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Oct 09. 2021

마음의 특별한 공간

마음은 감정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 슬픔이나 괴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채워졌다 비워지는 것을 반복하며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그런데 마음이 그 어떤 감정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채워지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은 감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저 공허함만을 느끼게 한다. 언제, 왜 느끼게 되는 걸까?



대개 감정은 한 가지 존재에 쉽게 종속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한 가지 요소를 통해서만 느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친구와 여행을 가든, 혼자서 맛있는 것을 먹든, 신나는 상상을 하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특별한 존재가 마음 안에 들어오면, 감정들이 그 존재에 종속되기도 한다. 비슷한 감정이지만, 그 존재를 통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더 강렬한 즐거움, 행복, 슬픔,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 어딘가에 그렇게 강렬했던 감정만이 채울 수 있게 허락되는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특별한 존재가 계속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곁에 있는 동안에는 마음의 특별한 공간 역시 어렵지 않게 채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존재가 사라질 때, 채워졌던 공간은 비워지고 강렬했던 감정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이전의 비슷한 감정들로는 결코 채울 수가 없어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아무러한 긍정적인 감정도 그 공허함을 순간적으로 망각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그칠 뿐, 특별한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강렬한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갈망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마음의 공허란 생각보다 무서워서, 마음의 주인을 무기력해지게 하고 어떠한 감정도 느끼기 어렵게 하며 끝내는 삶의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마음이 때로 이렇게 존재에 종속되는 공간으로 채워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간이 특별한 존재에 종속된 강렬한 감정,  사랑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렬함에 이끌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공허함을 느낀다. 그리하여 사랑은 강렬함이 주는 아름다움과 공허함이 주는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의 신호등이 보인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