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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19. 2022

감기에는 약이 없다

약은 보통 병이나 상처를 낫게 돕는 치료제의 성격을 띤다. 이를테면 소화제는 소화불량이라는 증상이 사라지도록, 환부에 바르는 의약 연고는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돕는 식이다.


그런데 감기에는 약이 없다. 증상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매우 많고 변이가 잦아 치료제를 개발해봐야 곧 쓸모가 없어져 아무도 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감기를 낫게 돕는 물질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래서 감기약으로 알려져 있는 물질들의 목적은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덜 고통스럽게 완화시켜주는 진통제에 가깝다. 소화제는 소화불량을, 의약 연고는 상처가 아물도록 돕지만 감기약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감기의 치료제는 신체의 면역체계뿐이다.


가끔 마음의 상처도 감기와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의 위로와 공감, 상담 등이 분명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잔인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런 것들은 마치 감기약처럼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진통제의 역할에 그친다는 한계를 가진다.


결국 아무리 외부에서 아픔을 달래준다 해도 근본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면역체계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치유를 위한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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