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절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항상 겨울이라고 대답해 왔었다.
그런데 사실 정말로 겨울을 좋아하는지는 의문이다.
갖다 댈 수 있는 이유는 있다.
겨울엔 내 생일이 있고,
겨울엔 길거리의 음식들이 있고,
겨울엔 연말의 신나는 공연들이 있고,
겨울엔 스노보드를 탈 수 있고,
그리고 눈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생일이라야 맛있는 걸 먹는 것뿐인데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계절, 이를테면 여름엔 또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음식들이 있고,
사실 연말공연에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지 다른 공연도 사계절 내내 있고,
다른 계절엔 또 다른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겨울이라는 계절에 막연히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면,
그 이유는 결국 눈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때로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냐는 물음을 듣는다.
나는 없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춰져 있을 뿐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나를 바쁘고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아이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데에는,
감춰져 있는 이유가 있을 거다.
설명할 수 없지만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