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한 기록

by 콘월장금이

D+33

(이름에 대한 기록)


이전에 만났던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 이름이 다양해져 있다는걸 느낄 때가 있다.


첫번째 워홀국가인 호주에서 나는 Jenny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 이름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번화가에서 무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들었던 블랙핑크의 신곡 (휘파람, 붐비야)를 듣다가 정하게 되었다. 미정(MJ)의 J를 우기고 우겨서 Jenny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이름은 그때도 어색했지만 당시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로부터 요즘도 불리우는 이름이라 꽤나 낯설게 들리곤 한다.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꿈꾸고, 왜 나는 한가지의 모습으로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과 만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두번째 이름인 Mia

Mia라는 이름으로 처음 불리운 건 브라질 보니또 마을의 파파야 호스텔 스텝으로부터 였다. 내 이름의 (미정 MIjeong) 중 미는 쉬운데 정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 어려워했다. 당시 한 호스텔에서 장기숙박 중이던 나는 호스텔 스텝과 몇마디 나누곤 했는데 어느날부터 나를 Mi 또는 Miya 라고 불렀다. 한참 라라랜드에 빠져서 OST ( City of stars)를 흥얼대던 나에게 그 이름은 참 기쁘게 다가왔다.

라라랜드 여주인공의 이름이 Mia인데, 영화 장면 중 남자 주인공역인 라이언 고슬링과 처음으로 통성명을 할 때의 당차고 도도한 느낌의 Mia가 좋았다. 부르기에도 쉽고, 기억하기에도 좋은 그 이름은 이제야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남미여행의 마지막 국가인 브라질에서 얻은 이름은 캐나다 워홀에서까지도 요긴하게 잘 썼다.


세번째 워홀 국가인 영국.

생각해보면 이전의 워홀들은 영어이름으로 이력서를 내고 나중에 내 한국 이름을 알려준 경우였다.

그런데 이번 영국은 한국 이름으로 이력서를 넣고 지원한 부분이라 이미 공공연히 한국이름인 미정으로 알려졌다.

틈을 봐서 Mia로 여론을 바꾸려 했으나 그 타이밍이 참으로 애매해 나는 미정, 내 한국이름으로 살아간다.

이제는 마지막 워홀 국가고 두번의 워홀은 다른 이름으로 살아봤으니 이제는 내 진짜 이름인 한국이름으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몫 했다.


내 우려와는 달리 직원들이 미정 이라는 이름의 발음도 잘 해서 내적 놀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고객들이 듣기에 한번에 쏙 박히는 이름은 아니라서 여전히 이대로 가는게 맞는 것일까?하는 마음의 갈등이 일렁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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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신나게 놀 때 내 진짜 이름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혹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혜’라는 이름을 잠시 아주 가끔 쓰기도 했다.

( 길거리 설문지를 작성해야된다던지,

초면인데 진짜 이름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던지 하는 일에

쓰곤 했다.)


나는 지혜라는 이름이 좋아서 개명 생각도 아주 잠깐 했었는데, 엄마에게 지나가는 말로 했다가 귓등으로도 닿지 않아 쉬이 마음을 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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