히려 누구든 태어난 지역에서 평생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걸 더 느끼게 됐죠. 지역에 사람들을 불러 정주하게 하려는 여러 제도와 정책들은 ‘이곳에 뼈를 묻어라’, ‘어떤 지원을 해줄 테니 여기서 이만큼은 해라’는 식이 많아요. 그렇게 하면 한때는 청년들이 모여도 지원이 사라지면 다시 또 그런 기회를 찾아서 떠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남아 자신의 역할을 찾고 공동체와 함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단순히 여기에 붙잡아두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이 지역을 무대 삼아서 그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로 지역에 기여하게 하거나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역으로 지역에서 오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보기도 했어요. 왜 떠나지 않는가에 대해서요. 모두가 내가 애정 하는 관계와 장소가 있어서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지역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말하듯 좋은 관계, 안전하고 동의할 수 있는 문화,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이 나의 삶터에 더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이곳에 평생 살지는 않더라도 어디서 살까 했을 때 한 번 더 고려하게 되는 발판이 되겠죠.


Q.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서로 연결되는 일이 특히 지역에서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같이 일하는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요. 지역은 상대적으로 취미나 취향, 생각의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고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편이거든요. 지역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해결책을 개인이 각자 가지고 있을 텐데, 이것들을 만나서 공유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고립감이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숨통이 트인다”같은 이야기도 들었고요.


제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실’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사람들의
‘구슬’을 연결하고 있어요.


Q. 본인을 ‘구슬을 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하는데 이런 연결 활동이 구슬 꿰기의 방법이기도 한가요.


그렇죠. 저는 제가 지역에서 해나가는 활동을 ‘구슬을 꿰는’ 일이라고 종종 말하고 있어요. 제 주변에는 다양한 가치나 활동 방식, 경험이라는 구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저만의 구슬을 갖고 있고요. 제가 해결하고 싶은 생태환경 문제 같은 것을 ‘실’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사람들의 ‘구슬’을 연결하고 싶어요. 어느 하나의 문제를 한 사람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한 걸음씩 참여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길 바라거든요. 그런 움직임이 결국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꼭 한 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 청소년, 청년 누구나 원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그런 사람들을 연결하는 걸 저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여기고 있어요.


Ⓒ이혜림

아까 말씀드린 ‘모임’을 통해서 고립감과 답답함이 해소되는 걸 연결의 첫 단계라고 한다면, 다들 그 이후에는 뭔갈 함께 해결해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처음엔 단순히 지역에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자는 생각으로 매주 한 번씩 책 읽기 모임을 했는데,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 이런데 관심이 있으니 함께 해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모임 사람들이 조력자로 나서게 되면서 여러 활동이 출발할 수 있었죠.


Q. ‘생태전환마을 내일’ 협동조합에서 ‘마을’이라는 말이 독특하게 다가와요. 


<내일>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다양한 영역이 연대하고, 마을과 지역에서 생태적인 삶의 방식이 전환될 때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생태전환마을 내일은 강릉 지역에서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는 가상의 마을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그 마을의 주민이고요. 사실 이 협동조합은 ‘내일상회’라는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역으로 동료들과 함께 만든 것이기도 해요. 

Ⓒ이혜림

강릉의 쓰레기 문제가 정말 심각하거든요.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고 쓰레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생태를 말하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우리들의 동네에 ‘내일 상회’를 열게 됐죠. 그 후에 우리가 만들고 버리는 것을 순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구정면 제비리에 생태텃밭도 일구게 됐고요. 다른 분들이 볼 때는 그저 가게를 운영하고 텃밭 농사를 하는 시민들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이 과정으로 건강한 지역살이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 목소리의 힘을 믿고,
계속 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Q. 내일상회나 생태텃밭도 그렇고 공간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계신데요. 특히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해결하려는 문제가 있으면 그런 것들이 눈에 띄고 손에 잡히길 바라요. 그리고 단순하고 단단한 활동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무리 좋은 가치고 어렵거나 눈에 띄지 않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어렵고, 관심을 이끌었더라도 쉽게 지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 결과물로 내일상회나 생태텃밭이라는 공간을 꾸려왔던 거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단 만나는 게 중요하고, 그런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Q. 이런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이혜림 펠로우만의 이유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얘기해 주세요.


지역에 정착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 동료들을 만났어요. 저도 생태환경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다양한 분야와 직종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며 저 자신의 삶 또한 긍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들과 연결되고 연대하면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어요. 어디에 살든 자신을 긍정하고 나의 목소리가 지역을 바꾸는 일이 된다는 걸 확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환경이나 지역 문제도 목소리를 내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바꿀 수 있다고 믿고요. 저는 앞으로도 제 삶의 여러 단계에서 만나는 문제들, 제 시대의 시민 한 명으로서 겪는 일들을 계속 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서로를 돕고 지역을 살리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혜림 펠로우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더 궁금하다면,


이전 11화 사람 사이 벽을 허물 때,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