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누군가 지나간 자리를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잡아두는 편이다.
그래서 이름 끝에 들어가는 정이라는 글자도
괜히 마음에 들지 않게 느껴지곤 했다.
(엄마에게 개명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엄마는 귓등으로 들은 듯하다.)
분명 우리는 그때 그 순간 가장 옳은 방법으로
현명하게 선택한 것일 텐데
마음이란 건 뜬금없이 우연히 읽던 책 속에서
그때 그 인연을 소환해온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왜인지
이 친구랑은 종종 안부를 물었던 터라
오랜만에 그의 페이스북을 살펴봤다.
이사 갔다더니 거기서 발 첨벙첨벙하는 모습이
꼭 어제 본모습처럼 괜스레 반가웠다.
거기가 새로 이사 간 집이냐며 안부를 물어본다.
물리적 거리가 마음보다 훨씬 더 멀어
뭔가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그저 궁금해서
안부를 물어본다.
함께 있던 시절 별거 아닌 것에 곧잘 웃으며 다녔던
내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함께하던 순간이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찾아오는가 보다.
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고 제 갈길을
가는 그 순간에도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좋았던 순간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잠시 머물러있는가 보다
어쩌면 시간은 다투고 미워하던 순간은 다 잊게 만들고
따스함만 가득 담아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있다.
그 마음 가지고 가끔 뒤를 돌아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순간이 있었지 하는 작은 위로를 지금에게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