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파이어족 되기 1]
나는 10대 때부터 나름대로 글을 써왔다.
사춘기에 들어서는 거의 매일 시를 썼던 걸로 기억한다.
시를 쓰는 노트가 따로 있었고 일기처럼 생각나는 대로 시를 썼다.
지금 돌아보면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한데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40여년 전 옛날이기도 하고, 지역으로는 서울보다 좀 더 보수적인 부산이기도 해서 남녀공학인 학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내 기억으로는 부산에는 남녀공학이라고는 브니엘 고등학교 라는 곳 하나뿐이었다.
나는 남중 남고를 나오고 가족중에는 어머니가 유일한 여성이라 그랬는지 어리고 젊은 시절엔 여성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던 듯하다. 아무튼 시를 쓴 이유는 주로 연애시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지도.
고3 때 내가 글 좀(?) 쓴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반장이 교지에 넣을 시를 부탁해서 썼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대해 굉장히 염세적이었던 때라 환경문제와 연관된 시를 써서 냈더니 한밤중에 교지 편집 담당하던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해서 (삐삐조차 없던 시절) 그 시에 대해 이것 저것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셨었다.
20대초 대학시절에는 사귀던 후배와 헤어진 후 그녀를 못잊어 힘들어했는데 이후에도 오랫동안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어서 너무 두려웠다. 시간이 지나도 그리운 마음이 사그러들지를 않아 평생 잊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풀기 위해 그녀와 있었던 일들을 넌픽션 형태의 글로 써서 온라인에 연재물로 올렸다.
인터넷이 없던 당시에는 PC통신이라 했는데 하이텔의 게시판을 이용했다. 당시로써는 꽤나 높은 조회수(회당 평균 1,000 이상)를 기록하며 나름 인기 게시물 반열에 올랐었다. 며칠 후면 입대해야 하는데 다음편을 빨리 올려달라는 메일이나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는 훈수 메일을 받는 등 재미있는 경험도 많았다.
실연의 경험이 너무 괴롭고 그 마음이 가시지 않아 평생 괴로울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본능적으로 쓰기 시작한 글은 신기하게도 나를 치유해주었다. 나는 완전히 그녀를 잊고 그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나름 중편 이상 분량의 글을 이어서 연재해서 쓰면서 나도 모르게 필력이 늘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몇 편의 소설들을 더 써내려갈 수 있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판타지 등을 소재로 한 픽션이었다.
나는 IT 분야에서 7년 동안 경력을 쌓은 후 그런 직장생활을 완전히 그만뒀다. 내가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IT 업종의 경력을 완전히 내려놓은 데는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 가슴으로 기쁨을 느끼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가슴 뛰는 일을 찾기 위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여러가지 시도와 실패를 했으며 그런 실패들로 인한 피드백을 교훈 삼아 나아갈 길을 수정해갔다. 그리고 결국에는 원하는 일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런 과정에 대해서는 이 연재 시리즈의 나중 언젠가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 기술이 결국은 글쓰기였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전에는 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만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주의는 그런 문제들에 쏠려있었다. 주의가 원하지 않는 온갖 문제들에 흩어져 있었기에 힘을 쓸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 비움과 치유의 근원 에너지 중에서 (전용석/ 이 블로그 저자입니다 ^^) -
그러던 어느날 이런 저런 시도 끝에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곧장 가면 된다’ 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안고있는 문제가 장애물이 아니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 그 자체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 끝에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의 문제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타인의 심리적 괴로움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내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나의 문제를 옆으로 제껴놓고 타인들의 괴로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내 포커스의 중심에 두었다. 그렇게 나는 원하는 길로 곧장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좁은 골목을 두고 대문을 마주하고 있는 앞집이 있다고 치자. 대문 앞에 사납고 큰 개를 줄에 매어두고 그 집 식구들이 멀리 해외로 장기여행을 떠나버렸다. 집앞을 나설 때마다 그 개는 당신을 볼 때마다 사납게 으르렁 거린다.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나갈 때마다 먹이 한 덩이씩을 던져주고 달아났다고 치자.
개는 날마다 으르렁 거리고 당신의 개를 향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반대로 개를 무시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밥을 먹지 못한 개는 날마다 기운이 빠질 것이다. 결국에는... (뭐, 동물학대니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자)
이런 일이 우리들 마음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원하는 것에만 에너지를 주자.
원치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은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
(병을 내버려둬서 키우라는 말이 아님은 가려서 들으시길. 해당되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는 법이니)
내가 좋아하는 이론 중에 오컴의 면도날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여러 복잡한 이론들이 있다면 그 중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일 확률이 높다는 법칙이다. 어딘가로 나아가고자 할 때,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남들이 다들 가고자 하는 길을 따라갈 생각부터 하지 말고, 복잡하게 둘러갈 길을 찾기 보다는 곧장 가는 길을 택하면 된다. 물리적인 지면을 밟고 나아가는 길이라면 정해진 몇 개의 경로 중 선택하기가 쉽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부닥치게 되는 길들은 눈에 드러나는 길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 찾는 일이 잦은 듯하다.
파이어족이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궁극적인 목적은 자유이지 돈이 아니다. 돈은 자유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앞에서 이어오던 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맥락이다. 파이어-글쓰기의 연결성에 대한 이야기는 결론에서 언급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처음에 나는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했다. 20년 전인 당시에는 쉽게 홈피 만드는 도구 같은 것도 없었다. 자료를 모으고 웹사이트를 개설하려면 한 달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했건만 당장 앞으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세운 내게 한 달은 너무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다음 카페를 개설했다. 온라인 카페 개설은 뚝딱 뚝딱 게시판 만들고 인삿말 써넣고 해서 불과 한 시간만에 완료되었다.
지금은 온라인 카페라고 하면 네이버 카페가 대세지만 당시에는 네이버에는 카페도 없었던 시절이다. 그렇게 카페 운영을 시작해서 회원수 100명이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할 정도다 -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던 시절의 회원수는 2만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거의 명맥 정도만 유지하는 중이다. 본진은 네이버카페에서 운영중이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글을 많이 쓰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들이 모여서 나의 첫번째 책인 <아주 특별한 성공의 지혜> 가 출간되었고 카페에서 상담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그 글들을 모아서 <나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 이라는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쯤에서 잠깐 중간 점검을 해보자.
내가 10대 중딩시절에 시작한 매일의 시쓰기 - 짧은 글 - 가 내 글쓰기 필력의 시초였다. 20대 때 스스로 힐링하게 된 연애담이 넌픽션 소설처럼 쓰여졌다. 그리고 필력이 붙으면서 보다 긴 호흡의 글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 30대 때 삶의 목적을 정렬하면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긍정과 궁극의 메시지를 가진 글들의 다작이 이어지고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세번째 냈던 책인 <마지막 시작> 이라는 원고는 (네번째 책인 근원 에너지도 그랬지만) 참으로 오랜 세월 인연에 맞는 출판사들을 찾아다니며 탈고하고 또 탈고하며 숱한 세월 동안 다듬어진 글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출판사 편집장은 자신이 문예창작과 출신이지만 글을 참 잘 쓰신다 며 칭찬을 해주었고 결국 인연이 닿아 출간하게 된 다산출판사 사장에게서는 ‘선생님은 훌륭한 작가가 되실 겁니다’ 라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 (내 손으로 이런 글을 쓰자니 부끄럽기도 한데 들은 말을 들은 그대로 내놓는 것이니 욕하지 말고 팩트로 인정해주셨으면 한다. 숨기는 것이 미덕인 것만은 아닌 시대이기도 하지 않은가).
내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내가 원래 글재주가 출중하고 아주 잘나서 글쓰는데 칭찬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글재주가 출중했다면 진작에 문예지에 등단하거나 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삶의 목적을 완전히 확립한 후에는 그런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또한 많은 글들을 써왔다는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물론 어느 정도 기본적인 재능도 바탕이 되어야겠지만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지만 글은 많이 써보아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정리하면서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한다.
맨손으로 싸울 수도 맨땅에 헤딩하면서 나아갈 텐가?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이 프리젠테이션이든 마케팅이든, 유튜브든 블로그든 카페든, 아니면 세일즈라고 해도,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근간에는 반드시 글쓰기가 바탕이 되고 결국에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유튜브는 말빨이라고? 아니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더라도 그 바탕에는 미리 써낸 대본이 바탕이 된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글을 많이 써야 한다.
길게 쓰는 글이 자신이 없으면 (너무 당연하다. 아기는 아장아장 걸음마부터 시작한다) 짧은 글부터 쓰기 시작하면 된다.
어른이라도 동시라도 써라 (원래 애들 동화도 어른들이 만든다. 그러니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하자.
- 명제 전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