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에 아마 10대때에 본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진행자가 말하길 결혼은 인생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게 아니라 결혼 적령기에 만나는 꽤 괜찮은 사람과 하게 된다는 거였다.
내 머릿속을 스치는 두명의 강렬한 만남이 있고, 현재 나에게는 장거리 연애 중인 남자친구가 있다.
지금은 이제 한 십년정도 된 일이라 그때의 감정이 많이 희미해졌는데 그 세상 속에서 나는 나만 특별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나마 이해하게 됐다.
연애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제대로된 연애는 그때가 처음이라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고 서툴렀으며 끝맺음 마저도 나에게만 이렇다 하는 절망에 빠졌던거다.
두번째 사람은 어땠는가.
이 사람이랑은 평생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국적이 다른 것에서 오는 이해관계는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것과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를 데려온다.
본디 여자와 남자를 다른 행성에서도 온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일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을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평온함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바꾸려하기 보다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말하고, 국적이 다른 것에서오는 자연스러운 이해관계의 폭이 넓다.
무언가 하나가 다르면 아 ~ 그 나라는 그런가보구나. 하는
태평양 같은 마음씨가 되는거다.
지난 연애 과거사에서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연락 문제는 더이상 문제가 될게 아니었다.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하고, 만날 때는 만남에 집중하고
연락이 오면 하거나 간간히 내 소식을 전하면 될 일이었던거다.
나는 왜 그리 연애를 시작하면 온 우주가 상대방으로 기울었던걸까.
왜 지금은 예전처럼 연애의 강렬함과 괴로움 대신 평온함과 내 두발로 서있는 중심을 잡게 된 것인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난 경험들은 자주 넘어지고 뎅구르르 흙밭을 구르며 온 몸으로 연애를 배운거라 지금은 조금 수월해진걸까 하는거다.
모든 일이 처음은 자주 넘어지기를 마련이니깐.
우리가 아이일 때가 그랬고, 스키를 처음 배웠을 때도 그랬고, 영어권 국가에 처음 내던져있었을 때도 그랬다.
특별한 누군가를 만났다기 보다는 내가 이제는 연애에 있어서 덜 넘어지고 어떻게 하면 덜 아플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거다.
예전이면 불같이 화내고 서운해할만한 일에도 이쯤이면
괜찮다. 이미 수없이 겪어본 일이라며 한쪽 입을 삐죽 올리며 쉬이 넘길 수도 있게 된거다.
파도를 만나면 멋지게 점프를 하는 서퍼처럼 말이다.
연애도 경험이고 사랑도 여전히 새롭고 어려운 날도 있을테지만 우리네 첫사랑만큼은 아프지 않을거라는 생각.
우리가 믿을 수 있는건 지금이라는 시간과 함께하는 순간이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오늘에 충실하면 훗날의 결과는 어떠하든 나는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만나는 지금 이 사람이 제일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더불어 우리의 만남이 감사하다는 감정 또한 자연스럽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