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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연애. 이 짓을 내가 왜 다시

by 콘월장금이

내가 여행을 시작한 2016년이후부터 나의 연애 패턴은 장거리 연애가 주를 이룬다.


장거리의 이유라 하면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유목민 같은 나의 생활 패턴이 한 몫을 했다.

짧았던 첫번째 장거리 연애의 상대는 얇게 스쳐갔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결혼 소식도 우연히 SNS를 통해서 보게 되었다.


두번째 장거리 연애의 상대는 많은 시간을 앓았던 사람인데, 인내심이 부족한 탓인지 우리는 자주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했다. 약 일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다 만났을 때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 했더니 약 한달이라는 시간만에 상대가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남겨졌을 때의 충격과 서러움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세번째 장거리 연애는 내가 영국을 잠시 떠나면서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는 약 일년 반이라는 시간을 얼굴 보며 지냈기 때문에 이제 막 장거리를 시작하는건데 물리적 거리가 사람을 미치게하는 뭔가가 있는 거 같다.

불안이 피어오르며 나를 못 믿다가 상대를 못 믿다가 이내 믿어버리는거다. 불안함이라는 공기가 마음을 떠다닌다.

나는 이토록 장거리연애에는 취약한데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뭐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떠나는 이는 항상 나였다. 나는 항상 함께 있던 국가에서 떠나 다른 곳을 꿈꾸거나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 - 생각해보니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약 2주의 장거리 동안 마음이 멀어졌던 경험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걸까?

예전에 사랑의 언어라는 테스트를 해본 적 있는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연애조건은 퀄리티타임이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거다.


그렇다보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나에게는 늘상 적용되오곤 한거다.


이제 장거리는 그만 -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한국에 가족도 있고 이 사람들도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존재라 내 사랑만 챙겨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거리연애 못하는 사람인데 장거리 연애를 자주 하게 되는 사람이라니 이토록 아이러니한 연애상대도 있을까.


난 나를 믿고 내가 선택한 상대방을 믿는다고,

우리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나의 연인이 보고싶을거라는 말에도 나는 그저 덤덤하게 돌아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시간이 하루 이틀 쌓여가는건 상대방의 그리움이요.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이다.

그렇다고 현재 나와 함께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놓고 싶지도 않으니 국제연애를 한다는건 늘상 장거리연애가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어느 한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거다.


만약에 내가 한국에 살았다면 달라졌을까 싶지만 이건 또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생각해볼 일이다.


3개월이라는 기간이 누군가를 충분히 그리워하고 빈 자리를 느낄만한 시간이구나.


나는 또 얼마나 먼 곳에 있는 이 사람을 앓다가 훗날 현재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앓을까.


나는 늘상 누군가가 보고싶은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는 일은 현재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소중히 하는 것 뿐이라는 결론이다.


나에게 소중한 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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