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서#.2 가지 마

오백 자로 만든 예술적인 서스펜스

by 이다

- 제가 보기엔 이 넓은 눈밭 어딘가에 상인회 회장님의 시신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어깨 높이까지 쌓인 눈이라면 대충 파묻기만 해도 봄까지는 발견될 일이 없는 셈이니 안성맞춤이죠. 게다가 이 깊은 산골에는 제설차도 안 들어오니까요. 어? 저게 뭐지?


박 씨가 멀리 있는 정체 모를 흔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저거, 보이세요?

- 어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김 노인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 저기 뭔가 있잖아요. 한 번 가봐야겠어요.

- 가지 마.


그런데 김 노인이 박 씨의 팔을 강하게 붙잡으며 말했다.


- 가지 말라고. 아무것도 없다니까. 분명히 말했어.


김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재차 말했다. 박 씨가 침을 꿀꺽 삼켰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굵은 눈발이 하염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덮어버릴 기세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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