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달에 입사 1년이 됐고, 이제는 엄연한 입사 2년차가
되었다.
호텔 근무는 캐나다워홀을 하던 중에 막연하게 생각해본 꿈의 직장이었다. 호텔에서 근무하게 되면 복지가 더 좋지 않을까 급여가 더 높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말끔한 복장으로 근무하는게 좋아보였다.
캐나다에서도 여러번 호텔에 지원을 해봤었는데 전화 인터뷰 한번을 제외하고는 면접 기회 조차 얻지 못했다.
가까스로 하얏트호텔 건물에 있는 직장에 온콜 형식으로 잠시 근무를 하긴 했었으나 아주 잠깐 동안의 경험이라 이력서에는 따로 올리지 않는다. 훗날 생각해보면 그곳도 크게 다를거 없구나 하는 생각의 도태를 쌓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21년 4월 영국 런던
런던에 오기 전에 나는 청년지원사업 중 하나로 네일 기초를 학원에서 배울 수 있었다. 흥미가 없는데 10년전 전공의 일부라는 이유로 배워야 했고, 선택지가 적었다. 그 시간은 무척이나 재미가 없었고 역시나 흥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격증 시험에는 역대 최저 점수로 실기에서 떨어졌다. 보통 이론 보다 실기에 자신 있는 편인데, 네일은 역시 내 흥미 밖의 일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3개월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뭐 시간이 지나 알게 된 건, 네일아트는 나와 맞지 않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 물론, 네일 국가시험은 한번에 붙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들었다. 네일에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꾸준히 재도전하겠지만 나는 옳다구나 하며 그 길로 접었다.)
4월 말, 영국의 코로나 환자수가 연일 상승하며 무서운 기세를 부리던 때에 두어차례 비행 일정을 바꾸며 기어코 런던에 닿게 된다. 그 당시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아직 한국에서 취업할 용기가 없으며, 워홀 가능한 나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으니 다시금 나가야한다는 생각이었던거 같다.
위기가 기회라는 확신 같은 것도 있었다. 집에 머무른 약 일년동안 책 읽을 시간이 많았는데 수 많은 책 속 멘토들이 그리고 노래가사가 내 마음에 확신을 심어줄 좋은 토양이 되어주었다.
물론, 망하면 한달 뒤에라도 금방 들어보면 되지, 일단 가봤으니깐 - 시도 해봤으니깐 그거라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브렉시트 및 락다운 이후에 많은 유럽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5월말쯤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다시금 시작하는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 시기에 운 좋게 몇 군데 인터뷰 후, 호텔에 입사하게 되었다.
트레이닝이 많을거라고 나름의 겁을 주던 매니저님,
1년이 지난 지금 런던 호텔의 트레이닝은 한국 교육에 반도 되지 않을 만큼 나름 수월한 편이다. 내가 초반에 피부미용을 배울 땐 (라떼는 말이다~) 9박10일 동안 합숙에 들어가서 집도 못 가고 동기들과 이론과 실기를 익혔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근처 사우나의 방 하나를 빌려 밤 늦게까지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서 본점 직원으로 입사했었는데 그 첫 직장의 기억이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피부과까지 모두 교육에 있어서는 최상으로는 받았던 것 같다.
호텔에 입사하고 3개월쯤 지났을 때, 그만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주4일 근무를 그때부터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런던에서는 지난 워홀과 다르게 직장과 집 모두가 외국인들만 있는 곳인데, 처음에는 적응하는게 어렵게 느껴지고 불편함이 많았다.(물론, 여전히 마냥 편한건 아니지만 )
내 흐름이 아닌 고객이나 환경에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던 시기인데, 역시나 면역력까지 낮아졌는지 코로나에 걸렸다. 8월 내 생일에도 앓고 있던터라 오랫동안 못 잊을 하나의 사건이다.
입사 6개월, 9개월
어느새 시간이 이리 흘렀는지 모르겠으나 하루 하루는 무척이나 작게 채썰어진 무채같았다. 많은 마음을 쏟았고, 영어와 고객, 환경 속에서 자주 길을 잃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은 확신과 긍정성을 띄고 있었으나 자기 의심과 비교, 불안은 틈틈히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입사 1년이 되었을 쯤,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의 주된 생각으로는 내가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갈 만큼 열정이 없다는 것과 재미도 없다는 거였다. 물론, 일을 하면서 재밌는 부분도 있긴 하다. 같이 근무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아로마 제품을 다루는 일, 시즌에 맞는 허브를 섞어서 담아두는 일, 고객 관리를 하면서 느껴지는 가끔의 평온함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런 얇은 끈이 지금까지 오게 만들었다. 물론, 1년이 마냥 긴 시간만은 아니지만 2년이라는 워홀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데 그 중에 반을 다 쓴거니 짧다고만 볼 수 없다.
입사 1년이 되었을 때, 오래도록 소망하고 마음앓이를 했었던 주4일 근무 결정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쉬울 수 있는 결정이 나에게는 쉽지 않았고 풀타임 직원이라는 타이틀,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고정 수입, 주3일 휴무가 되면 그 시간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등이 오랫동안 결정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물론, 8월부터 시작될 일이라 아직 시간이 남아있긴 하다.
8월 내 생일에 다른 어떤거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하고 바라던게 근무 일수를 줄이는거라 나는 그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었다. 오래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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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별반 다를거 없이 사람과 사람이 필요에 의해 모여 일을 하는 곳이라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심리적인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문화 차이도 느껴지고 영어 또한 그렇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우리 사이가 공원에 있는 나무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게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 이 나무 이야기는 어디서 읽은 내용인데, 기억이 잘 안난다)
예전에는 내 인생에 멘토가 있어서 이 험한 세상을 가이드맵에 따라 수월하게 지름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에 주위를 돌아봤을 때, 좋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인생의 멘토라고 부를만한 이는 곁에 없었다. 지금은 세상에는 수 많은 멘토들이 시대를 뛰어넘고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기 위해 언제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 내가 찾기만 하면 수 많은 책의 저자들이 전문성을 띄고, 때로는 마음 가득 따듯해지게 조언을 해주니 이보다 든든할 수가 없다.
물론, 어느 날에는 책을 읽을 힘도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몸과 마음에 짐이 가득 쌓여서 더이상 무언가를 받아들일 힘도 공간도 없다고 느껴지는 때인거 같다. 그런 날에는
마음에 가득 쌓인 불편함을 글로 다 털어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과 나의 오늘 상태 같은 걸 적어봄으로써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어준다.
털어내야 공간이 생기고, 다음으로 나아갈 힘도 생긴다.
마음의 방에도 청소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