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 펠로우ㅣ뉴웨이즈 대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가 레이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과 함께하는 사회 혁신가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방법, 혼자 하지 않고 연결되어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박혜민 펠로우는 2030 세대의 경험, 관점, 우선순위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다양한 젊은 정치인 후보자를 발굴하고 키우는 에이전시 ‘뉴웨이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젊고 다양한 정치인의 등장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더 많이 대변할 거라 말하는 박혜민 펠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정치 안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얼굴을
바꾸는데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하는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웨이즈’의 대표 박혜민입니다. 저희 뉴웨이즈는 유권자와 함께 동네 정치인을 키우는 에이전시로, 만 39세 이하의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키우고,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의회가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더 젊어져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젊치인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Q. 정치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정치를 바꾸겠다는 대단한 결심을 하진 않았고, 다양한 개인을 연결해서 변화를 이끄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았고, 고민으로 이어졌어요. 왜 의사결정권자들의 얼굴은 모두 비슷할까. 왜 그들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내가 요구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5년 전, 10년 전의 인물이 반복해서 의사결정권자가 되었고 그들은 내일을 기대할 만한 언어나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가장 정확하고 파급력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정치였어요. 그래서 정치 안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얼굴을 바꾸는데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하는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업의 방식보다 비영리 모델이 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영리 방식을 택해 ‘뉴웨이즈’ 활동을 하게 되었고요.
Q. 보통 ‘정치를 바꾼다’라는 생각을 하면 직접 선수로 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결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정치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하나의 산업에도 선수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역할을 맡는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전 개인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자신이 있고, 저 스스로도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 에이전시 모델을 시도하게 됐죠. 앞서 제가 해왔던 경험들이 이 활동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요.
Q. 자신 있는 일을 하시는 만큼, 활동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뉴웨이즈가 숫자적으로 잘 성장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보다는 구체적인 변화의 장면을 만났을 때 이걸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하루는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특정한 정당과 정치인의 얘기를 들어본 적도,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뉴웨이즈가 그에 대해 소개해서 놀랐다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고, 정치를 더 다층적이고 다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했어요. 굉장히 기쁜 말이었죠.
또, 뉴웨이즈를 처음 시작할 때 한 젊은 기초의원 정치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기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젊은 지방의원으로 지내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하시며 뉴웨이즈가 하려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그분이 한 달 뒤쯤 다시 연락을 주셔서, 곁에 동료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지금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성 정치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지만 내가 가진 영향력을 활용해서 새롭게 결심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때는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동료로서 각자가 가진 자원을 나누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이 말이 지금 모델의 큰 토대가 되었어요.
이제는 저희의 힘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가능성을 위해 자신의 현장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한 제안을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그렇게 캐스팅 매니저, 현역에 계신 기초위원분들, 그리고 앞으로의 선수가 될 분들까지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죠.
뉴웨이즈는 선수들의 사회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어요.
Q. 앞서 언급하셨던 젊은 정치인 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어요. 젊치인이 등장하지 못했던 배경이나 그들의 어려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젊은 사람들이 실제 지역구를 돌파하려면 자원이 부족한 사람에게 불리한 선거법과 '젊어서 안된다'는 편견을 넘어서야 하는데 이게 지금까지는 다 개인의 역할로만 남겨져 있었어요. 개인이 오롯이 자신의 실력과 운으로만 정치인이 되려면 기존의 성공 경험이 있는 방법으로 치우치게 돼요. 소위 줄 서게 되기도 하고, 더 나은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결심을 하기 쉽지 않게 되죠. 주변에서 정치는 그런 게 아니고 그렇게 하면 떨어질 거라고 할 테니까요. 그럼 자신이 더 나은 정치의 모습을 그리더라도 그 역학 관계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많이 제거되죠.
뉴웨이즈는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사회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당파적으로 선수 개인들이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이런 시도가 개인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당 11개에 이런 젊치인 발굴과 육성에 함께하자 제안했고 7개의 정당과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여전히 추가 논의도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막연한 가능성을 모색했던 모델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어요.
Q. 젊치인에 대한 편견도 어려움 중의 하나일 것 같아요.
맞아요. 보통 많이들 얘기하시는 게 ‘경험’이죠. 하지만 오히려 경험이 없고 처음이면 지역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정치에 집중할 수 있다고 꾸준히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가 ‘세력’인데요. 젊은 친구들은 자기 세력도 없고, 혈혈단신으로 시작해서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게 정치인 줄 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죠. 하지만 세력이라는 건 결국 지역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 안에 어른들이 있고, 그 익숙한 흐름 안에서 만들어지는 힘이거든요. 그 흐름과 룰을 배워서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기성 정치인과 똑같은 지지세력을 갖게 됩니다. 그럼 이미 그러한 방식에 익숙했던 사람, 이미 지역 네트워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이 더 유리한 세력 싸움밖에는 되지 않겠죠.
우리가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찾게 됐고 그게 2030 세대라고 생각했죠. 선수들에게 뉴웨이즈의 ‘캐스팅 매니저’로 불리는 유권자들을 연결하면, 이들이 선수의 새로운 지지세력이 되어주고, 기존의 힘을 돌파할 수 있는 에너지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요.
캐스팅 매니저는 뉴웨이즈의 처음과 끝.
젊치인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유권자들이에요.
Q. ‘캐스팅 매니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저희 뉴웨이즈의 처음과 끝이 바로 ‘캐스팅 매니저’라고 생각해요. 첫 시작도 캐스팅 매니저를 모으는 거였거든요. 국민청원을 하며 20만 명을 모으고, 가치소비로 특정 기업을 혼쭐 내기도 하고, 변화를 위한 SNS 챌린지를 하기도 하는 다양한 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 정확한 모델에 모인다면 그들이 원하는 변화가 더 크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캐스팅 매니저를 모으게 됐죠.
캐스팅 매니저는 젊치인의 등장을 기대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유권자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2월 7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지난 9월 15일 기준) 3245명이 모였고요.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는 모든 지역에, 기초 의회 226개를 기준으로는 74% 지역구에 1명 이상의 캐스팅 매니저가 존재합니다. 캐스팅 매니저의 87%가 2030 유권자이지만 70대나 80대 분들도 계세요. 정치가 젊어지고 다양해지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Q.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의 20%를 당선시킨다는 목표를 세우셨다고 들었는데요. 기초의원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초의원은 우리 일상과 매우 밀접한 변화를 만드는 정치인이자, 가장 많은 수의 의사결정권자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 중에 73%가 기초의원이었어요. 이렇게 우리 일상에 맞닿아있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치인부터 더 다양한 시민의 얼굴을 닮은 젊은 정치인으로 바뀐다면 정치의 효능감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초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최소 2인에서 최대 4인까지 당선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높고, 선출직 중 기탁금과 선거비용이 가장 적어요. 시도할 때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선수들의 결심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죠. 또, 사전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상태에서 갑자기 너무나 큰 역할을 하게 되면 사회가 시행착오를 견뎌주거나 품어주기 쉽지 않잖아요. 특히 정치의 영역은요. 그래서 선수들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정치의 현장에서부터 실력을 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권력을 만들고,
그들이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도록 하고 싶어요.
Q. 더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뉴웨이즈의 가장 큰 야심은 다양한 개인의 역량을 연결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권력과 자본을 창출하는 거예요. 이걸 정치라는 환경 안에서 달성하기 위해서 선수들이 혼자 성장하고 혼자 돌파하는 게 아닌, 사회가 함께 선수를 키워내는 과정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은 훨씬 다양한 사람을 고려하고 품어내는 권력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세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하는 게 아니라, 저 정치인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고 이해하며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해 줄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선수들이 경기장에 더 많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관중석에 앉아있던 우리들이 관중석을 벗어나, 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캐스팅 매니저가 되어야 해요.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게 경기장의 풍경을 바꿔나가야죠. 뉴웨이즈는 선수들이 출전 명단에 올라서 경기장에 등장하고 더 좋은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내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이 갖고 있는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훈련하고 지역구 유권자와 연결될 수 있는 과정을 돕고 있죠. 궁극적으로는 내년 6월의 경기장에 더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등장시키려고 합니다.
박혜민 펠로우가 함께하는 카카오임팩트펠로우십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