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결혼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세명의 사람이 있다.
첫번째 사람은 이 사람이랑 이러다 결혼하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의 감정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20대 초중반의 나이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고, 연애 경험 또한 많지 않았던 때라 아직 사람을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훗날 생각하기를, 나는 그때 그 친구와 결혼을 했어야하지 않았을까. 너무 좋은 사람을 너무 일찍 만나버리는 바람에 그 좋음이 좋은 것인 줄 몰랐다. 한편으로는 그때 결혼을 했으면 내가 그 친구와 헤어지고 내 인생에 펼쳐진 파란만장한 세상을 모르고 살았겠지.
두번째 사람이다. 내가 너무 애정했던 사람이고, 이상형의 사람 특히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까지 이어진 놀라운 경험이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 외적으로 가장 훌륭했으며, 여행을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까지도 참 잘 맞았다. 한동안 짝사랑을 하고 혼자 그사람을 앓다가 어느 순간에 연애로 접어들게 된 소중한 기억이다. 이 사람이랑은 오래도록 여행을 함께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첫번째, 두번째 사람과는 두어번이상 헤어졌다 만나곤 했다. 그 당시의 나는 싱글로는 잘 살다가 누군가와 만남을 시작하면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혼자 있는 날엔 불안정하기도 했다.
두번째 사람과의 인연이 매듭이 지어졌던 건, 내가 캐나다에 있고 그 친구는 브라질에서 살아갔을 때 약 일년정도의 장거리연애를 끝내고 내가 다시 브라질에 갔었을 때다.
긴 장거리연애는 자잘한 위기는 있었어도 나름 잘 지냈다 생각했는데, 브라질에 있으면서 내 면역력이 약해져 병원 통원치료가 필요해졌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앓았던 피부염인 건선이 전신을 붉은 반점으로 뒤덮었는데, 난 그 당시의 내가 빨간반점의 개구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 당시 남자친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했지만 우린 브라질 북부를 여행 중이었고, 너무 더운 날씨 속 에어컨 없는 호스텔 도미토리에서의 생활은 내 멘탈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나중에야 개인실로 옮겼지만 이미 우리 사이에는 말로 표현못할 거리감 같은게 생겼다. 한국에서 브라질까지 날아온 나를 두고, 한계를 느낀 이 친구는 가족이 있는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꽤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말로는 이모한테 돈을 빌렸다고 했었다.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 ( 중략 )
아무튼, 이야기가 길어지려하니 그 이후의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나누도록 하겠다.
이 친구와의 만남은 너무 좋았지만 신뢰에 대해서는 글쎄? 고개가 갸우뚱 했었다. 좋으니깐 그런 부분도 참고 지나갔지만 이 친구는 나보다 9살정도 어렸던지라 노는 것도 좋아하고, 춤과 술을 좋아했으면 무엇보다 본인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든 여자들을 좋아했다. ( 나이와 상관없이 .. 아마 일찍이 엄마가 본인을 떠나 새살림을 차리느라 느꼈던 그런 빈자리에 대한 욕구 같은걸로 추측한다)
여전히 생각하기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저 이 친구의 방향이 나와 맞지 않았다는 정도고 나와 연애를 할 때엔 나름 헌신적이었고 이 친구대로 나름의 최선을 다했을거다.
지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인생에 남은 행복을 그때 다 써버린 것만 같은 아름다운 날들을 보냈다. ( 내가 좋아하는 브아솔의 가사처럼 말이다.)
세번째 사람이다.
현재 진행 중이고 내 블로그에도 곧잘 등장하는 Z다.
나는 처음에 이 친구한테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만나면 편해서 어쩌다보니 매주 한번씩은 만나곤 했다. 내가 뭐 할래? 하면 별 말없이 곧잘 나오고 집에도 잘 데려다줬었다.
그동안의 이야기는 블로그에도 적었었으니 내가 왜 Z와 결혼을 생각하게 됐는지 적어보겠다.
1. 한결같은 사람.
나는 누군가와 6개월내에(200일) 한번이라도 헤어져본 적이 없는게 Z가 처음이다.
물론 위기는 있었으나 크게 헤어져야지!할 정도의 일은 없었다. Z는 워낙 잔잔한 물결 같은 사람이라 감정에 큰 변화가 없고 인내심 또한 강하다.
그리고 허튼 소리를 잘 안하기 때문에 Z한테 헤어지자고 말하면 무조건 이건 단번에 끝이다 라는 조용한 카리스마 같은 분위기를 지녔다. 그래서 나도 심사숙고해서 상황을 지켜보니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더라.
2. 술을 잘 안 마시고 담배를 피지 않는다.
( 술 대신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
Z는 어떻게 보면 심심한 사람이다. 술도 잘 안마시고, 사람 많은데 가면 기빨려하고, 집에서 혼자 영상 보는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연애 상대를 만날 때 한가지만 무조건적으로 보는게 비흡연자다. 나는 담배 냄새를 잘 못참는다. 그럼에도 지난 연애 상대중 흡연자가 있긴 했었는데, 나는 내 남자친구였던 사람들 중에 한번도 내 앞에서 흡연을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엄격하다. 친구들이 흡연을 하는건 상관 없어하지만 여전히 연애상대로는 고려하지 않는다.
Z를 1년 넘게 만나면서 둘이 같이 술을 마신 횟수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마셔도 한잔이면 충분하고, 추운 겨울에는 Z가 끓여주는 차를 마시면서 프렌즈를 보곤 했다.
이토록 안정적인 연애라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이 없어도 편안한 관계도 있구나 라는걸 새삼 느꼈다.
3. 우연히 들른 Z네 방. 컴퓨터 옆에 놓여진 내 사진과 편지들
처음 Z네 집에 갔었을 때를 기억한다. 뭐 때문에 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잠깐 들렸었다. 그러다 Z 컴퓨터 옆에 내가 준 증명사진과 편지들이 같이 놓여져있는 걸 봤다. 컴퓨터 앞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앤데 모니터 옆에 내 사진을 둔게 감동이었다. Z는 감정표현도 많이 하는 애가 아닌데 이런거까지 잘 쟁겨둔게 감동 포인트였다.
4. 칼답 , 연락이 뜬 상태에서도 불안하지 않음.
Z는 웬만하면 칼답이다. 어느 정도 만났다고해서 답장이 느려진다거나 그런거 없이 사람이 한결같이 칼답이다.
물론 일을 하거나 뭔가를 하고 있었을 때는 1~3시간 늘어질 때도 있지만 나는 한시간이상을 기다려본 적이 기억에도 안 날만큼 답장이 빠른 편이고, 혹시나 답장을 늦게 했을 땐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한다.
나는 연락 문제로 헤어졌던 경험이 많았던 만큼 나에게는 연락은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 Z한테 불만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연락을 3일이상도 안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시간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던 최초의 인물이다. 뭐하고 있을지 알고 이 친구의 성향을 이해하게 된 것도 있다.
5.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던 편안함,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들었던 결혼 생각. + 신뢰감
Z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안함 같은게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서 결혼 생각이 없던 내가 결혼 생각을 하게할 만큼 자연스럽게 스미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가 걷는 거리, 함께 먹는 음식, 주고 받은 대화, 내가 나의 일상을 말하고 공유하게 되는 일 , 내가 솔직하게 뭔가를 다 말할 수 있는 사람.
등.. Z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제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가장 잘 맞는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자신있게 그렇다!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인데, 그래도 이 사람이 결혼할 사람 같다는 확신같은게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한 사람도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도 못 느꼈던 확신 같은걸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 느낌은 우리가 같이 쌓고, 걸어온 시간 속에서 Z가 나에게 보여준 신뢰에서 온다고 말할 수 있겠다.
Z가 하는 말이면 나는 다 믿을 수 있을 정도로 99%이상의 신뢰있는 행동을 지난 날들 속에서 보여주었다.
그래, 이 글을 쓰면서 왜 내가 Z랑 결혼을 확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알맹이를 찾았다.
그건 지난 1년 넘게 Z가 보여준 행동에서 느낀
신뢰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