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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BTI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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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6. 2023

ISTP와 INTP, 각자의 합리적인 시선

논리적 사고는 보통 원인을 찾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알아야 맞는 해결책을 찾거나 새로운 의문을 접하며 논리구조를 완성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MBTI 이론에서는 이렇게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기능을 내향사고(Ti)라 말한다.


잇팁과 인팁은 Ti를 주기능으로 하는 두 유형답게 모두 이 방면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인식형(P)이라는 선호지표의 특징에 따라, 이들이 떠올리는 의문은 대개 충동적이고 직접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런데 잇팁의 의문이 세속적(S)이라면 인팁의 의문은 좀 더 관념적(N)일 수 있다. 이로부터 둘의 차이점이 나타나는데, 잇팁의 ‘왜?’ 는 내면에 머물다가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채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인팁의 ‘왜?’ 는 반사적으로 자주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잇팁은 의문의 해답을 알아내는 행위가 현실적(S)으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지나치게 추상적(N)이면 스스로 가졌던 의문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런 의문 자체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살아가는데(S) 왜(T)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현실의 삶(S)에 별 영향이 없을 경우 더 이상의 의문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이들에게 있어 의문은 순수하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능보다는,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써의 기능에 가깝다. 특히 불합리한 행동의 이유가 이해가지 않거나 그 행동이 강제성을 띌 때 ‘굳이 왜?’ 와 같은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


의문의 끝에서 잇팁은 현실(S)로 돌아와 다시 자신만의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능숙하게 살아간다. 이따금 의문이 떠오를 때에도 현실적 판단(ST)을 통해 답을 찾는다. 때로는 부족한 답에도 그것을 합리적으로 현실화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 만족하기도 한다.


반면 인팁의 의문은 꼭 현실과의 직결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N). 그냥 묻는 건데 왜(T)?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연관되는(N) 의문이 지속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한, 마찬가지로 더이상의 의문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인팁 역시 해답이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면 더욱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삶을 위한 도구로써도 사용하지만 당면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어지는 의문을 통해 꼬리를 물고 개념적 확장을 시도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때로는 강제성을 띠는 얼핏 불합리해 보이는 행동에도 '왜?' 하며 의문을 품기도 한다.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재고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다.


인팁 역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금세 새로운 의문을 갈망하며 또 다른 관심사(N)를 찾아 나선다. 현실적 답안에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아 불만족스러울 때면, 당장의 삶으로부터 잠시 눈을 떼고 혼자만의 시공간 속에서 좀 더 근원에 가까운(N) 답을 파헤쳐보기도 한다.


물론 무엇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답에 더 가까운지는 알 수 없고, 엄밀하게는 정해져 있지도 않다. 지나치게 단순하게만 결론 내린다면 이면에 존재하는 숨겨진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깊이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결국 돌고 돌아 에너지를 낭비하며 처음의 답으로 돌아오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문제들은 하나의 답변만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 필요한 것은 해답이 아니라 선택인 것이다. 잇팁과 인팁은 자신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합리적인 선택지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시선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답안은 결코 하나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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