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책이라고는 일 년에 채 한 권도 읽지 않고, 글이라고는 초등학교 시절 썼던 독후감이 전부라는 회사 후임이 있다. 나는 이 친구에게 글쓰기가 취미라는 사실을 이미 털어놓았던 바 있다.

어느 날 그는 내게 물었다.

“글쓰기가 재밌는 이유가 뭘까요?”

“…글쎄?”

그 뒤로 뭐라고 추가로 덧붙여 대답하긴 했는데, 정확히 뭐라고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확실한 건, 지금 누가 똑같이 묻는대도 매끄럽게 답할 자신은 없다는 거다.

글쓰기가 왜 재밌는 걸까?

몇 가지 추측해 볼 수 있는 이유는 있다. 생각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과정 자체에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글을 타인에게 내보임으로써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뿌듯함과 효능감을 느낄 수도 있다. 혹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싶은 이에게, 뭔가에 몰두하는 행위 자체가 만족감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유도 완벽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는 각각의 이유에 복합적으로 해당되기 때문인 것도 한몫하겠지만, 그보다는 그 무엇도 정확한 이유가 아니라는 본질적인 문제 때문일 것이다.

궁금한 순간이 또 찾아올 수는 있겠으나, 사실 이유를 영원히 모른다 해서 글쓰기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유에 대해 굳이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어쩌면 진정한 재미의 양상은 이에 가깝지 않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재미를 느낄 때마다 한 가지 사실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몰라도 된다는 사실이다. 이유를 정확히 모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매진할 수 있다는 것. 때로는 이 사실이 그 어떤 이유보다 더 커다란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