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by 콘월장금이

아빠는 술 약속이 끝나고 오는 길에

꼭 무언가를 사 오신다.

그것들은 대게 빵이나 아이스크림이다.


저녁 8~9시쯤 걸려오는 전화는

아빠가 빵집의 포인트를 누구 번호로 올릴지

물어보려는 전화다.


매번 알려드려도 술 한잔 한 뒤에는

꼭 전화해서 물어보신다.


오늘은 아이스크림이랑 우유다.

매번 빵을 한 보따리씩 사 오는 통에

빵은 이제 그만 사 오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종목이 바뀌었다.


아빠는 왜 술만 마시면 간식을 사 오는 걸까?

하루 종일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가족에게

미안해서 사죄의 뜻으로 사 오는 걸까?


내가 어린아이였을 땐 아빠가 술 드시고 오면

꼭 할아버지 이름을 한문으로 써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사고로 돌아가셔서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존재다.


지금 아빠가 빵집 포인트를 물어보듯

할아버지 이름을 써야 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조금 더 커 갈 쯤엔

그런 의식이 사라졌다.


가끔 아빠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나는 아빠는 어른인데 왜 할머니가 보고 싶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아빠 엄마가 없을 때

나 또한 내 자식에게 아빠,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 술로 가끔씩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아빠의 이런 빵 서비스도 무척이나 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인데, 이보다 더 사랑할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

지내다 가면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아직 결혼을 내 일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더 나은 삶과 행복, 사랑을 위해 하는 선택이

꼭 결혼이어야 할까?라는 의문인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에 있는 법이니

나는 이 순간 함께하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