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콘월장금이 Feb 15. 2024

글은 마음이 궂은 날에 쓰여진다.

싸운 날

동생과 싸웠다. 우리 둘다 기존 한국나이로는 30줄의 나이인데 다 큰 성인이 어린 애들처럼 치고 박고 싸웠다.


이유는 사소하다면 사소한데, 한번은 터질 일이었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동생의 행동은 마치 내가 한참 세계를 떠돌던 때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 당시 나는 학생때 겪지 않았던 혹은 그때 한번 지나간 사춘기가 어른이 된 뒤에도 올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내 나이 27살에 온 격동의 시기이니 난 그때를 칠춘기라 불렀다. 이기적으로 살기! 가 내 여행의 모토였으며 나는 그 길로 한국을 뒤로 하고 배낭에 몸을 맡기며 타국으로 향했다.


너무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한 것. (조기취업을 한 것 ),

최초의 알바가 초등학교 5학년때 였던 일.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때도 알바를 해야했던 일.


서비스직에 근무하며 사람들에겐 친절하나 스스로에게는 친절하지 못해 나가떨어져 간 날.


사내 최우수사원으로 상을 받은지 이주 만에 퇴사를 결정했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연봉협상이 결렬된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그렇게 잔뜩 뾰족해진 마음, 내 마음같지 않은 세상, 챗바퀴 도는 날들, 친절 사원으로써의 미소 지음 등이 나에게 때아닌 젊은 날의 사춘기를 데려왔다.


오늘 동생과 다투며 내가 동생에게 던진 말은 이랬다. “ 무슨 상처가 그렇게 많길래, 요즘 행동을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 “


삐뚤어진 동생의 행동은 가족을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 행동을 동생 스스로는 좋다고 했다.


내 눈에는 그 행동이 어릴 적 내 모습 그대로 상처받아 이기적이게 행동하는 인간상처럼 다가왔다.


그런 과정 속에 다시금 인류애를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


다 커서 싸운 날에는 마음이 영 편치않아 오히려 글이 잘 써진다.


맑은 날에는 안 나오던 글감이 마음이 궂은 날 뭐가 그리 억울하고 할 말이 많은지 하소연하고 싶어 자꾸 글자를 뱉어낸다.


글 정체기에 걸린 나에게 온 이 변동성을 좋아해야하는건지 씁쓸해야할지 알 수 없는 날이다.


글은 오늘도 나를 살리고 내 마음을 달래고, 따수운 생각의 차 한잔 대접해주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싫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