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워홀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남자친구가 새로 직장을 구한 영국의 해안가 마을로 오게 되었다.
이번에 관광비자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남자친구는 이제 갓 조교수라는 포지션을 달아서 새 학기 준비에 무척 바쁜데 누가 아시아인 아니랄까 봐 주말도 없이 학교에 나가 수업 준비를 한다. 그 누구도 주말에 출근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이번년도 초까지 워홀비자로 일을 하다가 비자가 만료된 뒤에는 법적으로 일이 불가능해 일단은 쉬고 있다.
그나마 친구들은 우리가 살던 런던에 있는데, 나 홀로 이 낯선 타지에서 재정착을 할 생각에 쉽지만은 않다고 느껴진다.
내 해외생활이 시작된 건 한국에서 퇴사를 한 2016년 초반인데, 그때는 그냥 오래도록 꿈꿨던 배낭여행을 한두 달 정도 다녀와야지 했다가 2023년의 끝자락인 지금까지도 해외에 머물게 됐다.
그 사이에 호주, 캐나다, 영국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워킹홀리데이를 했는데 나는 그런 경험이 흔하지 않고 혼자 세계여행도 했던 터라 그 여행이 끝난 뒤쯤에 나름 기세등등한 자신감에도 차 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 특. 별. 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다.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내 머릿속은 이미 피부미용인의 해외취업 및 여자 혼자 3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세계를 누빈 일로 졸업한 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 라디오에 출연해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현실은 어떠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쌓인 이야기와 사진, 글은 적지 않으나 이 또한 요즘처럼 여행이 흔해진 세상에 작은 울림하나 남기지 못했다.
투고를 하면 당장이라도 알아봐 줄 것만 같았던 많은 출판사는 대답 없음이 대답인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면 나는 형편없는 나의 퍼스널브랜딩을 자책하고, 그 특별하다고 느껴졌던 경험들이 시장에 내놓으니 나와 비슷한 이야기가 공장에서 찍어낸 듯 수두룩했다.
나이는 하나 둘 차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또 어쩌겠나 싶은 거다. 설렁설렁하는 내 성격 탓도 해보다가 포기하고 냅다 누워 핸드폰만 보는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꽤나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어느 한 분야에만 속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내가 여행을 하던 어느 순간에 했던 말이 있다.
‘ 남아있는 모든 행복을 버릴 만큼 지금이 좋고, 감사하다고 ’
그때 정말로 남은 행복들을 다 써버린 건 아닌가 몰라...
잠시 그 말로 취소하고 가면 안 될까요?
이제부터 그간 뿌려둔 씨앗과 경험들을 수확하는 시기를 갖고 싶습니다고... 행복 좀 주워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