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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근황 이야기

by 이다

소설 작가가 꿈인 나는 11월에 첫 온라인 합평 모임을 시작했다. 직접 모집글을 올리고 회원을 모았다. 회사에 다니며 세 돌쯤 되는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 평일이든 주말이든 오프라인 합평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나를 포함한 참여인원의 역량도 대체로 비슷해 보였다. 내 글의 강점과 약점을 훨씬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수 인원의 의견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회원을 독단적으로 늘릴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모임을 하나 더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더 많은 인원이 올리는 글을 읽고 평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테지만 감내하기로 했다.


두 번째 온라인 합평 모임 역시 성공적이었다. 첫 모임과 마찬가지로 직접 운영에 나섰다. 회원들이 올린 글을 읽고 성심성의껏 평가를 남겼다. 나름대로 글을 해석하고 아쉬운 점을 짚었다. 서로 간의 직설적인 평가를 모두가 잘 받아들였다. 누군가 2주에 한 번은 꼭 글을 올리자고 했다. 다행히 나를 포함해 모든 회원이 이에 찬성할 만큼 열정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인원 몇 명이 교체됐을 뿐 아직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걸로도 부족해 과감히 모임 하나를 더 늘렸다. 내 글에 대한 더 많은 사람의 다양한 평가가 절실했다. 세 번째 모임은 누군가 글을 공유하기 불안했는지 실명과 나이, 성별, 연락처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큰 문제는 없을 듯했다. 모두가 이에 흔쾌히 응했다. 그만큼 글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였다는 방증도 될 것이다. 제법 많은 인원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한 번 궤도에 올라선 뒤로는 원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부터 글에 소홀했던 적은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으나 어느 순간 나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이미 나태를 억제하는 제동장치로 세 개의 합평 모임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글쓰기의 동력원을 늘리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쓴 결과를 서로에게 인증하는 모임에 가입했다. 인증 절차는 간단해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는 있으나 괜찮다. 이제는 그만큼 나를, 글에 대한 내 진심과 열정을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량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는 것보다 뿌듯한 일은 별로 없다. 있다면 역량에 따른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뿐이다. 그때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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