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올바른 방법대로만 하면 됩니다.
오래 전에 가졌던 하나의 생각을 기억으로부터 꺼내어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결혼한지 2년쯤 되어서의 일입니다.
결혼 후 처음 1년간은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시달리며 신혼생활을 망치고싶지 않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이제는 애를 가져보자 생각했지요. 하지만 웬걸? 의도하고 작정하면 애가 바로 덜컥 들어설 줄 알았건만 반 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지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자식이 생기지 않을 팔자라면 안생기는대로 살자. 대신에 세상에 좋은 일 많이 하며 큰 도움을 주며 살자.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자식을 아끼듯이 도우며 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에 내가 가졌던)
이 생각은 무엇인가?
왜 이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가?
그 때 느꼈던 사명감에 대해서랍니다.
나는 한 때 나름 잘나가던 IT 쪽 직업을 때려 치우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전혀 다른, 학교 때 전공도 직장에서의 커리어도 없는 분야에서 맨손으로 무자본 창업을 하다시피 했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런 절박함에 상응하는 반작용처럼 투철한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20여년 전인데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나는 맨손으로 창업을 했고 자본도 없는 영세한 자영업자였습니다. 서초동에 정확히 책상 하나 들어가는 넓이의 고시원보다 작은 사무실(비즈니스 센터라고 불렀습니다. 큰 사무실을 고시원처럼 칸칸이 쪼개서 빌려주는)을 얻어서 일했습니다. 강의는 민들레영토라고 하는 세미나 공간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빌려주는 곳에서 하곤 했지요. 나름 바쁘기는 했지만 코딱지만한 사무실 임대료와 인터넷 사용료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거의 없었답니다. 그나마 빚 져가며 하는 사업은 아닌 것이 다행이었죠.
위치가 서초동이라 한겨울 추운 날에도 점심시간이면 중앙도서관으로 왕복 2시간 정도를 걸어다니곤 했습니다. 도서관은 밥값이 싼데다 퀄리티 높은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절친이지만 당시에도 자주 만나곤 하는 친구가 있는데 당시 만날 때마다 밥을 얻어먹다 보니 미안해서 나중에는 점심시간이면 친구도 도서관에 끌고 가곤했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모두가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 되었네요.
그 친구가 언젠가 그 당시의 저에 대해서 걱정을 참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이후로 제가 어느 정도 형편이 풀리고 나서는 그 친구는 술만 먹으면 제게 전화해서 "니가 제일 부럽다" 고 한동안 연발하기도 했지요.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여서 그랬답니다.
위에서 절박함이라고 표현했지만 한편으론 어이 없을 정도로 심정적 동요나 불안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당시 현재의 어려움이나 미래의 비전 같은 것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것만이 '나의 길' 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기도 하지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것이 또한 '운명' 이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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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잠시 둘러왔네요.
한 때 나는 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강한 사명감을 가졌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자선사업을 하겠다는 그런 것은 아니었고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명상을 하며 내가 나아진 점, 마음이 밝아지고 괴로움이 사라진 점 등을 바탕으로 세상과 나누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것을 자비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자비심은 좀 더 일반적인 표현의 형태로 사명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달렸습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들도 낳았습니다. 열심히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는만큼 어려웠던 현실적으로도 점점 더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현실적으로도 열심이었지만 뼛속까지 타고난 구도자(求道者) 입니다.
한 때 경험했던 너무나도 강렬한 체험이 깨달음 내지는 견성이 아닐까 하는 일도 있었지만 거기에서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너무나 강렬한 경험이다보니 어떤 상태에서 멈추어버립니다. 이것이 깨달음일거야, 하고 잘못된 믿음이나 스스로를 기만하면서요).
일과 명상수행을 병행하면서 현실적인 형편도 나아지고 명상 수행에 있어서도 더욱 깊은 경지에 이르기 위한 체계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만난 것이 불교를 넘어선 붓다의 본래 가르침이었습니다. 붓다의 본래 가르침을 점점 더 깊이 알아 가고, 가슴 깊이 수지하고, 실참 수행에 적용하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집착처럼 움켜쥐고 있던 사명감이 있음을 보게 되었고 서서히 내려놓았습니다.
사명감은 정말로 타인을 위한 것일까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기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약간 양복에 들어간 어깨의 뽕같은 것일 수 있겠죠. 어깨의 뽕이 잘못된 건 아닐 겁니다. 남들에게 좀 더 멋져보이는 효과를 가진, 그건 그저 패션과 관련된 문화의 한 부분일 테니까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명감을 빼고도 충분히 타인을 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붓다께서 설법한 12연기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모든 연기의 요소들은 하나하나가 다 괴로움이거나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인과관계를 맺으며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집착이고요. 집착이 마음을 괴롭게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참 쉽죠?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믿고 옳다고 여기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집착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것조차도 말이죠 (잊지마세요. 여기서는 사명감도 그중 하나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에 저는 머리와 가슴에 채워져 있던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 (일단) '사명감'을 말끔히 비워버렸습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죠. 그저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던 과거와 마찬가지로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과 감사의 피드백을 가끔 받게 되는 것도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특정한 마음' 이 없이도, 특정한 마음을 원인으로 삼지 않고도 특정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부자이기 위해서는 욕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부자들은 많이 가진 만큼 욕심도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니면 원래는 부자가 아니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부자가 된 자주성가형 부자들을 떠올려보면 어떤가요? 욕심 없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이 역시 아마도 대체로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대체로 아니기는 한데 항상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지요.
특정한 결과로 이어지는 원인은 심적인 욕심과 의도보다는 적절한 방법에 달려있는 것이니까요.
즉 부자가 되겠다는 의도(혹은 그 어떤 의도이든)는 처음 한 번이면 족합니다. 이후로는 그 올바른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나가면 됩니다. 방법이 어렵다고요? 세상에는 이미 알려져있는 아주 단순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달 소액이라고 해도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평균수익 연 8%의 복리) 하는 인덱스 펀드를 수 십 년 동안 꾸준히 매입하면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에는 그런 실제 사례가 실려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한가지 예일 뿐이지만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지요.
이런 꾸준한 실천에 장애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것이 마음이지요. 더 큰 수익을 바라는 욕심과 집착, 지난 과거의 역사와 데이터가 가리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불안 등이죠. 필요한 것은 '그저 방법' 일 뿐인데 말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올바른 노력(그래서 명상을 강조합니다) 여하에 따라서 '마음'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것 저것 세부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내려놓은 마음이 무심無心 입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바른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이것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집착과 불안 등으로 인한 괴로움은 최대한 줄이고, 뜻한 바대로 나아가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사명감(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사례가 되었네요) 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가요?
여러분에게 적절한 숙제를 구체적으로 내드릴게요.
첫째로
시간을 내서 노트에 자신이 가진 믿음,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등에 대해 적어서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것으로부터 어떤 집착과 불안이 생겨나나요? 그중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그것이 없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것을 내려놓고 비워버릴 수 있을까요?
둘째로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스스로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단 하나의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될 때까지 반복하세요)
셋째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가장 단순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알아내서 그저 꾸준히 한결같이 행하고 또 행하면 됩니다.
어려운 것은 세상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이 어지러운 겁니다.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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